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페이스리프트, 쉐보레 캡티바
2016-08-09 13:55:38 글 김준혁 기자
당연히 얼굴이 달라졌다. 특히 프론트 그릴이 많이 변했다. 신세대 쉐보레인 스파크, 미국에서 먼저 데뷔한 신형 말리부나 크루즈 같은 역동적인 그릴 디자인이 적용됐다. 헤드램프는 최신 쉐보레처럼 L자형 LED 주간주행등이 들어갔다. 그래서인지 이전보다 확실히 젊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5년 전 나온 1세대 캡티바와 비교했을 때의 얘기이고, 경쟁모델과 비교하면 상황은 우울해진다.
솔직히 시승을 마친 뒤에도 실내 디자인이 바뀌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어쨌든 변화는 센터페시아에서 일어났다. 어지럽게 널려 있던 오디오 조작부가 터치스크린 방식의 마이링크에 통합되어 한결 깔끔해졌다. 마이링크에는 동급 최초로 애플 카플레이가 적용됐다. 스티어링 휠도 3 스포크 타입으로 바뀌었으니 눈길을 줘보자.
제원상으로는 유로5 엔진과 큰 차이가 없지만 힘이 더 세진 것처럼 느껴진다. 저회전대에서 터지는 최대토크 때문인 것 같다. 부드러운 회전수 상승도 생각보다 좋다. 한마디로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엔진이다.
이 엔진의 힘을 받쳐주는 새로운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의 매끈한 감각도 좋다. 하지만 변속기가 너무 얌전하다. 액셀 페달을 꽉 밟아도 킥다운이 안되고 계속해서 엔진 회전수를 낮게 유지하려고 한다. 쉐보레에서 내세우는 캡티바의 장점 중 하나인 엔진 정숙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인가 보다.
아니다, 끝까지 읽어보도록! 캡티바의 이런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스포츠 모드를 누르자. 그러면 엔진 반응이 빨라지고, 변속기는 엔진 회전수를 높게 붙들어 맨다(수동 모드를 선택하면 스포츠 모드가 해제된다). 느낌 자체는 스포티하다. 차체가 가벼워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속감도 빨라진다. 맘만 먹으면 150km/h까지도 문제없이 달릴 수 있다. 고속주행 안정성도 훌륭해 직선 주행에서는 어디 하나 흠잡기 어려울 정도로 잘 다듬어졌다.
아쉽게도 코너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티어링의 반응 속도가 한템포 늦고, 피드백이 전혀 없어 빠르게 달리는 캡티바를 컨트롤하기가 부담스럽다. 서스펜션도 마찬가지. 기본 성향이 승차감 위주의 소프트한 성격이어서 속도를 높여 코너에 진입하면 여지없이 롤링이 나타난다. 본능적으로 브레이크 페달에 발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코너를 탈출할 때는 언제 그랬냐는듯 기운찬 모습을 다시 보여준다.
대다수가 아는 사실이지만, 곳곳에서 ‘나 장수 모델이오’라는 티가 너무 많이 난다.
한국지엠에 의하면 캡티바는 이전 윈스톰 시절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품질과 관련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튼튼하고 신뢰성 있게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캡티바를 산 사람이 화려한 디자인과 편의장비가 풍부한 경쟁모델에 눈길을 돌리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일 것이다.
이런저런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가격이 좀더 저렴하다면 모를까, 매력을 찾기 어렵다.
〈탑기어〉 2016년 5월호 발췌 ·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