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C vs 포포, 한국에서 발견한 진짜배기 시티카
2016-09-21 08:00:00 글 김준혁, 김종우 기자
서울 같은 복잡한 도시에서는 아담한 시티카가 딱이다. 시티카는 복잡한 골목길을 가뿐하게 지나다니고 좁은 공간에서 주차하기 쉽다. 경차라고 부르는 국산 시티카는 개성이 없다. 디자인은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유럽(아니면 일본) 시티카처럼 개성 있는 스타일을 보여주지 못한다. 재미도 없다. 대부분 유럽 시티카는 날렵한 달리기는 기본이고 기발한 디자인과 공간 활용성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유럽산 시티카인 피아트 500C와 스마트 포포만 봐도 답이 나온다. 이 둘은 아담한 차체에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튀는 스타일을 뽐낸다. 크기는 국산 경차와 비슷하다. 길이는 3.6m가 채 되지 않고 너비는 경차 규격인 1.6m를 살짝 넘는다. 실내는 어른 4명이 탈 만하다.
작은 차체에 담아낸 디자인은 수준이 상당히 높다. 500C와 포포는 시티카인데도 지붕이 열린다. 시티카의 기본인 실용성을 ‘아주 조금’ 포기하는 대신 지붕을 열어 스타일을 챙겼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붕이 열리는 차에 열광한다. 달리기 실력과는 무관하게 좀 스포티하게 생긴 차가 지붕까지 열리면 ‘스포츠카’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지붕 열린 자동차들이 스포티하게 생겨서 아닐까?
(좌, 500C) 클래식하지만 깔끔하지 못하다 (우, 스마트) 방식은 비슷하지만 열리는 범위는 다르다
500C와 포포도 상당히 주목 받는다. 500C와 포포의 지붕이 열리는 방식은 비슷하다. 도어 프레임과 루프 필러, 사이드 윈도가 남아 있는 슬라이드 백 패브릭 컨버터블 모델이다. 애써 세팅한 머리가 무자비하게 헝클어지지 않아 여성들이 선호한다는 ‘맞춤형 오픈 에어링’을 제공한다.
지붕이 열리는 면적은 다르다. 500C는 매력적인 패브릭 톱-그것도 강렬한 레드-이 트렁크 게이트 위까지 열린다. 옆이 막혀 있어도 개방감이 상당하다. 주변의 시선이 느껴질 정도다. 지붕이 끝까지 열리는 게 부담스러우면 1열 또는 2열 위까지만 열 수도 있다. 80km/h 속도 이하에서 지붕을 여닫을 수 있으니 부담스러운 시선이 느껴지면 달리는 중이라도 버튼을 꾹 누르면 된다. 작동속도는 빠르지만 접힌 지붕은 영 폼이 나지 않는다. 쭈글쭈글 대충 뒤로 접혀 들어간다. 개인에 따라 다르게 보일 테니 큰 단점은 아니라고 치자.
접힌 루프의 문제점은 적재공간이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앞에서 실용성을 아주 조금 포기했다고 했는데 지금 보니 조금이 아닌 것 같다. 쿠페 형태인 500의 트렁크 용량은 268L인데 500C는 152L로 100L 이상이 줄어들었다. 4명이 타면 무릎 위에 각자의 가방을 올려놔야 할 정도로 짐공간이 확 줄어든다.
스마트는 독특한 투톤 컬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포포도 지붕을 열면 500C 만큼이나 멋지다. 자세가 잘 나온다. 포투를 통해 국내에 먼저 소개된 새로운 스마트 디자인은 여전히 독특하다. 디자인이 비슷한 포투는 차체가 너무 짧아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였는데 포포는 휠베이스가 2,490mm로 늘어나 상당히 안정적이다. 앞뒤 오버행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짧다. 독특한 투톤 컬러도 국산차에서는 볼 수 없기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지붕까지 열면 ‘저 차, 뭐야?’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포포의 지붕은 500C와 달리 C필러 위쪽 어딘가에서 멈춘다. 그래도 개방감이 꽤 좋다. 지붕은 500C처럼 접혀서 열리지만 작동 제한속도는 100km/h로 500C보다 높다. 지붕을 열고 달리면 주행소음 때문에 대화가 힘든 500C와 달리 포포는 바람을 잘 다스리는 편이다. 개방감을 살리면서 실내로 유입되는 바람을 최소화했다. 주변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고속도로에서도 지붕을 열고 달려도 된다.
(좌, 500C)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가 663L까지 늘어난다. (우, 스마트) 바닥을 들추면 엔진이 훤히 보인다. 포르쉐 같다
포포는 지붕이 트렁크 게이트까지 열리지 않아 실용성을 잃지 않았다. 트렁크 기본용량은 260L로 500C 쿠페와 대동소이하다. 생김새만 봐서는 500보다 트렁크가 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유는 단 하나. 엔진을 뒤차축에 얹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르쉐처럼 앞쪽에 트렁크가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곳에는 배터리와 냉각장치가 빼곡하게 들어 있다.
소형차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구성 때문에 포포는 달리는 맛이 상당히 좋다. 앞차축 위에 무거운 ‘물건’이 없고, 뒷바퀴를 굴리는 덕분에 핸들링이 상당히 경쾌하다. 이전 세대는 파워 스티어링이 아니어서 피드백이 좋고 반응속도가 빨랐지만 어딘가 불편했다. 이번 모델은 전동식 스티어링을 채용해 부드러우면서 민첩한 스티어링 조작이 가능해졌다.
차체는 작지만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승차감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나무의자에 앉은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독일산 B세그먼트 해치백 이상으로 승차감이 좋다. 도로의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은 작은 몸집이 무색할 정도다. 고-카트 느낌을 전달하는 스마트 특유의 박진감도 남아 있다. 직렬 3기통 999cc 엔진은 포포를 끌고 좁은 도로를 요리조리 공략하는 데 문제가 없다. 다만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발목을 붙잡는다. 분명 듀얼클러치인데 느낌은 싱글클러치 같다. 변속 충격이 크고 반응속도도 빠르지 못해 재미있게 달리고자 하는 운전자의 의지를 거스른다. 브레이크는 옷자락을 물고 늘어진다. 제동시점이 일정치 않아 적극적인 달리기를 망설이게 한다. 포포의 무게가 가볍다는 사실이 고마울 뿐이다.
500C는 상대적으로 드라이빙 포지션이 높아 시야가 좋다. 이와 함께 콤팩트한 차체로 좁은 골목이나 주차장에서 거침 없이 다닐 수 있다. 서스펜션 세팅은 정말 부드럽다. 고속주행이나 코너링 시 조금 튀는 경향이 있지만 도시에서 탈 목적이라면 문제 없다. 6단 자동변속기는 차분하게 변속을 이어간다. 가속페달을 급하게 밟으면 잠시 버벅거리다가 이내 페이스를 되찾는다. 1.4L 엔진은 소음도 크고 고속주행 시 뒷심이 약하다. 그래도 규정속도 내에서 추월가속은 문제가 없다. 500C는 힘차게 달리기 위한 차는 아니다. 하지만 복잡한 도시를 요리조리 헤집기엔 충분하다. 500C는 도심에서만큼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원과 곡선을 테마로 삼은 500C 실내
500C와 포포의 또 다른 재미는 아기자기한 실내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원과 곡선을 디자인 테마로 삼았다(유럽에서는 이게 유행인가 보다). 커다란 원형 계기판, 타원형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형제차라고 해도 될 정도로 유사하다. 포포의 실내 색상이 500C와 같은 밝은 베이지색이었다면 진짜 그렇게 믿을지도 모른다.
스마트 실내는 디자인과 조립품질이 상당히 좋다. 다임러 가문답다
공간 활용성은 큰 차이가 없다. 500C는 뒷문이 없지만 앞문이 워낙 커서 뒷자리를 드나들기가 생각보다 수월하다. 포포는 뒷문이 달린 스마트라는 사실에 뒷자리에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넓지는 않다. 무릎 공간은 괜찮지만 머리 공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창문이 아래로 열리지 않아 은근히 답답하다. 지붕이 열려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좌, 500C) 앞문이 커서 드나들기는 수월하다 (우, 스마트) 무릎은 괜찮지만 머리 공간이 부족하다
500C와 포포는 실용적인 시티카에 지붕을 열어 스타일까지 챙긴 모델이다. 보는 재미와 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스타일과 실용성 양쪽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나 보다. 공간 문제가 아니다. 연비 얘기다. 500C의 연비가 그리 좋지 않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 200km 가까운 거리를 다닌 결과는 10km/L를 약간 넘는 수준이었다. 포포의 공인연비는 23.8km/L로 놀라운 수치를 보여주지만 실제연비는 12.6km/L에 그쳤다. 시가지 주행이 대부분이었지만 시가지 연비가 20.8km/L에 달한다고 하니 비슷한 수치는 나올 줄 알았다. 소프트톱을 열면 공기저항 때문에 연비가 나빠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아니면 운전습관이 이상했거나.
유럽산 시티카의 재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500C와 포포는 빛을 발한다. 튀는 디자인과 귀여운 외모, 여기에 루프를 활짝 열고 오픈 에어링까지 즐길 수 있는 야무진 시티카라 할 수 있다. 100% 만족할 수는 없지만 두 시티카에는 다른 자동차에 없는 독특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