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익스플로러, 내가 왜 인기 있는지 알려주마
2016-04-25 11:20:01 글 김종우 기자
우람한 덩치만큼 파워풀하다. 연비 빼고 딱히 단점을 못 찾겠다
‘SUV=디젤’이라는 통념이 지배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포드 익스플로러의 활약은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더구나 투박하고 한 덩치 하는 정통 아메리칸 SUV다. 연비도 좋지 않다. 특히 큰 차를 좋아하는 국내 소비 성향은 세단에만 국한돼 있다. 이렇게 소위 국내에서 ‘먹히는 아이템’이 아닌데 왜 이런 의외의 결과를 보여준 걸까?
현재 시판 중인 2016년형 익스플로러는 지난 2011년 등장한 5세대의 부분변경으로 2014년 LA오토쇼에서 데뷔했다. 포드의 대표적인 픽업 트럭 F-150의 영향을 받은 안개등과 새로운 프론트 그릴 등 내·외부 디자인을 손 봤지만 큰 포인트는 역시 포드가 자랑하는 2.3L 에코부스트 엔진의 적용이다.
포드의 에코부스트 엔진은 터보차저 방식의 과급기가 달린 직분사 엔진이다. 1.0L부터 3.5L까지 배기량 선택의 폭이 있으며 포드와 링컨 모델은 물론 한때 한솥밥을 먹던 볼보와 랜드로버 모델에도 사용됐다. 특히 에코부스트 I3 1.0L은 올해까지 4년 연속 ‘올해의 엔진―1.0L 이하 부문’을 수상할 정도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익스플로러에는 이번에 처음으로 I4 2.3L 에코부스트 엔진이 사용됐다. 이 엔진은 포드 머스탱 6세대에도 사용됐으며 추가로 V6 3.5L 엔진도 선택할 수 있다.
별도의 변압기 없이 220V를 사용할 수 있다. 아웃도어에 매우 필요한 기능
시승차에는 익스플로러의 주력 엔진인 2.3L 엔진이 달린다. 이 엔진은 6단 자동변속기와 만나 최고출력 274마력/5,500rpm, 최대토크 41.5kg.m/2,50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가솔린 기반의 SUV는 탈 때마다 늘 어색하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도 당연히 느껴져야 할 진동도, 우렁한 엔진음도 없다. 마치 세단을 탄 것처럼 고요하지만 한껏 올라간 시야각은 내가 분명 SUV에 타고 있음을 알려준다. 인테리어는 브랜드 내 프리미엄을 담당하고 있는 링컨 못지 않다. 큼직하여 시원하게 펼져진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레이아웃은 고급스러움을 풍긴다. 특히 글로브박스 상단에서 좌우 도어까지 이어진 우드 트림이 그것을 더욱 강조한다.
2열 안전벨트는 충돌 시 에어백이 전개되는 인플레터블 벨트다
가속페달을 천천히 밟으며 2.1톤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를 움직여 본다. 무게에 비해 다소 엔진 배기량이 적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역시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가뿐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가솔린 엔진 치곤 비교적 최대토크 발휘가 빨라 굼뜨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경쾌한 움직임은 시승 내내 이어졌다. 시속 100km까지는 순식간에 힘을 실어 보내며 차체를 움직인다. 터보렉으로 인한 머뭇거림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고속주행 안정성은 조금 미흡한 편
하지만 높은 차체와 물렁한 서스펜션으로 인해 고속 조향은 조금 불안하다. 특히 급격한 자세 변화로 인한 SUV 특유의 버둥거림은 고속 코너링 공략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모델의 성격상 이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인다. 따로 스포츠 모드를 줘 주행감각 변화를 시도했지만 가속페달 반응이 조금 민감해지는 것 외엔 큰 변화점을 찾기 어려웠다. 도심과 고속국도, 약간의 오프로드 등 총 150km 정도를 주행한 결과 평균연비는 리터당 6km 후반대를 보였다. 이것저것 다 장점만 있는 차가 어디있겠는가?
최근 잘 포장된 도로를 주로 달리고 있지만 SUV는 본질적으로 거친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차다. 익스플로러도 태생을 잊지 않으려는 듯 다이얼로 지형에 따른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포드는 이를 지형 관리 시스템(Terrain Management System)이라 부른다.
지형에 따라 각 바퀴에 구동력을 차등 분배한다. 아쉽게도 댐퍼 조절 기능은 없다
총 4가지의 모드를 제공하며 눈길, 빗길, 자갈, 모래, 진흙 등 노면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힐 디센트 컨트롤이 추가돼 내리막길에서도 브레이킹 없이 조향과 주변 지형에만 신경 쓰며 운전할 수 있다. 점점 SUV를 온로드뿐 아니라 다양한 지형에서 이용하며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국내 레저 상황에 딱 맞는 기능이다.
덩치 큰 SUV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실내 공간을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익스플로러는 매력적이다. 전장만 5미터가 넘고 휠베이스가 2.8m에 육박한다. 2-3-2로 배치된 좌석 구성으로 어느 자리에 앉아도 비좁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3열 좌석은 전자동, 원터치로 접었다 펼 수 있어 사용하기 편리하다. 3열을 접었을 때 생기는 기본 적재용량은 594L이며 2열까지 접었을 때 확보할 수 있는 최대 적재용량은 무려 2,313L나 된다. 성인 두 명이 침낭만 있으면 텐트 없이도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을 정도다.
포드는 익스플로러에 가솔린 기반의 7인승 SUV가 갖춰야 할 기본기를 충실히 담아냈다.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 없이 도심뿐 아니라 평온한 자연에서도 잔잔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동급/가격 대비 우람한 차체와 새롭게 거듭난 디자인은 도심과 교외 어디에서도 주변인의 시선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다. ‘디젤 패러다임’에 지친 소비자는 반드시 리스트에 올리고 고민해 봐도 좋을 모델이다.
가솔린 SUV도 충분히 메리트있다. 연비 걱정 접어두고 일단 시승해보자. 그리고 느껴보자. 디젤만 고집하던 당신의 취향이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