내 사랑 돈벌레, 미니 쿠퍼 S
2016-04-19 15:57:25 글 이지수 기자
워런티가 끝난 자동차를 계속 탄다는 것, 또한 데일리카로 쓴다는 것은 웬만한 각오로는 힘들다. 더군다나 평소 기자는 차에서 조금의 잡소리가 들려도 핏대를 세우는 몹쓸 병을 앓고 있다. 단순히 나이가 든 차여서 삐걱거리는 정도의 소리라면 관대하게 넘어갈 수 있겠지만 5년 정도 된 차에서 아무 이유 없이 잡소리가 나는 경우는 드물다.
엔진과 미션, 하체 등이 망가진다면 꽤나 거금이 깨지기 마련인지라 더욱 신경이 곤두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이것은 이미 엔진 부위 대부분의 부품을 통째로 갈아본 기자의 경험이다). “어지간히 하고, 그렇게 민감하게 굴 거면 차라리 새 차로 바꿔라”라는 핀잔을 종종 듣곤 하지만 아직까지는 쓸 만한데 뭐 하러 바꿔!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사실 직업의 특성상 비닐도 뜯지 않은 따끈따근한 신차를 타보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다. 그렇게 타보는 차마다 족족 꽂혀 반드시 바꾸리라 다짐하지만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 상태(사고 싶은 차가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바뀌기 때문)
또 미니처럼 가끔은 내 차 같지 않은 색다른 운전의 재미를 주는 차가 별로 없다는 생각에 선뜻 바꾸지 못하는 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든 만큼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은 필수인데 이번에는 소음보다는 주행 중 자꾸만 제자리에서 벗어나는 스티어링 휠 때문에 신경이 쓰였다. 육안으로 확인해도 짝다리를 짚고 서있는 모습이 영 꼴불견이었다.
3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치른 후 돈벌레를 다시 데려올 수 있었다
캠페인 기간에 맞춰 서비스센터에 입고. 보통 워런티 기간이 끝나면 일반 정비 업소를 찾는 오너들이 많지만 웬만하면 정식센터에 입고를 시키는 편이다. 아니나 다를까 네 발 중 제대로 신겨져 있는 신발이 하나도 없다는 유쾌하지 못한 말을 듣게 되었다. “뒤쪽 리어 액슬은 캠버의 정상범위가 좌측과 우측 모두 -1.40 정도쯤이어야 하는데 고객님 차는 -2.99까지 틀어져 있네요. 정상범위로 맞추고 난 후 시운전을 해보니 오히려 이미 틀어진 하체에 차가 익숙해져서 그대로 두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입니다. 컨트롤암이나 하체쪽의 부품을 교환하시고 다시 얼라인먼트를 맞추는 편이 좋겠네요.” 청천벽력 같은 이 소식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내사랑 돈벌레는 오늘도 나의 한 달 치 밥값을 한 번에 꿀꺽 삼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