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티볼리 에어, 적재공간 업! 험로주파력 업!
동급 유일한 4WD에 공간도 차고 넘친다. 거기다 가격까지 합리적이다
2016-07-26 08:46:34 글 김종우 기자
요즘 인기 높은 콤팩트 SUV의 단점을 몇가지 꼽아보자. 먼저 SUV이긴 하지만 차체가 낮거나 네바퀴굴림을 지원하지 않는 모델이 많아 오프로드를 만나면 움츠러들게 된다. 또 하나의 단점은 좁은 적재공간이다. 복잡한 도시에서 부담 없이 사용하려면 콤팩트한 차체가 맞긴 한데, 주말에 이것저것 때려싣고 가족단위로 놀러 가기엔 좁은 짐공간이 많이 아쉽다. 다용도로 쓸 수 있는 SUV 본연의 장점이 발휘되는 못하는 것이다.
해치백의 콤팩트함에 매료된 사람이 운전석이 더 높고 공간 활용성이 좋은 콤팩트 SUV로 옮겨가듯이 콤팩트 SUV를 타는 사람들은 조금 더 넓고 SUV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모델로 슬쩍 눈이 가게 마련이다. 이런 고객을 잡기 위해 메이커들은 소형 SUV의 몸집을 키우거나 틈새모델을 개발하거나 아니면 세단, 왜건, SUV를 이리저리 끼워 맞춘 변형모델을 내놓고 있다.
적재공간에 허덕이는 캠핑족이 본다면 바로 계약할 듯
쌍용차는 적재용량을 키우는 것으로 새로운 수요에 대응했다. 그 주인공은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데뷔한 티볼리 에어다. 이 차의 베이스가 되는 티볼리가 현재 쌍용차를 먹여 살리는 효자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티볼리는 지난해 국내에서 4만5,000대 이상 팔렸다. 이는 2002년 렉스턴이 세운 자사의 연간 판매기록을 갈아치운 수치로, 동급 경쟁모델인 르노삼성 QM3, 쉐보레 트랙스보다 최대 3만여대가 많다. 쌍용차는 티볼리 에어가 거센 티볼리의 돌풍을 계속 이어가는 기폭제 구실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티볼리의 총 판매 목표를 9만대로 잡았으며 그중 약 2만대가 티볼리 에어의 몫이다.
220V 콘센트를 사용할 수 있다, GOOD JOB
티볼리 에어는 티볼리의 너비와 휠베이스를 그대로 유지한 채 적재함의 넓이와 높이를 조금씩 늘였다. 길이×너비×높이(mm) 4,440×1,795×1,635, 휠베이스는 2,600mm로 티볼리에 비해 길이 245mm, 높이 45mm가 늘었다. 개발 초기 7인승이라는 소문이 돌 때만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기대감이 컸다. 콤팩트 SUV에서 MPV로의 트랜스폼을 통해 존재감이 전무한(기아 카렌스가 있지만 판매량을 살펴보길) 국산 MPV 세그먼트에 활력소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쌍용차는 카렌스를 타산지석으로 삼은 듯 모험을 하지 않았다.
뒤쪽 길이만 쭉 늘인 것이 아쉬웠는지 외관을 티볼리와 다르게 매만져 프론트 그릴 등이 달라졌다. 그리고 티볼리 에어 전용 엠블럼을 달았다. 길어진 적재함 부분은 코란도 투리스모를 보는 것 같아 조금 아쉽지만 전체적인 밸런스는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다. 미니의 여러 가지치기 모델처럼 티볼리도 에어를 시작으로 다양한 보디를 추가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눈에 띄는 개성을 부여했다. 마침 루머이긴 하지만 해외 에선 2인승 티볼리 컨버터블 모델에 대한 소식도 들려왔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일 없다고 하지 않았나?
실내 디자인은 티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궁금한 것은 늘어난 길이를 모두 흡수한 적재함. 기본용량은 무려 720L에 이르고 2열을 접으면 최대 1,440L까지 늘어난다. 넓어진 공간도 공간이지만 세심하게 챙긴 디테일이 만족스럽다. 적재함 바닥을 2단으로 나누어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고 양쪽에 사이드포켓과 밴드를 마련했다. 또한 레저활동에 필수적인 220V 콘센트를 추가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쌍용차에 이런 디테일이라니!
파워트레인은 1.6L 디젤과 6단 수동 또는 아이신제 6단 자동을 선택할 수 있다. 최고출력 115마력, 최대토크는 30.6kg·m를 낸다. 서스펜션 구성은 앞 스트럿, 뒤 토션빔이며, 네바퀴굴림을 선택하면 뒤 서스펜션이 멀티링크로 바뀐다. 시승차는 네바퀴굴림에 선루프를 제외한 모든 장비가 포함된 최상급 트림이다. 여기에 스키드 플레이트, 카본 사이드미러 커버, C필러 카본 커버 등이 적용됐다. 티볼리 디젤 스탠다드 출시 당시 인제 서킷에서 시승해볼 기회가 있었다. 국산 SUV 같지 않게 단단한 서스펜션과 rpm을 끝까지 사용하며 변속하는 점, 직관적인 스티어링 감각 등이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쌍용차가 벤치마킹했다고 밝힌 미니 컨트리맨을 닮았다고 할까?
꽁무니가 길어진 티볼리 에어는 티볼리 스탠다드(디젤, 4WD)보다 40kg 정도 무게가 늘어나고, 휠베이스는 동일하다. 이 때문에 초기 거동이나 직선주행감각은 티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스티어링 휠이 타이트하지 않고 스티어링 감각이 조금 무딘 편이다.
아직 300km 정도밖에 달리지 않은 새차임을 감안하면 가속성능도 나쁘지 않지만 배기량의 한계가 분명히 느껴졌다. 엔진과 노면소음, 풍절음은 잘 걸러내지 못했다. 특히 선루프가 없음에도 풍절음이 컸다. 고속 코너에서는 티볼리 디젤에 비해 말랑해진 서스펜션과 높아진 키로 기우뚱거림이 좀 있는 편이다. 욕심을 부려 조금 과격하게 몰면 오버스티어 경향을 보인다.
동급차로는 유일하게 4WD를 선택할 수 있어 오프로드를 헤집을 수 있는 자신감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오프로드에 진입하면 차고가 낮아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넓어진 실내공간과 가격경쟁력으로 현대차 투싼과 기아차 스포티지로 이동하는 구매층을 잡겠다고 밝혔다. 경쟁력은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티볼리 에어의 활시위가 형제모델인 코란도C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가격대가 높은 코란도C의 수요를 아랫급 모델이 가져간다면 쌍용차로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티볼리 에어의 화살이 라이벌의 미간에 적중할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