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해치백의 참맛, 푸조 208 GT-라인
2017-01-13 08:20:34 글 김종우 기자
기자는 몸집이 작지도 않고, 차는 모름지기 이것저것 때려싣고 다니는 이동수단이라고 생각하기에 작은 차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지붕이 열리는 작은 차는 예외지만….
푸조 208의 키를 손에 꼭 쥐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탑기어〉 편집부에서 기자가 작은 차를 가장 많이 타본 것 같다. 폭스바겐 폴로, 피아트 500C 등등. 키를 받아들 땐 시큰둥하지만 작은 차는 타면 탈수록 숨은 매력이 쏟아져 나와 반납할 때가 되면 많이 아쉽다.
특히 유럽산 소형 해치백은 콤팩트한 차체로 좁은 골목길을 헤집고 다닐 때도 부담스럽지 않고 자투리 공간에 쉽게 주차할 수 있어 도시에서 사용하기 딱 좋다. 뿐만 아니라 출력이 낮아도 제원표 이상의 경쾌한 달리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푸조 208은 유럽을 대표하는 소형 해치백 중 하나다. 폭스바겐 폴로의 판매가 중단된 요즘 국내 시장에서 몇 안되는 수퍼미니(B세그먼트) 해치백이기도 하다.
1.6L 디젤 엔진과 mcp를 조합했다
시승한 208은 유로6 배출가스 규정에 맞춘 1.6L 디젤이다. 여기에 고성능 모델인 GTi의 디자인을 가져와 한껏 멋을 부린 GT 라인이다. 푸조에서 208은 현재 모델들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차다.
푸조 208의 시초는 1929년 출시된 201이다. 현재 푸조가 사용하고 있는 세자리 숫자 네이밍을 최초로 사용한 모델이고, 브랜드 최초의 볼륨모델이기도 하다. 1938년에 등장한 푸조 202부터 현재와 동일한 세그먼트인 수퍼미니로 분류됐고(잠시 외도가 있었다. 203은 D세그먼트, 204는 C세그먼트였다) 205부터 고성능 모델인 GTi가 더해졌다. 이후 꾸준히 랠리에도 참가하게 된다.
빨강으로 포인트를 준 실내
GT 라인의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스티어링 휠이다. 푸조의 스티어링 휠은 크기가 작아 돌리기 편하고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돼 잡기도 편하다. 빨간색 포인트와 대시보드를 감싸고 있는 카본룩 마감이 스포티함을 강조한다.
실내공간은 생각보다 좁지 않다. 소형 해치백은 1인 혹은 2인 사용이 많아 뒷좌석 공간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데, 앉아보니 기대 이상이다. 앞뒤 바퀴를 최대한 모서리로 밀어 휠베이스를 확보했기 때문. 여기에 파노라마 선루프의 속 시원한 개방감이 캐빈룸을 더 넓어 보이게 한다. 시트의 착석감도 좋다. 한껏 부풀린 옆구리 지지대가 상체를 딱 잡아주어 안정감이 느껴진다. 시트 포지션은 조금 높은 편이다.
208의 최고출력은 99마력이고, 최대 토크는 25.9kg·m이다. 수치만 보면 실망할 수 있겠지만 공차중량이 1.2톤에 지나지 않아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변속기는 6단 MCP가 사용된다. 수동변속기 기반의 MCP는 구조상 기어가 바뀔 때 울컥거리지만 16.7km/L의 연비로 보상을 받으니 큰 불만은 없다.
답답해서 속이 터질 거 같으면 스티어링 칼럼에 달려 있는 패들시프터를 활용하면 된다. 주행감각은 평이한데, 빠르게 코너를 돌면 뒷바퀴가 좀 불안하게 미끄러진다. 승차감은 동급 소형 해치백 중 가장 편안하지만 고속에서는 조금 튀는 경향이 있다. 사이드미러 쪽의 풍절음을 빼면 소음 차단도 잘돼 있다. 208뿐만 아니라 유럽산 소형 해치백은 나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할까? 작은 차의 인기가 높지 않은 국내 여건상 다양한 모델이 들어오지 않아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으니 많이 아쉽다.
옆구리 지지대가 두툼해 착석감이 좋다
폭스바겐 사태로 폴로마저 판매 중단되면서 가뜩이나 간소하던 반찬이 더 줄어들었다. 소형 해치백은 항상 경제성의 논리로 평가되는데, 직접 시승해보면 그것 말고도 매력이 정말 많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