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370Z, 46년 전통 복고풍 스포츠카
2016-05-26 09:55:35 글 제이슨 홍
전통 방식의 곰탕에 요즘 유행하는 ‘핫한’ 양념을 뿌렸다
길쭉한 보닛과 낮은 지붕, 떡 벌어진 근육질 디자인. 오늘의 주인공, 닛산 370Z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370Z의 디자인은 1969년부터 46년째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의 산물이다.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말처럼 스포츠카의 기본에 충실한 복고풍 디자인은 존재감이 대단하다. 더군다나 시승차는 빨간색. 모든 남자의 로망, ‘빨간 스포츠카’를 타고 화끈한 데이트를 즐겼다.
보닛만큼이나 길쭉한 도어를 열려면 널찍한 곳에 주차하는 것이 좋다. 공간만 충분하다면 타고 내리기는 쉽다. 옆구리 부분이 두툼하지만 딱딱하지 않은 시트 덕분이다. 그럼에도 스웨이드로 덮여 몸이 미끄러지지 않는다. 스포츠카답게 시트 포지션은 상당히 낮다. 닛산의 수퍼카 GT-R보다 더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2016년형은 조향시스템도 개선됐다
실내도 복고풍이다. 내비게이션 화면이나 컬러 디스플레이 따위는 없다. 하지만 달리는데 필요한 기능을 충실히 갖췄다. 바짝 곧추선 스티어링 휠 너머로 중앙에 커다란 rpm계기가 자리한다. 변속시점을 알려주는 시프트 인디케이터도 달렸다. 수온계와 더불어 대시보드 상단에 오일온도 게이지도 달려 있다. 쉽게 달아오르는 370Z에게 꼭 필요한 계기들이다. 참고로 135℃가 넘어가면 엔진 냉각을 위해 안전모드로 들어간다.
370Z의 심장은 요즘 유행하는 다운사이징과는 한참 동떨어진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이다. 이 화석 같은 엔진이 바로 370Z의 매력 포인트! 7,500rpm까지 돌아가는 고회전형 엔진은 가속페달을 밟을수록 활기를 띤다. 스포츠카는 이런 맛이 있어야 한다. 달릴 만하면 계속 변속을 해야 하는 신세대 터보 엔진과는 완전히 다른 감성을 보여준다.
엔진 마운트를 재설계하고 흡음재를 보강했다
게다가 어떤 상황에서도 쉬 지치지 않는다. 같은 300마력대라도 2.0L 배기량에서 과급기로 쥐어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풍성함이 있다. 최근 테스트한 2.0L 터보들은 대부분 달리는 느낌이 제원표의 출력에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온도 변화에 민감해 한여름 과격한 주행을 반복하면 출력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바로 느껴질 정도다. 370Z의 VQ37VHR 엔진은 이런 걱정에서 완전히 해방이다. 오랜 숙성 기간을 거쳐 내구성까지 입증됐다.
변속기는 일반적인 토크컨버터 방식의 7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갔다. 직결감이 매우 뛰어나고 다운시프트 시 엔진 회전수 보상 기능이 정확하다. 기어를 내릴수록 변속 때마다 “부앙부앙~” 울리는 사운드가 대단히 자극적이다. 엔진회전이 레드존에 이르러 퓨얼컷이 걸리더라도 강제변속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 흔한 스포츠 모드조차 없다. 자동 아니면 온전히 운전자의 의지대로 반응하는 수동뿐이다. 자동변속기지만, 운전자의 실수까지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번 2016년형 370Z에는 오디오 브랜드 보스(BOSE)와 함께 개발한 ASE(Active Sound Enhancement) 기능이 들어갔다. ANC(Active Noise Cancellation)로 불필요한 소음을 없앤 후 스피커를 통해 근사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요즘 유행하는 핫한 신기술이 하나 추가된 셈이다. 의도한 소리만 들려주기 위해 방음재도 보강했다. 기존 370Z는 도로의 모래 튀는 소리를 비롯해 각종 기계음과 흡기음 같은 원초적인 소리를 들려줬다면, 2016년형은 한층 정제된 사운드를 들려준다. 바람직한 변화다.
몸놀림은 예상외로 묵직하다. 편평비 높은 타이어와 스포츠카치고는 비교적 부드러운 서스펜션 때문이다. 하지만 거친 길에서도 노면을 꽉 움켜쥐어 빠른 달리기에 최적이다. 짧은 휠베이스의 차가 보여주기 쉽지 않은 움직임이다. 뒷바퀴 부분의 강성이 충분하고, 트렁크 공간을 희생하면서까지 스트럿 타워의 위치를 높여 서스펜션 스트로크를 확보한 덕분이다. 이런 기본기는 국산 스포츠카에 많이 부족하다.
뒷바퀴 접지력이 좋은 만큼 핸들링은 언더스티어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테일 슬라이드가 점진적이기 때문에 강력한 출력으로 언제든지 차체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보더라도 ‘에브리데이 스포츠카’의 특성에 충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좀더 적극적인 주행을 원한다면 앞타이어 너비를 한 사이즈 키우는 것으로 충분하다.
가격인하! 스포츠카 중 값 대비 가치가 최고다
각종 환경규제와 시장의 흐름을 따르느라 스포츠카의 본질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차들이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현실이기에 클래식을 고집하는 370Z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더욱이 이번에는 570만원의 가격인하로 문턱을 낮췄다. 앞으로 370Z 같은 차는 다시 보기 힘들 것이다. 복고풍 스포츠카의 감성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반드시 눈여겨봐야 하는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