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푸조 308GT vs 폭스바겐 골프 GTD
독일에 던진 프랑스의 도전장
2016-07-29 10:47:57 글 김종우 기자
올해 초 푸조에서 308의 고성능 디젤 모델인 308GT를 출시했다. 신차 출시현장으로 이동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걸 폭스바겐 골프 GTD랑 붙여봐?’였다. 아직 신차를 보지고 않았고, 제원도 잘 모르는 상태인데 무의식적으로 ‘경쟁’이라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거다, 하아~.
스케줄표를 정리하면 두 차의 시승날짜를 잡고 시승계획을 짜던 중 갑자기 서로 물고 뜯는 싸움을 붙이지 말고 ‘평화롭게’ 달리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두 차의 비교시승 콘셉트를 vs가 아닌 with로 잡았다. 이 얼마나 대견한 생각인가 말이다.
출발지는 〈탑기어〉사무실이 있는 서울 가산동이다. 주차장에는 오늘의 주인공인 푸조 308GT와 폭스바겐 골프 GTD가 서 있다. 골프 GTD는 지난해 12월 추가된 GTD 익스트림 에디션이다. 푸조 308GT의 추가로 국내에서 고를 수 있는 수입 고성능 디젤 해치백은 3종으로 늘었다. 이 자리에 없는 미니 쿠퍼 SD 5도어까지 포함하면 말이다.
두 차는 2.0L 디젤 엔진을 사용하며 크기와 성능이 대동소이하다. 308GT의 경우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는 40.8kg·m이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고, 앞바퀴를 굴린다. 골프 GTD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7kg·m의 성능을 낸다. 변속기는 6단 DSG를 쓰며 역시 앞바퀴를 굴린다.
차체(길이×너비×높이)는 308GT가 4,255×1,805×1,460mm, 골프 GTD는 4,255×1,800×1,450mm다. 휠베이스는 각각 2,620mm, 2,640mm로 크기가 거의 같다. 308GT는 308 2.0보다 차고를 10mm 낮춰 좀더 스포티함을 강조했지만 골프 GTD는 TDI 모델과 비교해 바뀐 부분이 없다.
외관 디자인은 기본형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차별점이 없다. 308GT는 안개등을 생략하고 그곳에 흡기구를 장착했다. 프론트 그릴과 앞쪽 펜더, 해치도어에 GT 배지를 달았으며, 뒤에는 듀얼 머플러로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골프 GTD 역시 차이점을 찾기 쉽지 않다. 안개등을 살짝 손보고 프론트 그릴과 해치도어에 GTD 배지를 붙인 정도다. 뒤쪽에 트윈 머플러를 달아 역시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형제모델인 GTI는 프론트 그릴에 모델 아이덴티티인 빨간색 띠를 두른 것과 비교하면 외관상의 임팩트가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승코스는 서울 도심 지역과 서울-춘천고속도로의 고속구간, 그리고 춘양로 국도 및 와인딩 구간으로 정했다. 특히 평화의 댐 근처의 와인딩 구간에서 두 차의 성격이 확실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번 시승에선 연비에 신경을 쓰지 않아 스포츠 모드 선택과 풀액셀링 등을 거침없이 할 수 있었다. 308GT는 노멀과 스포츠 모드를, 골프 GTD는 에코, 스포츠, 노멀, 인디비주얼 모드를 제공한다. 두 차는 공통적으로 스포츠 모드에서 운전 감각이 확연히 달라진다.
서울 도심은 평일이든 휴일이든, 낮이건 밤이건 언제나 막힌다. 들뜬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아도 심한 정체로 인해 금세 흥이 꺾여버린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느낀 건 푸조의 스톱 앤드 고 시스템이 정말 부드럽다는 것이다. 정지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떼면 지체 없이 시동이 걸리고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반면 골프 GTD는 상대적으로 껄끄러운 감각 때문에 기능을 끄고 다녔다. 그뿐만 아니라 변속감도 불편했다. 스포티한 성격에 맞추어 세팅한 것인지 가속페달을 살살 밟는 중저속 구간에서 변속타임을 늦게 가져간다. 반면 308GT의 변속은 매우 빠릿하다. 제원을 읽지 않았다면 이쪽이 듀얼클러치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시프트다운 역시 착착 내려와 편안한 운전감각을 보여줬다.
막히는 도심을 통과해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기자는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풀액셀링을 시작했다. 두 차 모두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적용됐다. 308GT의 경우 계기판의 속도계와 회전계가 빨간색으로 바뀌고, 중앙모니터엔 출력과 토크, 터보 부스트 등이 표시된다. 강렬한 빨간색으로 확 바뀌니 뭔가 극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308 1.6L 모델에서 이미 경험한 것이다.
고성능을 표방하는 GT임에도 1.6 다운사이징 모델과 다르지 않아 두 차를 모두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돈 들인 보람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GT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손해다). 5분 이상 들으면 속이 울렁거리는 사운드 제너레이터 ‘소음’도 그대로다.
골프 GTD는 스포츠 모드로 변경해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 역시 사운드 제너레이터가 작동되는데, 소리가 과장되지 않아 훨씬 듣기 편했다. 고속구간에서는 rpm을 끝까지 쓰면서 변속되는 것도 스포티한 감각을 전해준다.
서스펜션도 308GT에 비해 단단하고 스티어링 감각도 직관적이다.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는 주요 구매층의 요구에 딱 맞는 세팅이다. 308GT는 스포츠 감각보다 장거리 투어링 감각이다. 서스펜션은 쫀쫀하고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조금 여유롭게 따라온다.
중간지점인 홍천휴게소에 잠시 들러 두 차의 인테리어를 살펴봤다. D컷 스티어링 휠에 각각 GT, GTD라는 레터링을 새겨넣은 건 쌍둥이처럼 닮았다. 그립감은 308GT가 조금 더 폭신했다. 또 빨간색 스티치로 실내 곳곳에 포인트를 줬다. 운전석 쪽으로 기울어진 센터페시아가 역시 기울어진 i콕핏과 스티어링 휠 위로 보이는 계기판은 볼 때마다 매력적이다.
골프 GTD는… 골프는 하도 많이 봐서 이젠 내 차인가 싶을 정도다. 누가 봐도 ‘국민차 만드는 독일 사람이 만들었소’다. 외관에서도 느꼈지만 앞으로 8세대부터는 GTD 글자만 붙이지 말고 실질적으로 차별화를 하면 어떨까 싶다.
튀김우동도 한 그릇씩 먹었겠다 다시 남은 길을 달리기로 한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로 접어 들었다. 노면 상태가 좋지 못한 국도구간에서는 308GT의 편안한 승차감이 빛을 발했다. 308GT의 서스펜션 구성은 앞 스트럿, 뒤 토션빔이다. 골프 GTD는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방식이다.
양구로 접어들어 평화의 댐이 가까워오자 구불구불 와인딩도로가 펼쳐졌다. 이 날은 기온이 크게 떨어져 도로가 살짝 얼어 있는 상태였다. 두 차 모두 패들시프터가 장착돼 있어 수동변속이 훨씬 수월했다. 다만 308GT는 패들시프터가 스티어링 칼럼에 붙어 있어 급한 코너링 때는 조작하기 어렵다. 글을 읽어 보면 눈치채겠지만 도대체 무슨 평화로운 시승했는지 의구심이 들 것이다. 30년 이상 경쟁구도에서 살다 보니 차를 번갈아 타면서도 비교하게 되고, ‘이 부분은 더 좋네, 저 부분은 안 좋네’ 하며 평가를 내리게 됐다. 특히 와인딩 구간을 접하고 나서 평가질이 더 심해졌다. 그래서 ‘평화로운 시승’은 평화의 댐을 찍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와인딩 구간에서 308GT는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실제로 골프 GTD보다 60kg 무겁다). 이는 가벼운 스티어링 휠과 말랑한 서스펜션에 의한 것으로 큰 부담 없이 고속 코너링이 가능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고성능 해치백에 바라는 스포티한 감각은 느낄 수 없었다. 긴 코너에서는 쏠림과 롤링이 좀 심해 코너 바깥쪽으로 많이 비켜나갔다.
골프 GTD는 고성능 해치백에서 기대되는 것들을 정확히 품었다. 즉각적인 스티어링 반응과 단단한 하체, 가속 및 변속반응이 예민하다. 패들시프터를 쓸 때의 변속도 수준급이다.
가솔린 엔진만큼은 아니지만 시프트다운 시 웅웅거리며 rpm을 맞추는 소리도 매력적이다. 멀티링크의 장점은 코너에서 차를 한계에 몰아붙일 때 발휘됐다. 긴 코너간에서 지속적인 횡가속도를 받아도 쏠리는 현상이 308GT보다 적고 안쪽 코너를 파고들기도 수월했다.
목적지인 평화의 댐에 도착했다. 처음에 계획했던 우아하고 평화로운 시승은 실패다. 경쟁하지 않고 각 모델의 장점만 생각하며 달리자고 마음먹었건만 시승하는 내내 두 차를 비교했다. 결국에는 경쟁구도다. 도로상황이 좋지 않아 시승 후 꼬질꼬질해진 두 차의 모습도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도 왕복 500km의 긴 여정에 의미를 부여해보자면 성격이 다른 디젤 핫해치의 추가로 소비자들은 선택폭이 넓어졌다는 것. 또 그렇게 오고싶어 했던 영국 〈탑기어〉 기자들에게 ‘평화의 댐이 이런 곳’이라고 소개했다는 것이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