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로엥 DS 3, 외모도 연비도 여신급
2016-12-13 08:00:00 글 이지수 기자
시트로엥 하면 ‘패션 본고장의 차, 프랑스 감성 차’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단순히 프렌치 자동차여서 이런 타이틀이 붙는 것은 아니다. 안팎으로 이만큼 개성 넘치는 차도 드물기 때문이다. 1950~70년대를 풍미했던 시트로엥의 고급 중형차 DS는 한동안 사라졌다가 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부활했다. 이때부터 DS는 모델명이 아닌 시트로엥의 프리미엄급 차를 뜻하게 된다. C3을 고급스럽게 다듬은 차가 DS 3, C4를 베이스로 꾸민 차가 DS 4라고 보면 된다.
DS는 PSA그룹에서 별동대 같은 역할을 맡는다. 유럽에서는 꽤 잘 팔리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낮은 탓에 푸조 전시장에서 시트로엥과 DS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번에 탄 차는 갈수록 예뻐지고 있는 DS 3이다. 라이벌인 미니의 광팬으로서 이같은 변화에 약간 샘이 나기도 하지만(미니의 외모는 왜 더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보고 있으면 괜시리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헤드램프는 보석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화려하다. 30km/h 이하 속도에서 갑작스레 충돌위험이 감지될 때 자동으로 차를 세우는 액티브 시티 브레이크
얼굴에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프론트 그릴. 삐죽 솟은 엠블럼을 얌전하게 깎아 다듬고 그 안에 DS를 상징하는 배지를 달았다. 화려함은 덜하지만 알맹이가 튼실한 보석을 떠오르게 하는 헤드램프와 범퍼 양쪽에 포인트를 준 톡특한 LED 주간주행등(떨어지는 물방울을 그려놓은 듯 보인다) 덕분에 여전히 외모가 돋보인다. 과감한 디자인의 플로팅 루프와 B필러의 샤크핀 등은 변함이 없다. 뒷부분은 영문으로 된 시트로엥 로고를 지우고, DS와 DS 3 배지만 남겼다.
심플한 실내는 수수하고 자연스러워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대시보드와 도어 핸들 부근에 글로시한 소재를 쓰고, 계기판과 스티어링 휠에 크롬을 둘러 밋밋함을 피했다. 인조가죽과 직물, 알칸타라를 버무린 버켓 타입 시트는 지지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착좌감도 만족스러워 장거리 주행에도 무난할 것 같다.
실내는 수수해 보이지만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DS 3은 모터쇼장에서 뛰쳐나온 듯한 개성 넘치는 외모 말고도 디젤의 효율까지 갖춘 재주꾼이다. 4기통 1,560cc 엔진과 수동 기반 ETG 6단 변속기를 조합해 공인복합연비 17.0km/L를 내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이를 웃도는 수치를 기록했다. 2박 3일 동안 서울과 경기도 일산·파주 등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400km 정도를 다녔지만 연료 게이지에는 기름이 절반 이상 남아 있다고 표시됐다.
최고출력 99마력, 최대토크 25.9kg·m의 힘은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는 평범한 수준. 하지만 시가지와 교외 어디서든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패들시프트를 사용해 박자를 잘 맞추면 변속 시 울컥거림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운전의 재미도 배가된다. ETG 변속기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면, 또는 자동변속기에 길들여진 성미 급한 운전자라면 엇박자로 뒤뚱거리며 나가는 DS 3의 몸놀림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ETG를 얹은 차를 수차례 끌어본 결과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고 타이밍만 잘 맞추면’ 운전재미가 쏠쏠한 차라는 결론을 내렸다.
최고출력 99마력인 1,560cc 디젤 엔진
시승차인 DS 3 SO CHIC의 가격은 3,225만원이다. 이 정도 가격이면 선택의 폭이 굉장히 넓지만, 연비·성능·디자인을 두루 만족시키는 차는 찾기 어렵다. DS 3은 이런 조건들을 웬만큼 소화하는 것과 동시에 PSA그룹의 여느 차와 마찬가지로 하체반응과 서스펜션, 코너링에서 수준급 실력을 보인다.
개성 있는 외모와 독특한 주행감각, 무난한 성능과 연비를 갖춘 DS 3은 미니나 다른 경쟁차들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좋은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