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IS 200t, 터보가 전하는 콩닥거림
2016-05-24 15:20:53 글 이지수 기자
심장만 바꿨을 뿐인데… 변화의 폭은 기대 이상이다
렉서스 하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숨소리가 들릴 만큼 조용한 차? 구름 위에 앉은 것처럼 승차감이 좋은 차? 토요타가 1989년 벤츠와 BMW를 이긴다는 목표로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를 새로 만들었고, 미국에서 고급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경쟁자들이 갖지 못했던 안정성과 친절한 서비스, 저렴한 차값을 강조해 고급차 시장을 파고든다는 그들의 목표는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
데뷔한지 10여년이 지난 1998년 렉서스는 IS로 프리미엄 콤팩트 스포츠세단 시장에 뛰어든다. 아우디 A4,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IS가 도전장을 던진 것. 2005년 데뷔한 2세대 IS는 M이나 AMG를 연상시키는 고성능 모델(IS F)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행 IS는 2013년 등장한 3세대다.
이번에 국내 시장에 들어온 IS 200t는 2015년 초에 나온 NX 200t에 이어 렉서스 라인업에 두번째로 더해진 터보차저 모델이다. 연비와 성능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터보를 조합한 것이 특징. 앳킨슨 사이클은 피스톤의 압축 스트로크 길이를 폭발 스트로크보다 줄여 팽창비를 높이는 방식으로 엔진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IS 200t에 얹은 신형 2.0L 터보 엔진은 245마력/5,800rpm의 최고출력과 35.7kg.m/1,650~4,400rpm을 내 시원한 가속감과 파워풀한 달리기를 자랑한다. 전자제어 8단 자동변속기는 SPDS(Sport Direct Shift)로, 터보 엔진과 어울려 경쾌한 달리기를 뒷받침하는 1등공신이다.
역시 F-스포츠의 매력포인트는 매시 패턴 그릴이다
렉서스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잘 드러내는 스핀들 그릴과 L자 모양의 LED 주간주행등을 그대로 살리는 등 외관은 기존 IS 250에 비해 변화가 거의 없다. 트림은 F-스포츠를 포함해 모두 4가지. 시승차로 나선 F-스포츠는 전용 18인치 알루미늄 휠과 매시 패턴의 그릴, 전용 가죽시트와 전용 계기판, 도어 스커프 플레이트, 알루미늄 페달 등을 갖춰 멋스럽다. 또한 F-스포츠는 하체와 스티어링 휠 등을 단단하게 세팅했기 때문에 더 쫀득하고 스포티한 달리기가 가능한 모델이다.
오르막에서도 경쾌하고 파워풀한 몸놀림을 보인다
4개의 배기관을 2개로 합치고 실린더 헤드에 하나로 결합한 일체형 배기관을 써서 달릴 때 웅장한 음색을 뽑아내며, 트윈 스크롤 터보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1,500~2,000rpm의 저회전에서의 빠릿빠릿한 반응도 매우 인상적인 부분. 엔진 회전수에 상관없이 균일하게 오르내리는 출력 덕분에 출렁임 없는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다. 어떤 이는 이런 안정되고 꾸준한 몸놀림에 대해 펀(fun)한 드라이빙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렉서스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소프트하면서 안정감 있는 달리기 아닌가!
F-스포츠 전용 LCD 디지털 미터계
심장을 바꾼 만큼 그 매력을 정확히 느껴보고자 복잡한 시내와 구불거리는 와인딩 구간, 직선로 등 다양한 코스를 달려보았다. 시승을 하면서 엔진의 응답성과 8단 자동변속기의 변속감, 코너링과 저속에서 고속에 이르기까지 주행 안전성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그 결과 터보랙과 변속감, 주행 안정성은 모두 무척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주행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3가지다. 연료를 최대한 아껴 쓰는 에코 모드와 평범한 운전인 노멀 모드에서는 적당히 여유롭게 차를 몰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과 변속기, 스티어링, 서스펜션 등이 예민해져 꽤나 재미나고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급커브가 이어지는 산길에서 본격적으로 내달리자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꽁무니가 옹골지게 따라붙고, 신속하게 몸을 추스려 다음 턴을 준비하는 여유마저 보였다. 하지만 뒷바퀴굴림이기 때문에 눈이 내리거나 얼어붙은 길에서는 힘을 쓰기 힘든 만큼 겨울철에는 조심스럽게 몰아야 한다.
실내 정숙성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렉서스의 특징 그대로다. 터보 엔진이지만 노면 마찰음이나 바람소리 등이 거의 들리지 않아 바깥세상과는 단절된 느낌이 들 정도. 요철을 무난하게 타고 오르는 능력도 뛰어나다. 패드에 가죽 등의 표피를 씌우는 일반공법이 아닌 금형에 부착된 표피 안에 우레탄을 집어넣는 방식으로 제작된 F-스포츠 전용 스포츠 버켓시트는, 코너링에서도 몸을 잘 잡아주며 오랜 시간 앉아 있어도 큰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착좌감이 좋다.
2013년 국내에 들어온 V6 2.5L의 IS250은 훌륭한 차임에 틀림없지만 다운사이징 엔진의 경쟁모델에 비해 주목을 끌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IS200t가 그간의 핸디캡을 만회할 수 있을까? 렉서스에서 발표한 공인 복합연비는 10.2km/L. 연비를 생각하지 않고 마음껏 차를 몰아도 꾸준하게 리터당 9~10km를 기록했다. 시원하게 내달릴 수 있는 주행성능과 비교적 만족스러운 연비를 겸비한 흔치 않은 차다. 제법 익숙하지만 여전히 멋스러워 보이는 외관은 토요타 아키오 사장의 말처럼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며 탈 수 있게 만든다.
새로운 콩닥거림을 전하는 모델. 이번에는 경쟁자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