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740Li, 플래그십의 좋은 본보기
2016-11-24 08:00:00 글 이지수 기자
740 가솔린 모델은 7시리즈 판매량의 36%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모델이다. BMW에서 제공한 자료를 받아들고 ‘판매수치가 뭐가 그리 중요할까’라고 생각했지만, 차를 직접 시승해보니 BMW가 정확한 수치를 내세우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구체적인 숫자가 머릿속에 박혀 시승 초반부터 ‘아, 740이 인기모델이었지’ 하고 더 큰 관심을 갖게 됐으니 말이다. 시승을 하는 동안 36%라는 숫자가 전하는 메시지가 단순히 ‘많이 팔렸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돈이 좋기는 하구나”라고 혼잣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2006년쯤 파격적인 변신을 했다고 평가받은 4세대 7시리즈를 타본 경험이 있다. 정확히 745Li였다. 현대적인 세련미를 풍기는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크리스 뱅글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바로 그 차다. 지금도 가끔 도로에서 마주치는데, 10년이 넘었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고 꽤 괜찮아 보인다. 그만큼 BMW의 기함은 앞서갔다.
지난해 10월 국내에 론칭한 6세대는 외관상 큰 변화가 없어 관심이 뜨겁지는 않았다. 하지만 실물을 보면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새 740의 매력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740Li에 달린 익스클루시브 시트. 키 큰 남성도 두다리 쭉 뻗고 쉴 수 있다
모델명을 통해 짐작했겠지만 Li의 ‘L’은 롱 휠베이스를 뜻한다. 일반형에 비해 14cm 길어져 뒷좌석 공간이 그만큼 널찍하고 그 공간엔 익스클루시브 시트도 달았다. 덕분에 키 큰 남성도 두다리 쭉 뻗고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동하면서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푹신한 가죽시트에는 8가지 모드의 마사지 기능도 담았다.
시트 각도, 창문의 블라인드 커튼 등은 도어에 달린 버튼을 눌러서 조정한다. 뒷좌석 중앙 팔걸이에 마련된 갤럭시탭 태블릿 PC로도 조정이 가능하다. 선루프와 윈도, 뒷유리 선블라인드를 치면 외부로부터 완벽하게 차단된 아늑한 휴식처로 변한다. 기사가 모는 쇼퍼드리븐카의 특성을 완벽하게 갖춰 비행기 일등석에 타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레이저 라이트는 직접 분사가 아닌 반사된 빛을 이용, 다른 차들에게 눈부심을 주지 않는다
새 7시리즈는 첨단기술로 주목 받는다. 7시리즈의 기본장비인 레이저 라이트는 광원 3cm 앞에 있는 거울을 통해 반사된 빛을 비춰 맞은편에서 오는 차나 앞차 등 다른 차들에게 눈부심을 주지 않는다. 또 60km/h 이상으로 밤길을 달릴 때는 안전을 위해 기존 LED 램프보다 두배 넓은 범위를 비춘다. 사고로 파손되지 않으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 다른 기술은 제스처 컨트롤이 탑재된 i드라이브 시스템과 시인성이 뛰어난 커다란 헤드업 디스플레이, 조만간 국내에서도 사용하게 될 BMW 디스플레이 키를 이용한 리모트 파킹 등이다. 제스처 컨트롤은 5가지 손동작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오디오 음량 조절, 전화 수신 등을 행한다. 운전자가 원하는 제스처를 설정할 수도 있다.
자동차 키의 ‘P’버튼만 누르면 자동주차 완료
그중 가장 관심을 끈 시스템은 디스플레이 키다. 원격으로 주차가 가능한 이 기능은 자동차 키의 ‘P’ 버튼을 터치하면 차가 스스로 가까운 주차가능 공간을 찾고 자동으로 세우며 도어를 잠그기까지 한다. 안전상의 이유 등으로 리모컨에서 손가락을 떼면 작동이 멈춘다. 하지만 직선에 가까운 주차만 가능하고(차와 주차공간의 각도가 10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동 거리가 차체의 1.5배는 되어야 해서 실용성은 떨어진다.
파워트레인은 6기통 3.0L 트윈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물려 326마력/5,500~6,500rpm의 최고출력과 45.9kg·m/1,380~5,000rpm의 최대토크를 낸다. 큰 덩치지만 0→100km/h 가속 5.2초의 민첩함을 자랑한다. 주행 모드는 스포츠, 컴포트 스탠다드, 컴포트 플러스, 에코 플러스 4가지다. 컴포트 플러스의 경우 울퉁불퉁한 노면까지 대응해 편안하고 정숙한 주행을 이끌어낸다.
740Li x드라이브의 주행감각은 한마디로 환상적이다. 부드럽고 편안해야 하는 시점을 분명하게 알아차리고 맹렬하게 가속해야 하는 시점에서는 활기차고 힘이 넘친다. 모드에 따라 성격 변화도 명확하다.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 기능이 들어간 네바퀴 에어 서스펜션도 넣었다. 가파른 언덕이든 극한의 고속주행이든 스테레오 카메라가 노면 상태와 코너 등을 감지해 스테빌라이저를 제어하기 때문에 언제나 안락한 승차감과 민첩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첨단기술의 적용, 끝내주는 승차감 등 신형 740Li x드라이브는 좋은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만 엄선한 A급 다이아몬드 같은 존재다. 이번 시승을 통해 740Li가 그저 화려해 보이고 단순히 잘 달리는 차가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다. 진정한 플래그십이 무엇인지 쇼퍼드리븐카가 무엇인지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진정한 고급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