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C200 쿠페, 세단의 빈곤한 뒷모습은 이제 그만
2016-09-26 08:00:00 글 민병권 기자
벤츠는 쿠페·카브리올레·로드스터 등을 묶어 ‘드림카’ 라인업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대적인 정비를 마친 SUV 라인업에 이어 올해는 이 드림카들이 관심끌기에 나섰다. 그중 하나인 C-클래스 쿠페는 한발 앞서 출시된 S-클래스 쿠페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세단이 그러했으니 쿠페도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의미가 다르다. 구형 C-클래스 쿠페의 앞뒤 모습은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세단보다 낮고 날렵한 몸매를 지녔음에도 특별함이 부족해 보였다.
신형은 테일램프를 비롯한 후측면이 S-클래스 쿠페와 AMG GT는 물론이고 SUV인 GLE·GLC 쿠페들과 공유하는, 벤츠 쿠페끼리 일맥상통하는 디자인이다. 이 쿠페들을 한데 모으면 비슷한 뒷모습이 마냥 좋게 보이지는 않지만 도로 위에 한 대씩 등장했을 때 각별함은 이전 모델과 비교할 수 없는 정도다.
S 쿠페와 비교해 짜리몽땅한 C 쿠페조차도 도로에서 마주하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몸매를 가졌다. 특히 C 세단의 빈곤한 뒷모습과 대조되어 더욱 멋스럽게 보인다. 기본으로 달린 AMG 패키지를 걷어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단보다 40mm 낮은 지붕은 짤록한 트렁크 리드로 늘씬하게 이어진다
C 쿠페는 휠베이스와 너비가 세단과 같고 길이는 미세하게 짧다. 구형 쿠페보다는 95mm 길고 40mm 넓다. 특히 앞바퀴와 엔진 격벽의 거리가 60mm 늘어 긴 보닛을 갖게 됐고 덕분에 비례도 좋아졌다. 공기가 잘 흘러가도록 보디에 홈을 판 것 같은 길쭉길쭉한 캐릭터 라인들도 눈길을 끈다. 그 때문은 아닐테지만 공기저항계수가 0.26에 불과하다. 세단보다 40mm 낮은 지붕은 짤록한 트렁크 리드로 늘씬하게 이어지며, 좁게 처리된 뒤창과 뾰족하게 끝나는 후측면 창을 아우른다.
나무장식이지만 광택 없는 검정이어서 스포티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다. 아날로그 시계도 달렸다
보디 색상과 같은 지붕은 널찍한 파노라마 루프에 밀려 뒤로 흘러내린 듯이 보이는 게 흥미롭다. 살짝 부푼듯 보이는 그 부분이 바로 뒷좌석 승객 머리 위다.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절묘하게 버무렸지만 그렇다고 넉넉한 머리공간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뒷좌석은 성인남자에게 맞지 않는다. 뒷좌석용 송풍구가 있고 무릎공간은 그럭저럭 확보했다고 해도 말이다.
쿠페는 역시 필러리스!
앞좌석 등받이를 앞으로 젖히면 뒷자리에 타기 편하도록 시트 전체가 앞으로 당겨지고 위로도 약간 들린다. 이런 기특한 기능이 있음에도 뒷좌석에 드나드는 일은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후측면 창을 내리면 나을지 모르지만 E-클래스 쿠페와 달리 B필러가 있고 창문은 내릴 수 없다. 그래도 도어에 창틀이 없기 때문에 좁은 공간에서 타고 내릴 때는 윈도를 미리 내려놓는 게 도움이 된다(리모컨을 이용해 타기 전에 열거나 내린 후에 닫을 수 있다).
(좌) 멋부리는 것도 좋지만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 같다 (중) 19인치 휠에 앞 225/40,뒤 255/35 타이어를 끼웠다 (우) 커다란 세꼭지별에 후방카메라가 숨어 있다
B필러는 유리창 너머로 매끈하게 감췄고 아래쪽에 안전벨트 구멍을 마련했다. 벨트를 매기 편하도록 로봇(?)팔이 벨트를 어깨부분까지 끌어다주는 오토매틱 벨트 피더는 옵션이다. 일체형처럼 생긴 시트는 보기에 스포티할 뿐만 아니라 옆구리를 잘 지지해준다. 앞좌석 주변은 공간이 넉넉하지만 좌석이 세단보다 낮고 전방시야도 좀더 조여진 느낌이다. 여기에 아래쪽이 짧고 편평한 스티어링 휠, 스포츠 페달, AMG 매트 등이 스포티한 분위기를 살린다.
일체형처럼 생긴 시트는 보기에 스포티할 뿐만 아니라 옆구리를 잘 지지해준다
파워트레인은 C 200 세단과 같다. 2.0L 터보 엔진을 탑재해 5,500rpm에서 최고출력 180마력을 내고 30.6kgm의 최대토크를 1,200rpm부터 밀어올린다. 냉간 시에는 시동음이나 공회전 소리에 잡소리가 적잖이 섞여 있지만 곧 사그라든다. 가속할 때에는 ‘드드드’ 하는 건조한 사운드가 화음을 맞춘다. 박력은 없지만 매끄럽게 회전수를 높여간다. 레드존은 6,300rpm부터. 기어를 갈아타면 때에 따라 ‘보봉’ 하는 작은 소리가 운전재미를 더한다.
7G트로닉 자동변속기는 더블클러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툴툴거리며 변속충격을 동반하지만 그만큼 직결감이 좋다. 자동변속 상태에서는 스포츠나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도 다운시프트에 소극적이어서 제대로 달리려면 인디비주얼 모드에 수동변속 모드를 설정하고 스티어링 휠의 패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스포츠’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순발력이 아쉽다
엔진 힘은 쾌적하게 달리기에 적당한 수준이고 넘침은 없다. ‘스포츠’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순발력이 아쉽다. C 200 세단보다 더 나가는 몸무게, 그리고 19인치짜리 AMG 휠이 신경 쓰인다. ESP 개입은 빠른 편인데 의외로 정지상태에서 급출발을 시도할 때는 단면 255mm 뒤타이어가 속절없이 헛돌아 엉덩이춤을 추도록 놔둔다. 여기서 AMG C 63의 3분의 1쯤 되는 쾌감은 느낄 수 있다.
그에 못지않게 놀라운 것은 15mm 낮은 스포츠 서스펜션과 다이렉트 스티어 시스템, AMG 휠에 끼워진 피렐리 P제로 타이어가 선사하는 팔팔한 조향감과 짜릿하게 코너를 파고드는 솜씨다. 비록 승차감은 떨어지지만 ‘준스포츠카’로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세단보다 스포티하고 럭셔리하며 개성을 뽐내는 쿠페 차종의 가치를 잘 담아낸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