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코란도 스포츠, 좋았던 날도 이제 끝?
2016-10-01 08:00:00 글 김종우 기자
한국지엠 라보와 다마스, 현대자동차 포터와 스타렉스, 쌍용자동차 코란도 스포츠. 이들의 공통점은 국내 시장에서 경쟁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라보와 다마스, 포터와 스타렉스는 영업용 이미지가 강하지만, 코란도 스포츠는 SUV보다 활용도가 높은 개방형 적재공간을 갖춰 레저용차로 인기를 끌어왔다. 지난해 코란도 스포츠의 판매대수는 2만5,902대로 소리 소문 없이 꾸준한 실적을 올렸다. 6월에는 2,300대가량 팔려 쌍용차 내수 판매의 24%를 차지했다.
픽업트럭은 북미와 호주 등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에서 인기가 매우 높다. 작년 미국에서만 230만대가 팔렸고 해마다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에서는 올해 초 픽업트럭의 도시 출입이 한시적으로 가능해져 판매량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빅마켓 두곳의 ‘그린 라이트’로 메르세데스-벤츠, 르노, 현대·기아차 등이 새 픽업을 준비 중이다. 국내 시장도 레저인구 증가와 다양해진 야외활동에 힘입어 픽업 수요가 미미하게나마 늘어나고 있다. 비록 병행수입이지만 포드 F-150이 판매 중이다. 지난해에는 중국 포톤사의 툰랜드가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파이가 커지면 현대차가 언제 산타크루즈를 내놓을지 모른다. 그간 국내 픽업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온 쌍용차가 마냥 여유를 부릴 수 없는 상황이다.
쌍용차의 대비책은 새로운 2.2L 모델과 합리적인 가격이다. 코란도 스포츠 2.2에는 티볼리를 제외한 쌍용차 SUV에 쓰이는 e-XDi220 엔진이 올라갔다. 이 엔진은 유로6 배기규정을 만족한다. 배기량과 함께 출력·토크·연비가 좋아졌다.
2.2L 디젤은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와 조합을 이룬다
차의 성격에 맞춰 오프로드로 나갔다. 시승차는 파트타임 네바퀴굴림으로 주행환경에 맞추어 2H-4H-4L로 조절할 수 있다. 코란도 스포츠는 국내에서 유일한 2,000만원대 프레임 보디 SUV(쌍용은 이 차를 SUV로 분류한다)이다. 모노코크와 달리 차체 뒤틀림이 적고 강성이 높아 오프로드 주행에 알맞다.
새 엔진은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는 이상 거슬리는 소음과 진동을 실내까지 전달하지 않는다. 코란도C와 같은 엔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주행 시 진동도 적은 편이다. 레저용차답게 우직하게 오프로드를 돌파한다. 에어 서스펜션과 첨단주행장비를 갖춘 억소리나는 고급 SUV만큼 편안하지는 않지만 주파력만큼은 뒤쳐지지 않는다. 높은 시트 포지션과 가벼운 스티어링 휠은 초심자에게도 오프로드 주행에 대한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토크 분출이 부드럽지는 않지만 1,400rpm부터 2,800rpm까지 이어지는 최대토크는 경사가 급한 산길 주행에 부족함이 없다.
평탄한 포장도로에서도 실력이 기대 이상이다. 서스펜션이 단단해 고속주행 중 출렁거림이나 코너링시 쏠림현상이 예상보다 적다. 높은 시트 포지션과 가벼운 조향감 때문에 날렵하게 차선을 넘나들기 어렵지만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은 불편하지 않다. 다만 많이 밀리는 브레이크는 개선이 필요하다.
감흥 없는 인테리어는 여전하다
개방형 적재함은 이 차의 백미다. 적재량은 최대 400kg이다. 견인력이 2톤에 달해 레저장비를 싣거나 끌고 다니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양한 액세서리를 팔기 때문에 적재함을 용도에 맞게 꾸밀 수 있는 점도 이 차의 매력이다.
2002년 무쏘 스포츠에서 시작한 쌍용차 픽업트럭 시리즈는 지난 15년간 국내 자동차 문화 다양화에 일조했다. 지금까지는 혼자 잘 놀았지만 경쟁모델들이 출시될 기미가 보이는 만큼 바짝 긴장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