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온 그대, 포드 포커스 디젤
유럽 소형차 시장의 베스트셀러 포드 포커스 디젤. 이 똘똘한 녀석을 길에서 자주 보고 싶다
2016-08-25 13:15:41 글 이지수 기자
1998년 선보인 포드 포커스는 해마다 100만대 이상 팔리는 월드 베스트셀러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것은 독일 자를루이 포드 공장에서 만든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포커스 디젤은 3세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포드의 키넥트 디자인 모티브를 적용해 프론트 그릴과 휠 등을 스포티하게 다듬고, 주행할 때 도로상황에 따라 밝기와 각도가 달라지는 어댑티브 바이-제논 헤드램프도 달았다.
가장 큰 변화를 맞은 것은 파워트레인이다. 기존의 1,997cc 디젤 엔진을 대체하는 1,499cc 듀라토크 TDCi를 쓰고, 여기에 듀얼클러치 방식의 습식 6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이를 바탕으로 120마력/3,600rpm의 최고출력과 27.5kg·m/2,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며, 공인복합연비 18.1km/L를 자랑한다.
숫자만 보면 ‘연비는 좋지만 밋밋하게 달리는 그저그런 소형차’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스티어링 휠을 잡고 조금만 달려보면 근거 없는 선입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차에 올라 가속페달을 밟자 저회전에서부터 터져나오는 디젤 엔진 특유의 시원한 토크감으로 차체를 가뿐하게 이끌고, 고속주행 때도 출력 부족이나 답답함을 전혀 느낄 수 없다.
기자가 드라이브를 즐긴 도로는 뻥 뚫린 자유로와 외곽순환고속도로. 지나던 차와 우연히 경합이 붙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고속주행을 하게 됐었는데, 이 차의 성능을 전부 사용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글을 읽고 ‘뻥 치시네’라고 비웃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좀더 탄탄한 주행이 가능한 스포츠 모드에 맞추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섀시와 스트럿, 멀티링크 조합의 서스펜션도 차체를 잘 받쳐준다. 아우토반을 주무대로 하는 ‘메이드 인 저머니’답게 탄탄함이 눈에 띄며, 경쟁모델인 폭스바겐 골프보다 더 안정감이 높다. 디젤 엔진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소음과 진동도 대단히 만족스럽다. 동반석에 탔던 몇몇 사람이 “독일산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더 나은데”라고 감탄할 정도로 정숙성이 뛰어났다.
시승차는 티타늄 모델로, 상급인 티타늄 플러스에 들어가는 자동주차보조 시스템과 스티어링 휠 열선, 패들시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이탈경보 시스템 등이 빠져 있다. 만약 구매 의사가 있다면 160만원을 더 내고 티타늄 플러스를 고르는 것이 좋겠다.
한가지 더 아쉬운 부분은 지난번 시승한 포드 쿠가에서도 불편함을 느꼈던 음성인식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싱크(SYNC)에 대한 것이다. 한글화시켰다는 홍보자료와 달리 안내음성이 영어로 나왔다. 라디오가 간절히 듣고 싶었던 기자는 “Turn on the radio” (라디오, 레이디오 이것저것 해봤다)라는 문장을 수십번 외쳤지만 라디오는 켜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소리를 높이거나 줄이는 등의 일도 만만치 않았다. 포커스가 국내에서 잘 팔리기 위해서는 편의장비를 좀더 쓰기 편하게 다듬어야 할 것 같다.
포커스 디젤은 부족함 없는 달리기 실력과 뛰어난 연비, 풍부한 안전·편의장비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만능 재주꾼이다. 하지만 판매 실적은 그리 좋지 못한데, 국내 수입차 시장을 독일 브랜드가 독식하고 있는데다 유럽 포드임에도 소비자에게는 미국차라는 인식이 박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 활기차고 재주 많은 녀석을 길에서 자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탑기어> 2016년 3월호 발췌 ·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