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볼보 V60 CC vs 푸조 508RXH
크로스오버 왜건의 키 재기
2016-04-25 09:24:40 글 김종우 기자
세단 한스푼, 왜건 한스푼, SUV 한스푼. 짜잔!
오늘 무대에 오를 두대의 차는 정말 특이하다. ‘특이’하다고 하면 뚜껑이 후딱 열리거나 도어가 하늘로 향하고, 눈 깜짝할 사이 저 멀리 튀어나가는 수퍼카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런 차는 특이가 아니라 ‘희귀’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까?
각설하고, 이 특이한 차들은 앞에서 보면 세단 같고 뒤를 보면 길쭉하니 왜건이다. 옆에서 한참 쳐다보면 SUV마냥 키가 껑충하다. 자, 팀 푸조 라이온즈와 볼보 베어링즈 선수들의 불꽃 튀는 대결을 기대하시라.
본격적인 대결에 앞서 선수 소개를 올리겠다. 먼저 청코너는 푸조 508RXH다. 100년 전통의 푸조 선수는 플래그십 세단을 바탕으로 키를 높이고 사방 범퍼에 오프로드용 가드를 덧댔다. 아담한 체구의 여러 형제들과 달리 기골이 장대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이에 맞서는 홍코너는 스칸디나비아의 혹한에서 지옥훈련을 마친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이하 V60CC)다. 나이는 508RXH가 V60CC보다 많다. 508RXH는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하이브리드 크로스오버 에스테이트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뒤 이듬해 양산형이 출시됐다. V60CC는 2015년에 첫 선을 보인 모델이다.
두 차의 계체량을 살펴보자. 푸조 508RXH는 길이×너비×높이, 휠베이스(mm)가 각각 4,830×1,865×1,525, 2,815이다. 베이스 모델인 푸조 508보다 너비 35mm, 높이는 70mm 크다. 차무게는 1,710kg. 볼보 V60CC는 4,635×1,865×1,545, 2,775(mm)다. 베이스 모델인 볼보 V60에 키만 65mm 올렸다. 무게는 1,705kg.
ROUND 1 : 심심함보다 독특함. 푸조 508RXH 승
푸조와 볼보는 ‘왜건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국내 시장에 끈덕지게 왜건을 출시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왜건 깎기’의 명가답게 길고 높아진 외형 변화가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푸조 508RXH은 우람하다. 작은 푸조차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육중에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높고 넓어진 차체는 ‘이것저것 짐도 많이 실리고 어디든 갈 수 있어’라고 말하는 듯하다. 508과 같은 헤드라이트를 쓰지만 안개등을 세로로 길게 늘여 포인트를 줬다. 3개의 LED로 구성된 독특한 헤드라이트는 사자 발톱을 연상시키고, 그 아래 세로줄 DRL/방향표시등은 사자의 발톱자국을 표현한 것이다. 브랜드 상징을 잘 살린 디자인이다.
한껏 힘을 준 앞모습과 탄탄한 옆모습을 보며 감탄을 연발하다 뒤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가 없다. 디자인 개발비용을 앞에 몰빵했는지 영 특색이 없다. 사자가 할퀸 자국을 연상케 하는 508의 후미등이라도 적용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볼보 V60CC의 디자인은 평이하다. 볼보 전 차종에서 느낄 수 있는 꽉 찬 단단한 이미지다. 하지만 이런 특징은 ‘개성이 없다’는 느낌으로 이어진다. 그나마 세로형 후미등이 조그만 일탈이라고 할까? XC90-S90-V90을 통해 퍼지고 있는 볼보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가 빠르게 번지기를 기대한다.
ROUND 2 : 역시 왜건은 넓어야. 개방감은 덤. 푸조 508RXH 승
길이와 휠베이스가 큰 푸조 508RXH의 실내가 훨씬 쾌적하다. 더구나 하늘을 다 담을 듯한 파노라마 루프는 뒷좌석 승객의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이와 함께 독립식 2열 공조시스템도 마련돼 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660L, 2열시트를 접으면 최대 1,865L으로 늘어난다. 2열시트는 적재함에서 원터치로 접을 수 있어 편리하다.
V60CC는 실내공간이 좁지만 디테일 면에서는 508RXH를 앞선다. 키가 커서 헤드룸이 더 여유롭다. 운전석에서 2열시트 헤드레스트를 접을 수 있고, 2열에는 어린이용 2단 부스터 시트가 설치되어 있다. 시트의 가죽재질이나 착좌감도 508RXH에 비해 뛰어나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692L, 2열시트를 접으면 1,664L까지 확장된다.
ROUND 3 : 효율적인 파워트레인, 안전 빠지면 섭하지. 볼보 V60CC 승
볼보 V60CC 시승차는 D4 트림으로 드라이브-e 기술이 들어간 2.0L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엔진에 사용된 i-ART시스템은 4개의 인젝터에 각각 연료 압력센서와 인텔리전트 칩이 달려 연료의 분사량을 조절하고, 분사압을 최대 2,500bar까지 끌어올려 연소효율을 높인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14.6km/L 수준이다.
푸조 508RXH에도 2.0L 디젤 엔진이 사용됐다. 6단 자동변속기와 만나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12.7km/L.
안전 및 편의장비는 볼보 V60CC가 풍성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보행자 및 자전거 이용자 감지 시스템,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을 포함하며 시티 세이프티,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을 갖추었다. 푸조 508RXH에는 사각지대 정보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등이 있고 예쁜 고양이가 대충 주물러주는 듯한, 미묘한 느낌의 운전석 안마기능이 있다. 참 시인성이 안좋은 HUD도 포함된다.
ROUND 4 : 안정된 코너링과 편안한 승차감. 볼보 V60CC 승
이제 경기는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푸조 508RXH는 키를 높인 티가 별로 안난다. 볼보 V60CC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극명하다. 하지만 운전석에 앉으면 시원한 시야가 펼쳐진다. 운전석을 높게 배치해 넓은 시야를 확보한 것. 볼보 V60CC는 슬쩍 보기에도 운전석이 높고 시야도 좋다. 두 차 모두 왜건과 SUV 중간 정도의 키를 갖고 있다. SUV의 높이가 부담스러운 여성들에게도 적당하고 어린이들이 뒷좌석에 오르내리기도 편하다.
초기 거동은 볼보 V60CC가 부드럽고 신속하다. 디젤 엔진의 소음도 작은 편이며 서스펜션도 말랑하다. 반대로 푸조 508RXH는 거칠다.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음이 크고 소리만큼 움직임이 빠릿하지도 않았다. 단단하지도, 그렇다고 말랑하지도 않은 프랑스차 특유의 서스펜션 감각은 차고를 높여도 그대로다. 이런 서스펜션으로 인해 508RXH는 고속주행에 잘 맞고, V60CC는 저속이나 오프로드 주행에 어울린다.
스티어링 휠은 V60CC가 무거운 편이다. 모드를 바꾸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저속이나 주차 시에 힘이 꽤 들어간다. 508RXH는 스티어링 휠의 크기에 비해 가볍게 돌아가지만, 단단한 서스펜션과 어울리지 못해 주행 중 이리저리 돌리면 한 박자 늦게 쫓아온다. 좀 헐거운 느낌. 고속 코너링에서도 키 큰 V60CC에 비해 쏠림이 심하고 허둥거린다. 서스펜션을 무르게 해 승차감이라도 개선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V60CC의 주행감각은 만족스럽다. 높은 차고로 인한 출렁임도 심하지 않고 노면소음이나 풍절음 없이 부드럽고 안정된 달리기를 꾸준히 이어갔다. 딱히 특출난 부분도, 모난 부분도 없는 평이한 수준이다.
특이한 두 차의 대결은 아쉽게 무승부로 끝났다. 푸조 508RXH는 개성 넘치는 외모와 넓은 실내공간을 자랑하며 탁 트인 시야는 뒷좌석 승객에게까지 즐거움을 안겨준다. 또한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단단한 서스펜션을 가졌다. 볼보 V60CC 조금 보수적인 디자인으로 중후한 매력을 뽐내고, 국내 지형에 맞는 폭신한 서스펜션 세팅, 운전자를 배려한 다양한 장비를 갖추어 어린이를 키우는 가정에 좀더 어울려 보인다. 언제나 그랬듯이 ‘선택은 당신의 몫’(이라고 쓰고, 떠넘기기라고 읽는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