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S90, 새로운 차는 언제나 환영이야!
2016-12-19 08:00:00 글 Elias Lim
최근 럭셔리 중형세단 시장이 뜨겁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재규어 XF가 새로 나왔고 절대강자 5시리즈는 조만간 신모델이 나온다. 렉서스 GS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쳤고 아우디 A6과 캐딜락 CTS도 아직까지는 새차 냄새 풍기는 신차 효과가 남아 있다. 여기에 볼보까지 가세했다.
S90은 S80 세단의 후속이다. 변화는 크다. S80은 경쟁사들의 중형급 모델보다 살짝 아래에 위치해 정면대결보다는 틈새 시장을 노렸다. 당연히 고급성에서도 독일 럭셔리카보다 한수 아래로 여겨졌다. 하지만 S90은 차체가 커져 준대형급으로 올라섰다. 길이는 4,963mm로 S80보다 10.8cm 길다. 휠베이스도 2,941mm로 10.6cm 크다. 완성도와 고급성도 독일 럭셔리카 못지않다. 치열한 럭셔리 중형세단 시장에 당당하게 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앞모습은 먼저 나온 XC90과 비슷하다. 커다란 그릴과 ‘토르의 망치’ 형상의 주간등을 품은 헤드램프가 볼보 고유의 얼굴을 만든다. 음각으로 판 그릴은 볼 때마다 기아차 K7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옆면은 변함없이 스키 슬로프를 연상시키는 C필러 디자인을 적용해 날렵한 분위기를 살렸다. 개성이 강한 앞모습과 달리 뒷모습은 뭔가 정리되지 않은 분위기다. 리어램프 구성과 라인의 조합에서 디자이너의 의도가 명쾌하게 와닿지 않는다. 보는 사람마다 뒷모습이 폭스바겐 파사트 닮았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실내도 최신 볼보 디자인을 반영했다. 숫자 버튼을 비롯해 버튼이 다닥다닥 붙은, 아주 오랫동안 실내를 지배했던 디자인 요소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새롭다는 느낌이 배가된다. 디스플레이 방식 계기판과 커다란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배치한 센터페시아는 최신 트렌드를 그대로 보여준다. 소재도 고급스럽다. 플라스틱·금속·나무·죽의 배색과 질감도 수준급이고 소재의 조화도 자연스럽다. 독일 럭셔리 모델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소재는 자연 느낌이 나면서 고급스럽다
요즘은 고급성에 대한 기준이 높아져서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만, S90은 설명하기 힘든 북유럽 특유의 감성으로 차별화한다. B&W 오디오 시스템은 음향은 물론이고 시각적인 면에서도 고급 소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터치와 키보드 입력, 손글씨 인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차의 세세한 기능까지 조절하기 때문에 기능으로만 따지면 태블릿PC보다 더 복잡하다. 계기판도 5개 테마를 준비했다. 계기판 사이로 내비게이션 화면을 불러올 수도 있다.
메뉴가 엄청나게 많다. 익히려면 시간깨나 걸릴듯
실내공간은 넓다. 앞좌석은 편한 것은 물론이고, 마사지 기능까지 넣었다. 마사지 강도를 ‘높음’으로 맞추면 은근히 세서 효과가 크다. 뒷좌석도 머리와 무릎공간 모두 넉넉하다. 전용 공조장치도 갖췄다. 다만 가운데 바닥이 높아서 세명이 앉기는 불편하다. 2인승으로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 트렁크는 깊고 넓어서 쓰임새가 좋다.
휠베이스가 길어 뒷좌석도 여유롭다. 하지만 사실상 2인용이다
S90은 디젤 D4와 D5, 가솔린 T5와 T6, 하이브리드 T8 등 5개 트림으로 구성된다. 시승차는 T5 트림으로, 2.0L 터보 엔진을 써서 최고출력 254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낸다. 앞바퀴를 굴리고 8단 자동변속기를 쓴다. 가속은 힘차고 여유롭다. 원하는 만큼 갑갑하지 않게 속도를 올린다. 터보와 수퍼차저를 결합한 320마력짜리 T6에는 미치지 못하나 일상에서 타기에는 충분하다. 엔진 회전은 매끄럽고 가속도 부드럽다. 최대토크가 1,500rpm부터 터지고 4,800rpm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는 순간부터 파워 충만 상태로 차체를 밀어붙인다.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이 빠르다. 엔진과 변속기 매칭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만 급하게 속도를 올릴 때는 단수가 내려간 후 가속이 매끄럽지 못해 왈칵 튀어나간다. 주행 모드는 에코·컴포트·다이내믹·개별, 네가지로 구성된다. 차이가 제법 커서 각 모드마다 만족스러운 성능을 끌어낼 수 있다.
좌우로 딸깍거리면 시동이 걸리고 꺼진다. 간단하지만 낯설다. 변속기는 자동 8단
하체와 스티어링은 역동적인 감성을 추구한다. 기본적으로 스티어링 감도가 탄탄하고 승차감도 단단한 편이다. 도로 상태에 따라 간간이 튀기도 한다. 부드러운 맛이 덜한 대신 코너 진출입 때나 급하게 차로를 변경할 때 움직임이 안정적이다. 스티어링이 날카롭지는 않아도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정확하게 움직여준다. 재미보다는 안정성을 지향하는 역동성이다.
첨단 주행장비도 가득 담았다. 자동주차 보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긴급제동, 교차로 추돌 방지 등 요즘 고급차에 들어가는 장비는 대부분 들어 있다. 그중에서 파일럿 어시스트 II는 자율주행에 근접한 기술이다. 속도, 앞차와의 거리는 물론이고 차로까지 유지한다.
비슷한 기능을 지닌 차들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 차로를 제대로 유지할지 의구심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S90는 이 기능이 매우 자연스러워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360도 카메라는 차 주변을 위에서 보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유용하지만 왜곡이 심해서 인식률이 떨어지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럭셔리 중형세단은 성능·디자인·품질·인지도 등 다방면에서 우수성을 드러내야 한다. 무엇보다도 고유한 개성 확립이 중요하다. S90 하면 어떤 차라는 이미지가 단번에 떠올라야 한다. 그동안 S80은 이 부분이 약했다. ‘안전+스칸디나비안 감성’이 고유의 특성으로 자리잡긴 했지만 너무 우려먹어서 약발이 떨어진다. S90이 당장 내세울 수 있는 특성은 참신함이다. 그동안 볼보가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담고 있다.
트렁크는 깊고 넓어서 쓰임새가 좋다
구체적인 특성은 시간이 지나면 확립되겠지만, 당장은 참신함 하나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여러 세대에 걸쳐 아이덴티티를 통일한 차들이 점차 지겨워지고 있는 참이어서 180도 바뀐 S90이 더욱 새롭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