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SM6, 예상을 뛰어 넘는 결과
2016-04-28 09:17:02 글 김준혁 기자
총 주행거리 783km. SM6의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 꼬박 2박 3일을 함께 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이게 그 차인가 봐.”, “무슨 차?”, “르노삼성에서 나온 신차 있잖아, SM6.” 강원도 정동진에서 SM6를 둘러싸고 군인들이 수군수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탑기어〉 시승팀은 군사 관련시설 근처에서 촬영을 했다는 이유로 한 무리의 군인들에게 붙잡혀 있다. 디지털 위장무늬 군복이 잘 어울리는 미모의 여군 간부가 카메라를 조사하는 동안 편집장은 확인서를 쓰고 사진기자는 말없이 지켜보는 중이다.
나머지 군인들은 눈을 반짝이며 SM6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차안으로 들어설 기세다. 전방의 군인들까지 SM6에 관심을 갖다니... 르노삼성이 대단한 차를 만들긴 했나 보다.
멋진 옆모습 중 상당 부분은 19인치 휠의 몫이다
시승 내내 SM6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감은 정말 대단했다. 슬금슬금 쳐다보는 사람들은 부지기수, 대놓고 살피는 사람도 많았다. 국산차를 시승하면서 이렇게 뜨거운 눈길을 받은 것이 언제 였더라…
이 차에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는 뭘까? 분명 지금까지 국내에선 보지 못한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 진가를 직접 확인할 시간이 왔다.
SM6의 실물을 보면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선명한 LED 주간주행등과 낮고 넓은 차체가 기존의 국산 프리미엄 세단과는 확연히 다르다. 좀 과장하면 2010년 나온 르노 콘셉트카 드지르처럼 보이기도 한다(우연히도 시승차와 콘셉트카의 색상이 비슷하다). 그만큼 역동적으로 생겼다는 뜻이다.
과장이 심한 것 같다고? 구글에서 DeZir를 검색한 다음 매장으로 달려가 SM6를 살펴보길 바란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SM6의 헤드램프 주변과 보닛의 굴곡진 캐릭터 라인, 팽팽하게 부풀어오른 프론트 펜더에서 콘셉트카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얇은 LED가 만들어 내는 뒤태가 끝내준다
극적인 디자인은 측면으로 이어진다.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라인과 반대로 솟아오르는 벨트라인이 어우러져 팽팽하게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 여기에 실제보다 커 보이는 19인치 휠의 화려함도 한몫을 한다. 가로로 긴 테일램프는 그 동안 르노가 여러 콘셉트카에서 보여줬던 디자인의 실사판이다. 가로형 램프는 차체를 넓고 낮아 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SM6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준다. 야간에 빛나는 LED의 붉은색 띠는 포르쉐 911의 그것 못지않게 섹시하고 자극적이다. 모양만 낸 머플러가 진짜라면 SM6의 뒤태는 끝내줬을 것이다.
SM6의 진가는 첨단 디지털 기술과 감성이 조화를 이룬 실내에서 발휘된다. 그중에서도 센터페시아를 꽉 채운 8.7인치 디스플레이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S-링크라는 이름의 이 시스템은 테슬라 모델 S나 신형 볼보 XC90 것과 비슷하기에 새롭진 않지만 국내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기대만큼 훌륭하다.
터치감은 아이패드처럼 부드럽고 빠르다. 기능이 워낙 많아 메뉴를 찾아가는 과정이 번거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바탕화면(?)에 안드로이드폰의 위젯처럼 즐겨 찾는 기능 몇가지를 꺼내놓을 수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스마트기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순식간에 적응할 수 있다.
그 밖에도 곳곳에서 감성적인 터치가 묻어난다. 멀티센스 선택에 따라 5가지 색으로 변하는 S-링크 디스플레이와 대시보드 조명, 계기판은 시각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멀티센스가 스포트 모드로 돌입했을 때가 압권이다. 센터콘솔의 조그셔틀 주위로 붉은빛이 일정한 간격으로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보인다. SM6가 빨리 달리자고 재촉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고속도로와 와인딩 로드, 시가지를 닥치는 대로 달렸다. 시승차는 190마력의 1.6L 직분사 터보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된 모델. 가장 먼저 멀티센스를 확인해 봤다. 멀티센스가 제공하는 모드는 기본인 뉴트럴, 스포트와 컴포트, 그리고 에코와 퍼스널(개별 설정) 등 5가지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뉴트럴 모드로 시작하면 국산 세단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느껴진다. 스티어링은 명확하고 빠른 편인데 그렇다고 무겁지는 않다. 서스펜션은 국산 세단을 타던 사람에게는 살짝 단단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그 동안 알던 세단과는 다르다고 어깨에 힘주며 뻐기는 것 같다. 편안하고 조용한 세단을 원한다면 이런 모습이 싫을 수도 있겠다.
그럴 땐 컴포트 모드로 가면 된다. 운전하기가 정말 편안하다. 일단 실내가 아주 조용해진다. 뉴트럴 때 들리던 엔진음이 일순간 사라지기 때문. 스티어링은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가변 댐퍼는 서스펜션의 긴장감을 일순간 풀어버린다. 그제서야 어깨에서 힘을 뺀, 우리에게 익숙한 말랑한 모습을 보여준다. 에코 모드는 스로틀 반응을 늦춰 말 그대로 연비주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사실 뉴트럴과 컴포트, 에코 모드가 추구하는 것은 비슷하다. 운전자와 탑승객이 최대한 편하게 달릴 수 있도록 하는 것.
지금 이 모습은 5개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스포트 모드는 다르다. 액셀 페달에 힘을 주면 앙칼진 엔진음(사실은 스피커에서 만들어낸)이 들려온다. 기존 국산 프리미엄 세단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긴장감이 전해진다.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지고, 서스펜션은 댐퍼를 갈아치운 것처럼 단단해진다. 느낌이 아니라 SM6는 실제로 변한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헤어핀을 깔끔하게 소화하는 모습이 그 증거다. 언더스티어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기회조차 잡지 못할 정도로 SM6의 밸런스는 훌륭하다. 보디롤도 자취를 감춘다. 뉴트럴과 컴포트 모드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SM6가 도로를 다스리는 방법은 다양하다
편하게 달리는 모드에선 좌우로 어깨를 들썩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 순간, SM6는 그 누구보다 진지하다. 앞머리가 예리하게 코너를 파고들면 꽁무니도 빠르게 따라붙는다. 앞뒤가 따로 노는 느낌이 전혀 없다. 항간에 떠돌던 기우는 쓸데없는 것이었다.
기대 이상으로 다듬어진 섀시에 걸맞게 파워트레인도 역할을 잘 해낸다. 뉴트럴과 컴포트에서는 자연흡기 엔진과 같은 부드러움을 보여주던 직분사 터보는 스포트 모드에서 비로소 터보 특유의 박력 있는 토크를 뿜어낸다. 폭발적이진 않지만 1.5톤 남짓한 SM6에 충분한 힘이다. 그리고 꾸준하다.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시종일관 묵묵히 맡은 일을 해낸다. 듀얼클러치의 절도 있는 감각을 걷어내려 한 것인지 아주 부드럽다(스포트 모드에서조차!).
지금의 모습으로도 SM6는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고도 남는다. 많은 부분에서 기존 국산 프리미엄 세단의 무난한 이미지를 깨뜨렸기 때문이다. SM6라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다. 그것도 넘치도록.
마지막으로 SM6에 궁금한 것이 있다. 앞바퀴만 돌려도 이렇게 잘 달리는데, 뒷바퀴까지 함께 도는 4컨트롤은 얼마나 더 대단할지, 그리고 토크가 더 강력한 디젤은 얼마나 더 활기찰까 하는 호기심이 든다. 아직 르노삼성과 SM6가 보여줄 패는 많아 보인다. 그중 몇 개는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나머지 패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