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프리미엄 콤팩트 스포츠 세단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재규어 XE가 드디어 국내에 상륙했다. 동급 시장의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한 BMW 3시리즈는 더욱 강력하고 효율 높인 파워트레인으로 맞불을 놨다. 과연 결과는?
21세기 들어 브랜드 파워와 첨단 기술력을 앞세운 프리미엄 자동차의 성장세가 대단하다. 전세계적인 경기부침으로 인한 소비 패턴의 양극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또 호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소비자들이 평상시 지출을 최소화하면서도 가치가 높고 만족감이 큰 고가 상품 구입에는 주저하지 않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는 상황에서 대중 브랜드의 중대형 차 대신 프리미엄 콤팩트카를 선택하는 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내 시장에 막 상륙한 재규어 XE는 유럽 기준 D세그먼트에 속하는 콤팩트 세단으로 현행 재규어 라인업의 가장 아래에 자리한 엔트리 모델이다. 기존 독일 3사도 최근처럼 소형차(B, C세그먼트) 가짓수를 늘리기 전에는 D세그먼트가 입문용 클래스였다. 참고로 D세그먼트의 A4(아우디), 3시리즈(BMW), C-클래스(메르세데스-벤츠)는 도합 연간 140만대나 팔리며 해당 브랜드의 볼륨 모델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특히 3시리즈는 쿠페형 4시리즈를 포함해 연간 판매실적이 60만대(2014년)에 달하며 동급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다. 베스트셀링 프리미엄 콤팩트 세단 타이틀에 도전하는 XE의 상대로 BMW 3시리즈를 꼽은 이유다.
[JAGUAR XE 20d] 엔트리지만 퍼펙트하다!
본고장 영국에서 재규어의 브랜드 파워는 절대적이다. BMW도 그렇지만 재규어의 시작은 모터사이클과 인연이 있다. 1922년 설립된 스왈로우 사이드카 컴퍼니(Swallow Sidercar Company)가 바로 재규어의 전신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포츠성을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다. 1949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 타이틀을 차지한 XK120을 비롯해 2차 세계대전 후 르망 24시 내구레이스를 휩쓴 C, D-타입까지 화끈한 주행성을 자랑하는 명차를 잇따라 내놓았다.
또 럭셔리함도 빼놓을 수 없는 재규어의 아이덴티티다. 초창기 재규어는 롤스로이스, 벤틀리를 연상시키는 사치스럽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지녔으면서도 값은 1/3에 불과해 산업혁명으로 부를 일군 신흥부유층인 댄디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오늘날까지도 재규어는 영국 왕실 의전차로 인증 받으며 고유의 노블함을 뽐내고 있다.
엔트리 재규어로 등장한 XE는 고급스러운 스포츠 콤팩트 세단을 지향한다. 재규어가 초창기부터 고집해온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고 할까? 이미 2001년 X-타입으로 동급 시장에 도전한 적 있지만 당시에는 베이스가 된 포드 CD 플랫폼에 단순히 고급스러운 장식을 더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X-타입은 앞바퀴굴림이던 네바퀴굴림이던 다이내믹한 주행은 꿈꿀 수 없던 절름발이 재규어였다.
기자는 2005년경 재규어의 고성능 모델인 ‘R’ 관련 글로벌 시승 이벤트에 참가한 적 있는데 당시에 재규어측은 XJ, S-타입, XK 등은 참가자들이 타이어에 불이 나도록 서킷(말레이시아 세팡)을 누비게 했지만 X-타입은 가장 상위 버전의 V6 3.0을 준비해두고도 이벤트 내내 슬라럼(그것도 전진이 아닌 후진)만 하도록 했다. 이제 생각해보니 스스로 X-타입에 스포츠 DNA가 없다고 고백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나온 XE는 플랫폼부터 완전히 새롭다. XE에 채택된 모듈형 플랫폼은 윗급 XF는 물론 내년 등장할 재규어 최초의 SUV F-페이스 등에 쓰인다. 동급 최초로 차체의 75%를 알루미늄으로 꾸몄고 역대 재규어 모델 가운데 가장 견고한 강성을 지녔다. 또 앞 더블위시본, 뒤 인테그럴 방식 멀티 링크 서스펜션을 채택해 유연하면서도 날카로운 핸들링 실력을 뽐낸다.
특히 컨트롤 암과 토 링크를 연결한 인테그럴 방식 뒤쪽 서스펜션은 제작비가 비싸 어떤 동급 경쟁모델도 쓰지 못하던 고가 장비다. XE를 몰아보면 고속 코너링을 시도하거나 범프를 지날 때 뒤쪽 캠버가 순간적으로 틀어지는 일이 없기 때문에 운전자가 의도한 방향으로 꽁무니가 그대로 따라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시승 장소인 미시령을 향해 달려오며 새삼 다시 느꼈지만 진짜 명기다.
본고장 영국에서는 지난 6월부터 XE가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는데 현지 운전자들 사이에서 XE의 탄탄한 주행실력은 이미 정평이 났다. 기자의 경우 과거의 재규어와 달리 스티어링 답력이 약간 억센 느낌이 있지만 애스톤 마틴의 야성미가 떠올려져서 더 좋다. 20세기 후반의 재규어가 다소 곳하고 수줍은 많은 새색시라면 오늘날에는 영화 '007'의 제임스본드처럼 터프한 젠틀맨으로 변신한 것이다. 노면에 착 달라붙어 한치의 흔들림 없이 질주하는 맛이야 말로 재규어의 진짜 DNA라고 생각한다. 물론 독일차와 다른 유연함은 여전하니 여성 운전자도 거부감 없을 것이다.
엔진도 새롭다. 인제니움이라 명명된 I4 2.0L 엔진은 디젤과 가솔린으로 나온다. 먼저 양산된 디젤 엔진은 터보 직분사 방식으로 163마력, 180마력의 두가지 버전이 나오며 고연비, 친환경이 특징이다. 실제로 163마력 버전은 유럽 기준 공인 연비가 리터당 31.9km, CO2 배출량이 km당 99g에 불과하다. 시승차로 마련된 20d 포트폴리오는 180마력 인제니움 디젤 엔진이 얹혔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공인 연비 리터당 13.8(고속 15.9, 도심 12.4)km를 받았다. 영국에서는 XE 공인연비가 320d와 거의 대등한데 한국에서는 한 단계 아래로 나와 의외다. 최근 국내 인증관련 기준이 더욱 엄격해진 영향일 것이다.
아름다운 디자인이야말로 XE의 가장 큰 매력이다. 게다가 동급 경쟁모델보다 시각적으로 커 보이는 장점이 있다. 차체 곳곳에 리얼 스포츠카 F-타입을 연상시키는 디테일 요소가 많다. 재규어 선행 디자이너 줄리안 톰슨은 “단번에 재규어 임을 알게 해준다”며 앞으로 나올 신차에도 적용될 디자인이라고 했다. 쿠페를 연상시키는 매혹적인 루프라인은 자꾸 손으로 쓰다듬고 싶다. 무엇보다도 얼핏 보면 윗급 XF와 구별이 어렵다는 점도 맘에 든다.
물론 단점도 있다. 유독 어퍼보디가 긴 입장에선 헤드룸이 좁다. 특히 뒷좌석이 그렇다. 차체 바닥을 가로지르는 센터 터널도 상대적으로 큼직해 뒷좌석 가운데 앉는 이는 자연스레 ‘쩍벌남’ 혹은 ‘쩍벌녀’가 된다. 큰 불평거리는 아니다. 차 한대에 온 가족이 끼어 앉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들 외식 한번 하려면 1호차, 2호차, 3호차…등으로 그룹 드라이빙을 하지 않나.
XE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만족감이 크다. 기계치라도 터치스크린과 개별 버튼으로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영국 등의 해외에서 XE는 와이파이 핫스팟도 제공되며 iOS나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을 연동해 앱을 실행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원격 시동, 주차위치안내, 연료량 체크도 가능하다. 아쉽게도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국내에는 아직 구현되지 않은 첨단 기능이다.
공식적으로 23년의 운전경력 동안 8년간 뒷바퀴를 굴리는 차를 몰고 다닌 기자지만 아직도 미끄러운 도로에서 뒷바퀴굴림 차를 몰 때는 매우 긴장하기 마련이다. 출발 때 꽁무니를 삼바춤처럼 흔드는 것은 당연하고 스티어링 휠 각도와 액셀 페달 조작 박자를 놓치면 여지없이 스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XE는 그럴 걱정이 없다. 재규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ASPC(All Surface Progress Control)이 달려 눈 덮인 도로, 빙판, 젖은 노면 등에서 차가 스스로 구동바퀴의 접지력을 유지하며 주행하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일종의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인 ASPC를 켠 뒤 스티어링 휠 조작에만 집중하면 만사 오케이란다. 겨울철에 써먹어 보고 싶다.
혹자는 XE가 엔트리 재규어로 덜어낼 것은 덜어낸 차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어떤 재규어보다도 자사의 모든 기술 쏟아 부은 본질에 충실한 차가 XE다. 경쟁 모델과 가장 큰 차이점 인 것 같다. 또 재규어는 XE 생산을 위해 랜드로버의 전통적인 본거지 솔리헐 플랜트에 XE 조립라인을 준비했다. 현재 매달 3,000대 정도 생산하고 있지만 울버햄튼 인제니움 엔진 공장의 가솔린 버전 생산과 맞물려 북미 시장 판매를 시작하는 내년에는 두배 이상 뛰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관계자들은 과거 X-타입 때 호언했던 ‘연간 10만대 이상의 판매’ 목표(X-타입의 실제 연간 판매 최고치는 5만대였다)가 XE를 통해 드디어 실현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분위기다. 데뷔한 지 17년된 비슷한 콘셉트의 렉서스 IS가 이제야 연간 10만대 팔리고 있는 상황에서 데뷔 2년된 재규어 XE가 이를 돌파한다면? 상상만으로도 놀랍다. 아무튼 기존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일생 동안 아직 재규어를 경험해보지 않은 이라면 이제는 안심하고 XE에 도전해보길 당부한다.
[BMW 320d] 여유와 관록 넘치는 챔피언!
1916년 항공기 엔진 제작사로 출범한 BMW는 모터사이클을 거쳐 자동차 제작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회사다. 1959년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에 흡수될 뻔했지만 BMW 구성원들의 열정을 높이 평가한 대주주 헤르베르트 콴트가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며 회생했다. 당시 다임러의 주식을 팔아 투자금을 마련한 콴트의 선견지명은 바람직한 기업가 정신으로 널리 회자된다.
BMW는 ‘달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고성능 자동차를 추구한다. 같은 독일 브랜드지만 고급스럽고 안전한 차를 고집해온 메르세데스-벤츠와 철학이 다르다. 다이내믹한 BMW의 특성은 누구도 넘보기 힘든 프리미엄을 지니게 해줬고 오늘날 고급차 시장의 리더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도록 뒷받침했다.
1975년 처음 등장한 3시리즈는 콤팩트 스포츠세단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50:50에 가까운 이상적인 차체 앞뒤 무게비 실현을 위해 엔진을 최대한 캐빈 쪽으로 밀어 배치하고 짧은 앞뒤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를 기초로 뒷바퀴굴림 구동계 만의 역동적인 주행성을 만끽할 수 있는 차다. 현행 6세대 모델은 2011년 데뷔했다. 여담이지만 6세대 3시리즈는 실력을 인정 받는 신세대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베일이 그려냈는데 지난해 그가 미니 익스테리어 선임으로 자리를 옮기자 많은 영국인들이 기대감을 나타냈다. 왜냐하면 예상 밖으로 너무 못생기게 나온 3세대 미니가 크리스토퍼 베일의 솜씨로 빨리 고쳐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1,400만대나 팔린 역대 3시리즈 가운데 최고의 역작을 꼽는다면 당연히 4세대다. 당시 개발 총괄 볼프강 라이츨레가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의 튀는 끼(?)를 억누르며 만든 4세대 3시리즈는 간결한 이탈리아 디자인 라인에 철저하게 엔지니어링에 초점을 맞춘 차로 평가 받는다. 2005년 처음 내한한 크리스 뱅글을 위해 마련된 비공식 만찬에서 그는 “BMW에서 내가 처음으로 디자인을 주도한 모델이 4세대 3시리즈다”라고 말했다. 정말 놀랐던 기억이다. 4세대 3시리즈(1998년 데뷔)와 4세대 7시리즈(2001년 데뷔)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같은 사람이 디자인한 차가 이렇게 다를 수 있나?
크리스토버 베일은 이런 4세대 3시리즈를 모티브로 현행 6세대를 빗어냈다. 시각적으로 XE에 비해 덜 매끄러운 3시리즈지만 공기저항계수는 0.26으로 동일하다. 공기저항치로만 실력을 평가한다면 2012년에 BMW는 현재 재규어와 같은 스코어를 기록한 셈이다. 항간에 설(?)처럼 외계인이 BMW 신차 개발팀에 있을지도 모른다.
3시리즈는 우리나라에서 매달 평균 약 900대씩 팔린다. 재규어의 고향 영국에서도 매달 4,000대 정도 판매되며 동급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참고로 영국에서는 3시리즈나 더 싼 1시리즈가 가장 인기 있는 BMW다. 중형 5시리즈가 그 아래 입문용 BMW보다 더 팔리는 우리와는 다르다. 유럽에서는 대부분의 콤팩트카가 수동변속기가 달리지만 우리는 경차도 90% 이상 자동이다.
아무튼 베스트셀링카 3시리즈는 라이벌에 비해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보디만해도 세단과 투어링(왜건)으로 나오는데 변형 모델 4시리즈까지 포함하면 쿠페, 4도어 쿠페, 컨버터블로 더 다양하다. 모델에 따라 1.5~3.0L의 다양한 배기량의 가솔린과 디젤 엔진이 있고 뒷바퀴굴림을 기초로 네바퀴굴림(x드라이브) 구동계를 고를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취향이 까다롭고 상황이 특수한 이라도 그에게 꼭 어울리는 맞춤형 3시리즈 구매가 가능하다. 정도는 다르지만 국내에서도 3시리즈는 동급에서 가장 라인업이 두텁다.
게다가 시장을 리드하는 선발 업체로의 또 다른 저력도 있다. 새로운 경쟁자 XE 데뷔에 맞춰 더욱 강력하고 효율이 뛰어난 엔진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 320d의 I4 터보 직분사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84마력@4,000rpm, 최대토크 38.8kg·m@1,750~2,750rpm을 냈지만 과급기 효율 개선을 통해 최고출력 190마력@4,000rpm, 최대토크 40.8kg·m@1,750~2,500rpm으로 성능을 높였다. XE에 비해 최고출력은 10마력 높고 최대토크가 1.1kg·m 낮지만 공교롭게 토크 밴드가 똑같다. XE 데뷔에 맞춰 견제구로 던진 카드임을 분명하다.
한국 공인 연비는 최근 강화된 기준에 따라 구형보다 떨어진 리터당 16.6(고속 19.4, 도심 14.9)km이지만 XE를 능가한다. 320d는 오너들 사이에서 경유 냄새만 맡고도 달리는 차로 유명하다. 실제로 트립미터상 연비 리터당 20km 이상을 수시로 찍는 차가 320d다. 새로운 엔진을 얹은 시승차는 리터당 20km 아래로 연비를 떨구기가 더욱 어려웠다. 월 주행거리가 1,000km 정도의 320d 오너라면 한 달에 ‘만땅’ 주유 한번이면 끝이겠다.
그렇다고 다이내믹함이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새로운 320d의 제원상 성능은 시속 0→100km 가속 7.2초, 최고속도 시속 230km로 동급 XE 20d의 7.8초, 시속 228km를 능가한다. 모든 BMW가 그러하듯이 밟으면 밟는 대로 스트레스 없이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 재미가 매우 크다. 과거의 BMW보다는 훨씬 가볍지만 여전히 탄력 넘치게 감기는 스티어링 감각이 저절로 엄지 손가락을 내세우게 한다. 급제동 때 노면에 꽂히듯이 멈추는 브레이크 성능도 ‘역시 BMW’라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XE(225|45R 18)보다 편평비가 높고 직경이 작은 225|50R 17을 끼워서인지 더 부드러운 맛이다. 승차감이야 당연히 훌륭하고 노면을 움켜쥐는 정도도 절대 부족하지 않아 가히 베스트다. 굽이진 도로에서 가벼운 언더스티어를 내며 돌아나가는 맛은 진짜 운전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많이 팔리는 차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실내는 흠잡을 곳 없다. 풀 옵션인 XE와 달리 중간 트림의 320d 시승차지만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갖춰 만족감이 더 높다.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 땀이 베일 정도로 날아 다니다 보면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요긴함을 절실하게 느끼기 마련이다. 또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동네 앞 마트도 가기 어려운 운전자들에게도 천리안을 갖게 해주는 최고의 장비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아직도 i드라이브 컨트롤러는 낯설다. 그러나 첨단 기능에 능한 얼리어답터가 많기로 소문난 국내 오너들에게는 별 문제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게다가 한글 인식, 한글 메뉴, 전용 내비게이션 등 한국 실정에 맞는 인스톨 작업이 이뤄져 더욱 그렇다. BMW는 이제 거의 국산차 메이커 같다.
320d의 백미는 실내 공간이다. 특히 동급에서 뒤쪽 실내의 높이(957mm)와 너비(1,458mm)가 가장 여유롭다. 따라서 성인 3명이 뒷자리에 앉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레그룸도 넉넉한 편이라 유전자 개량에 성공해 다리가 긴 기자의 아들도 불평이 없을 듯 싶다. 게다가 트렁크 공간도 480L로 XE보다 25L 더 여유롭다. 차체크기는 XE가 더 크지만 정작 실내는 3시리즈가 널찍한 건 BMW의 또 다른 매직이다.
국내 승용차 시장을 H사와 D사가 독점하던 1980년대초 당시 오너들은 가볍고 경쾌한 맛은 H사, 묵직한 고속주행 안정성은 D사로 양분되어 서로의 차가 좋다고 옥신각신했다. 그들에게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두가지 명제가 BMW 320d 앞에서 설자리를 잃게 된다. 액셀을 밟으면 순식간에 튀어나가고 단박에 멈출 뿐더러 굽이진 국도이건 뻥 뚫린 시원한 고속도로이건 다이내믹하게 달려가는 320d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날 그런 성향의 차는 다른 브랜드도 만들 수 있고 이미 내놓은 곳도 있다. 하지만 아우토반이라는 독특한 환경에서 조련된 3시리즈는 업계 최고 수준의 기술적 완성도와 품질을 자랑한다. 데뷔 이후 지금껏 40년 동안 수많은 경쟁자가 도전했지만 BMW 3시리즈가 여전히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결이다. 3시리즈 오너라면 불혹에 접어든 챔피언의 여유와 관록을 만끽하기 바란다.
1.과거의 엔트리 재규어 X-타입의 시작점은 포드 몬데오(3세대)다. 당시 재규어의 모기업 포드는 앞바퀴굴림 몬데오를 네바퀴굴림 X-타입으로 바꾸는데 힘을 다 소진했는지 싼 차를 비싼 차로 바꾸는 것은 실패했다. 대중차의 프리미엄화는 그만큼 어렵다. 출발부터 노블한 XE가 더 빛나는 이유다.
2.40년전인 197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IAA)에서 데뷔한 BMW 3시리즈는 6세대를 거치는 동안 프리미엄 콤팩트 스포츠 세단의 대표모델로 입지를 굳혀왔다. 중, 대형차에 집중하던 메르세데스-벤츠는 BMW의 초대 3시리즈(E21)의 성공에 깜짝 놀라 1982년 부랴부랴 190(W201)을 내놓는다. 오늘날 C-클래스의 전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