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SM6 디젤, 생각을 실행으로 바꾸는 힘
2016-10-21 09:00:00 글 김준혁 기자
지난 2월 SM6를 시승할 때만 하더라도 이 차가 대박을 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물론 완성도가 높아서 좋은 반응을 얻으리라고 예상은 했다. 주변에 SM6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도 많았고 그럴 때마다 적극 추천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실제로 SM6를 살 거라고 확신하진 못했다. 경험상 차에 대한 관심이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SM6는 달랐다. 차에 대한 관심이 구매로 이어졌고 그 파급력은 시장의 양강인 쏘나타와 K5를 넘어섰다.
시간이 흐르면서 SM6의 신차 효과는 조금씩 사라졌다. 그러는 사이 또 다른 경쟁모델도 나왔다. 국산 중형세단 시장은 요즘 가장 핫하다는 SUV 시장만큼 경쟁이 치열하니 SM6의 인기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시들해졌던 판매량을 되살릴 불쏘시개가 더해졌다. 바로 디젤 모델이다.
가솔린 모델과 다른 점을 찾기 힘들다
지난번 SM6(1.6 TCe)를 시승하며 느꼈던 단 한가지 아쉬움, 연비 문제를 해결해줄 구원 투수가 등판했다. 1.6L 직분사 터보 가솔린 모델의 효율성은 괜찮지만 인상 깊은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반면 SM6 디젤(1.5 dCi)은 높은 효율성을 자랑한다. 320km 정도를 시승한 후 트립컴퓨터에 찍힌 연비는 15.5km/L. 시가지 주행이 70% 이상인 주행환경을 고려하면 인상적인 수치다. 19인치 휠 기준 공인복합연비는 16.4km/L로 시가지연비(15.2km/L)와 큰 차이가 없다.
스펙이 전형적인 1.5L 디젤 엔진. 그렇다고 커버까지 대충 만들 필요는…
시승 초반 고속화도로만 달릴 때에는 18km/L를 넘기도 했다. 245/40R 19 광폭 타이어와 대형 휠 대신 더 작은 타이어와 휠을 신겼다면 연비는 훨씬 좋았을 것이다(아무리 생각해도 110마력짜리 디젤 엔진에 245/40R 19 사이즈는 과하다).
장점은 연비 하나뿐일까? 아니다. 가솔린 모델이 갖고 있는 장점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디젤 모델이라고 안팎으로 좀 없어 보이거나 하지 않다는 얘기다. 편의 및 안전장비도 마찬가지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만 빠졌을 뿐 가솔린 모델과 장비는 거의 같다. 시승차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빠진 풀옵션 모델이다. 5가지 주행 모드를 갖춘 멀티-센스와 여기에 연동되는 액티브 댐핑 컨트롤(ADC)을 갖췄다(최상위 트림 LE에만 제공된다).
아주 빠르지는 않지만 꽤 오래 달릴 수 있다
그 결과 가솔린 모델과 대동소이한 주행감각을 보인다. 적당히 스포티하면서 보통 운전자들이 좋아할 만한 부드러운 특성도 겸비했다. 멀티-센스를 컴포트로 맞추면 스티어링 및 서스펜션이 부드러워지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단단해진다. 뉴트럴에서는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가 명확하지 않지만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를 왔다 갔다 하면 분명한 차이가 느껴진다.
SM6 디젤도 섀시의 밸런스에 무한한 신뢰를 보낼 수 있을 만큼 안정감이 넘친다. 덕분에 스포츠 주행을 즐기기에 무리가 없다. 무거운 디젤 엔진을 얹었지만 배기량이 1.5L로 작아 디젤 세단에서 흔히 겪는 언더스티어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공차중량은 1.6 TCe보다 25kg 무거운 1,460kg이다). 시승차는 245mm에 달하는 광폭 타이어를 끼워서 급코너링 때에도 접지력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앞바퀴굴림인데도 앞오버행이 짧다. 19인치 휠은 과분하다
출력이 2.0L 가솔린 엔진이나 1.6L 터보보다 떨어지는 탓에 역동적인 주행은 확실히 힘들다. 이런 특성은 4,000rpm에서 나오는 110마력 최고출력과 1,750rpm에서 만들어지는 25.5kg·m 최대토크를 보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저회전대에서 일찌감치 최대토크가 발생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힘이 붙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약간의 터보 래그도 있지만 더 큰 원인은 늘어지는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인 것 같다. 듀얼클러치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반응이 느리다. 속도를 올릴 때는 현재 단수를 유지하려는 특성이 강하고, 재가속 때에는 시프트다운이 바로 실행되지 않아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수동 모드에서도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아 엔진의 힘을 온전히 쓰기 어렵다. 변속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느낌이 강하다.
퍼스널 모드를 선택하면 8가지 특성을 설정할 수 있다. 너무 많지 않나?
하지만 탄력을 받으면, 시원스럽게 속도가 올라간다. 토크는 제원표와 달리 2,000rpm 초반대에서 가장 풍성해지는 느낌이다. 따라서 회전수를 이쯤에 맞추면 활기차게 달릴 수 있다. 섀시와 마찬가지로 엔진과 변속기도 멀티-센스 모드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지만 그 차이가 섀시만큼 확연하진 않다. 기본적인 힘이 넉넉하지 않은 탓이 크다.
스포츠 모드 때 들려오는 스포티한 엔진음은 마음에 든다. 뉴트럴이나 에코 모드 때는 디젤 음을 감추는 또 다른 엔진음도 들려온다고 하는데 차이가 크지 않다. 그보다는 방음이 잘돼 있어 디젤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크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든다.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신기했지만 이제는 익숙한 실내
최근 SM6 가솔린 모델과 또 다른 신흥 중형세단(어떤 차를 말하는지 알 것이다)을 놓고 저울질하는 지인이 있었다. 차값이 한두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몇달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SM6 디젤 연비를 얘기를 했더니 곧바로 마음을 정해버렸다(최고출력이나 최고속도에 집착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SM6의 장점을 거의 그대로 물려받은 점도 선택 요인 중 하나다.
트렁크는 넓고 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SM6와 신흥 중형세단 중 어떤 차를 살지 고민하다가 연비에 반해 SM6 디젤을 호감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호감이 구매로 이어질까? 반년 전에는 확신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그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