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CT6,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아라
2016-12-05 11:00:00 글 김종우 기자
빛바랜 과거의 영광을 붙들고 있던 캐딜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보수적인 디자인을 트렌드에 맞게 손질하고, 다양한 라인업에 V배지를 앞세운 고성능 모델까지 선보이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그 중심에 새로 나온 기함 CT6가 있다. CT6는 요한 드 나이슨 사장 취임 후 등장한 첫 신모델이고, 알파벳과 숫자 조합 이름을 쓴 첫번째 차다(세단은 CT-, 크로스오버는 XT-로 불린다. 에스컬레이드는 제외).
캐달락은 올 들어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아시아·유럽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CT6는 국내 시장에는 지난 6월 부산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후 9월부터 사전 예약에 들어갔다. 반응은 꽤 긍정적이다. 400여대가 예약됐는데 이는 1차 선적물량을 웃도는 수치다. 완판인 셈이다. 고작 400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올 8월까지의 캐딜락 전체 판매대수가 450대 남짓인 사실을 생각하면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CT6는 F세그먼트 대형 럭셔리 세단답게 우람한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상당하다. 길이는 5.2m에 육박하는데 이는 동급 세단 중에서도 긴 편에 속한다. 수직형 주간주행등(DRL)이 돋보이는 전면부가 특히 웅장하다. 과거 캐딜락의 테일핀을 재해석한 것처럼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굵직한 선을 살리고 약간의 곡선을 가미한 모습이다. 길게 뻗은 벨트라인은 긴 차체를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고, 후면은 깔끔하게 마무리해 절제미가 느껴진다. 외형에서 풍겨나오는 존재감은 경쟁자가 될 독일 대형세단에 절대로 꿀리지 않는다.
아래급인 ATS나 CTS보다는 확실히 고급스럽다
위풍당당한 외형을 뒤로 하고 자연스럽게 뒷도어를 열었다. 캐딜락 최고모델이고, S-클래스 및 7시리즈와 경쟁한다니 VIP 좌석이 궁금한 건 자연스러운 일. 레그룸과 헤드룸은 적당히 넓은데 착좌감이 영 불편하다. 붕 떠 있는 느낌이다. 좌석을 이리저리 조정해봐도 마찬가지다.
앉는 게 불편하니 차라리 눕자는 생각으로 좌석을 최대로 젖히니 무릎이 조수석에 닿는다. “경쟁모델은 알아서 앞으로 밀어주던데”라고 투덜대며 동반석 조정버튼을 찾는데 없다. 운전석의 기자에게 물어보았지만 거기에도 없었다.
뒷좌석을 제대로 눕히려면 운행 전에 동반석쪽 문을 열고 미리 좌석을 조정해야 한다. 기분이 상했지만 온몸을 구석구석 두드리고 문질러대는 만족스러운 안마기능에 마음이 살짝 풀어졌다. 안마를 받으며 누워 있자니 앞쪽 동반석에 달린 모니터는 기울기 조절이 안되고, 온도 공조버튼은 일어나서 조절해야 하고, 암레스트는 투박하고 휑해 자꾸만 눈에 밟힌다. 하지만 경쟁모델과의 가격차이를 생각하면 이 또한 납득할 만하다.
운전석은 뒷좌석보다 착좌감이 훨씬 좋다. ATS·CTS와 같은 구성이지만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가 더 고급스러워 윗급차를 탄 느낌이 확연하다. 낮시간에 시승하느라 사용하지는 못했으나 나이트비전 기능도 있고 애플 카플레이도 가능하다.
디스플레이가 세 개나 된다
디지털 리어뷰 미러를 적용한 룸미러에는 모니터가 들어 있어 후방 장면을 화면에 띄운다. 이것은 GM차 최초로 적용된 기능이다. 주간에는 선명하고 깔끔하게 보이는데 밤에는 어떨지 궁금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 이탈방지 등 다양한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갖추었고,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은 34개의 스피커로 생생한 음향을 선사한다.
드라이빙 감각은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하다. 340마력과 39.4kg·m 토크를 내는 V6 3.6L 엔진은 거대한 차체를 힘차게 이끈다. 서스펜션은 꽤 단단해 독일 스포츠 세단을 연상시킨다. 낭창거리지 않아 운전자는 좋지만 뒷좌석에 앉으면 승차감이 꽤 딱딱하다. 그 단단하다는 독일차들도 럭셔리급이 되면 서스펜션을 말랑하게 세팅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속은 한껏 여유롭다. 이제는 대배기량에 속하는 3.6L 엔진의 안정적인 출력이 인상적이다. 굴림방식은 AWD이고 주행 모드는 투어·스포츠·스노를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50:50의 구동력이 10:90로 바뀌고,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을 적용한 서스펜션은 스포츠 주행에 어울리게 한층 단단해진다. 또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통해 인위적이긴 하지만 역동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고속주행도 부족함이 없다. 차체가 길고 무거운 탓에 급격한 차로변경 시 출렁거리는 모습을 보이지만 금세 자세를 추스린다.
국내 럭셔리 세단 시장은 독일 브랜드가 꽉 잡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독무대라고 할 수 있다. 얼마나 잘 팔리는지 기본가가 1억원이 넘는 차가 8월 수입차 판매 순위 5위에 올랐다. 이러니 각 메이커가 ‘타도 S-클래스’를 외쳐댈 수밖에. 물론 CT6도 같은 처지에 있다.
시승해본 결과 CT6는 느긋하게 뒷자리에 앉는 차가 아나리 오너 드리븐 성격이 강하다. 육중한 덩치를 가졌지만 빠릿빠릿하고 스포티하다. 흔하디 흔한 독일차와 구별되는 색다른 감성에, 운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캐딜락 CT6를 구매 리스트에 올려놓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