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이 만든 전기차, 테슬라 모델 S
2016-04-23 17:22:52 글 신기량(자동차 칼럼니스트)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생활하는 필자가 테슬라 전기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캘리포니아의 도로에서 소리 없이 달리는 로드스터를 목격한 2008년경이다. 로터스 엘리스를 전기차로 꾸민 테슬라의 1호 양산차 로드스터는 페라리와 맞먹는 성능을 자랑했지만 품질 불량으로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그래도 직접 본 로드스터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로드스터의 실패로 한때 폐업위기까지 몰렸던 테슬라는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모델이라는 엘론 머스크 회장이 CEO에 오른 뒤 되살아났다. 조직을 뜯어고치고 사재를 출연, 신모델 개발에 집중해 회사를 정상화시킨 것. 2012년 선보인 모델 S는 소형차가 대부분인 기존의 전기차와 달리 대형 럭셔리카로 탄생했다. 모델 S는 지금까지 10만대 넘게 팔리며 테슬라가 가장 핫한 전기차 메이커로 우뚝 서게 한 1등공신이다.
아직 충전시절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급속충전이 가능하고 무료다
필자 역시 모델 S가 처음 나왔을 때 미국의 테슬라 전시장에서 직접 시승해보고 열렬한 예찬론자가 됐다. 하지만 직접 구매하기에는 망설여졌다. 일단 모델 S는 상당히 고가다. 미국에서 기본형은 7만달러에서 시작되지만 이런저런 장비를 채우다 보면 10만달러를 훌쩍 넘어 메르세데스-벤츠 S550과 값이 비슷해진다. 이 정도의 돈을 들여 낯선 전기차를 굴리는 모험을 할 운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출시 직후에는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
그런데 필자는 미국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모델 S를 구입하게 됐다. 국내에 자가용으로는 처음 들어온 모델 S(2014년 1월 국내 등록)를 지난해 초 인수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모델 S를 굴리는 무모한 도전을 감행한 차주는 2,000km밖에 주행하지 않은 채로 필자에게 차키를 넘겼다. 정확한 등급은 P85+로 출고 당시 최고급형이다.
와이퍼 스위치 등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것이다
차의 상태는 무척 좋았다. 전기차의 토크가 큰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배기음 없이 타이어 굴러가는 소리만 내며 휙~ 하고 내달리는 느낌은 무서울 정도다. 가속페달을 바닥까지 밟으면 마치 우주선이 공간이동을 하는 모습처럼 질주한다. 제원상 0→100km/h 가속성능이 4.3초 정도인데, 체감속도는 훨씬 빠르다.
9.73의 기어비를 지닌 1단 변속기는 주행속도가 200km/h를 넘어가면 마찰음 같은 노이즈를 내며 한계를 드러낸다. 최고속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가속력이 뛰어나 웬만한 스포츠카는 다 제칠 수 있다. 서킷에서 단련된 특수한 G센서(?)를 지닌 필자지만 모델 S를 운전하다 보면 엄청난 힘에 간이 콩알만해진 적이 많다.
IT 기업답게 혁신적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췄다
승차감은 훌륭하다. 윈도 스위치와 변속 레버 등이 낯이 익다고 생각했는데, 메르세데스-벤츠에서 테슬라가 모델 S를 만들 때 도와줬다는 내막을 알고 궁금증이 풀렸다. 보디와 서스펜션도 마친가지인 것 같다. 분해도를 보니 에어댐퍼는 W221형 S-클래스 것처럼 보인다. 21인치 휠과 저편평 타이어를 끼우고도 약간의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에어 조절식 서스펜션은 꽤 마음에 든다. 전체적으로 스포티한 느낌인데, 차바닥에 깔린 무거운 배터리팩 때문에 무게중심이 낮아져 안정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차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면 400km 넘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충전시설이 부족한 만큼, 전기차는 300km 이상 달릴 수 있어야 쓸만 하다고 본다. 하지만 국내 시판 중인 전기차들은 최대 150km 남짓 갈 수 있다. 최근 주차장이나 휴게소 등에 공영 충전기가 크게 늘어났지만 아직도 장거리 주행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테슬라 모델 S는 다른 전기차와 달리 300km 이상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제원상 1회 중전거리가 426km인 모델 S라면 얘기가 다르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의 경우도 여행 경로상 충전기만 확인해두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특히 잠깐 쉬는 동안 배터리를 살찌울 수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급속 충전기는 매우 요긴하다. 게다가 대부분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