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V60, 실용성과 세련미의 달콤한 타협
2016-05-31 15:22:18 글 임유신 기자
V60은 볼보의 정통 이미지와는 다른 세련미를 추구한다. 공간 일부는 손해를 보았지만, 공간활용 편의성과 노하우만큼은 볼보에 바라는 그 이상의 수준이다.
V60의 핵심은 타협이다. 실용성을 추구하는 볼보의 왜건 정신에 반한다. 볼보 왜건은 각진 차체로 한 뼘도 남김 없이 공간을 뽑아낸다. ‘각진 볼보’의 특성은 세련된 디자인으로 변신하면서 이제 전통으로 남았다. 하지만 최적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박스형 짐칸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표본이 V70이다. 그에 비하면 V60은 크로스오버 감각을 살렸다. 경사지게 내려가는 후면부는 짐공간을 일부 희생하면서 스타일을 살린, 볼보의 ‘고심한 흔적’이다. 하지만 볼보 왜건의 역사를 살펴 보면 V60이 전통을 저버린 타협이 아니다. 1800ES 같은 스포티 왜건이 이미 1970년대 등장했었다. V60은 왜건도 크로스오버처럼 세련되게 만드는 요즘 트렌드와의 타협이다.
자동차업계에는 한 우물을 파는 회사들이 있다. SUV만 만드는 랜드로버(이젠 카브리오형 SUV도 내놓는다)와 지프, 납작한 스포츠카만 만드는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등이다. 볼보는 왜건 전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세단과 SUV, 해치백도 만들지만 왜건에 대한 집중도와 노하우만를 따지면 왜건 특화 브랜드라 할 수 있다.
볼보의 ‘왜건 명가’ 타이틀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전통에 기초한다. 더불어 볼보 왜건이 왜건의 진리로 통하는 이유는 공간 활용성에 있다. 기본적으로 박스형이라 공간이 아주 넓다. 쉽게 접히는 뒷좌석, 접었을 때 평평한 바닥, 공간의 쓰임새를 높이는 각종 액세서리와 아이디어 등 활용도가 아주 높다. 볼보 특유의 가족을 위한 콘셉트와 안전성도 왜건의 가치를 높인다.
이보다 지상고가 65mm 더 높은 V60cc도 있다
V60은 왜건 명가 볼보의 노하우가 집약된 모델이다. 거기에 세련미를 더한 신세대다. 위로는 정통 볼보 왜건의 모습을 지닌 V70이 있고, 아래로는 기존의 볼보 이미지를 저만치 앞서나가는 V40이 자리한다. V60은 V40과 V70의 중간형태. 생김새는 영락 없는 볼보다. 패밀리룩으로 통일한 앞모습이나 수직형 테일램프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이전의 볼보 왜건과 다른 부분은 옆쪽이다. 비스듬히 내려가는 루프라인과 역시 꺾어져내리는 후면 라인은 볼보가 고집스레 지켜온 박스형과는 거리가 멀다. 벨트라인을 높게 설정해 측면 유리창이 좁고, 앞에서 뒤로 흐르는 옆유리 상단은 루프보다 가팔라 내리꽂듯이 뒤로 이어진다. 스포츠 쿠페의 분위기를 왜건에 심어 역동성을 강조한 갓이다. 실내도 볼보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살아 있다. 지루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 사용법이나 편의성은 우수하다. 센터페시아에 버튼이 많아 불편하다는 사람도 있지만 자주 접하면 익숙해진다. 볼보의 획기적 전환점이 된 XC90을 따라 앞으로 나올 모델들은 실내에 큰 변화가 있으리라 예상된다.
V60 D4는 트윈터보다
V60은 국내에서 D3와 D4 두가지 트림이 팔린다. 시승차는 D4. 2.0L 트윈터보 디젤로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에 이르는 넉넉한 힘을 자랑한다. 변속기는 8단 자동(기어트로닉)이고 앞바퀴를 굴린다. 힘은 좋다. 디젤의 ‘토크빨’이 여유롭게 차를 이끈다. 엔진은 반응이 빠른 편이고, 부드럽고 매끈하게 속도를 올린다. 정숙성 또한 디젤치고는 만족스러운 수준.
핸들링은 날카로운 맛은 덜하지만 정확하게 반응해 믿음직스럽다. 왜건의 특성상 뒤가 불안할 법도 한데,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고서는 세단과 크게 차이가 벌어지지 않는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쪽이다. 전반적으로 여유 있는 힘으로 안정감 있게 달리기 때문에 특별히 불만을 느낄 구석은 없다.
트렁크 공간은 가장 할 말이 많은 부분이다. V60이 크로스오버적인 세련미를 추구해도 그 속에는 여전히 볼보 왜건의 피가 흐른다. 우선 트렁크를 열면 적당히 여유 있는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휠하우스의 침범을 최소화해 공간을 최적화했다. 경사진 트렁크 라인 때문에 조금 손해를 보았지만 키큰 짐을 싣지 않는다면 불편할 일은 없어 보인다.
바닥의 절반을 살짝 들어올리면 널빤지가 올라와 중간위치에 간이 칸막이가 생긴다. 널빤지 중간에는 쇼핑백 등을 고정시킬 수 있도록 고무줄이 달려 있다. 바닥 전체를 들어 올리면 널찍한 수납공간이 나타난다. 바닥판은 고리를 차 상단부에 걸어 개방상태를 유지한다. 아이디어 하나하나가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뒷좌석은 4:2:4 분할 구조여서 폴딩시 공간 활용에 있어서 경우의 수 하나를 더 추가한다. 시트는 버튼을 눌러 접는데, 동시에 헤드레스트가 앞으로 꺾인다. 바닥에 접혀 들어갈 때 앞시트에 걸리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 헤드레스트를 뗄 필요도 없고 번거롭게 손으로 조절하지 않아도 된다. 접힌 바닥은 평평하다. 기본 430L의 공간이 1,250L로 커진다. 운전석과 짐칸은 그물망으로 막을 수 있다.
이걸 다 마트에서 샀다고?
짐공간을 이용하는 방법이 매우 편하고 활용도가 높다. 시승차에는 없지만, 트렁크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는 액세서리를 장만한다면 활용법은 무궁무진해진다. 유럽에서는 왜건의 인기가 좋아서 다른 브랜드 왜건들도 볼보와 비슷한 수준의 편의성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따지면 볼보가 가장 우수하다. V60은 스타일을 위해 공간을 약간 희생했다. 하지만 사용해보면 줄어든 공간으로 인한 손해는 아주 미미하다. 공간활용에 있어서 볼보를 따라올 차가 없다. 이런 사실을 알고 V60을 선택했다면 세련된 디자인은 덤이다. 반대로 짐공간에 대한 기대 없이 스타일을 보고 샀다면 탁월한 공간활용도가 덤이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었든 ‘덤&덤’이다. 이것이 바로 볼보 왜건의 노림수이자 노하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