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의 S-클래스, 메르세데스-벤츠 GLS
2017-01-19 09:45:13 글 민병권 기자
GLS를 앞에서 보면 아랫급인 GLE보다 딱히 크다는 느낌이 없다. 그리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인피니티 QX80 같은 타 브랜드의 최고급 SUV 옆에 세우면 약간 초라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덩치 큰놈이 이기는 싸움은 아니지만 ‘벤츠 SUV의 S-클래스’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해 보인다.
운전석에 앉으면 그런 기분은 더 확연해진다. 일부 마감재와 장비가 다른 것 외에 GLE인지 GLS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상당 부분을 통째로 공유하는 수준이다. S-클래스에 비견될 기품이 느껴진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단순히 돈을 더 바른 GLE 같다.
GLE 사진을 잘못 넣은 것이 아니다. 가만, GLE인가?
다행히 그리고 당연히, 뒷좌석으로 넘어가면 휠베이스가 16cm 짧은 GLE와는 다른 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길고 각을 세운 차체로 인해 공간이 넉넉하다. 그리고 뒷자리 너머에 2개의 좌석이 더 있다. 3열에 앉아도 편안함이 느껴진다(참고로 기자는 어린이가 아니다). 다리공간만 조금 아쉬운데 그건 차체를 더 늘린 ‘GLS 마이바흐’가 나와야 해소될 것 같다.
3열에 드나드는 것도 폼나게 해놨다. 2열 등받이의 버튼을 누르면 부드럽게 두번 접히며 통로가 열린다. 3열 좌석은 2열쪽의 버튼을 이용해 세우거나 눕힐 수 있다. ‘돈이 좋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3열 헤드레스트와 2열 좌석을 원위치시킬 때는 적잖은 힘이 든다. 돈을 쓰다 만 것 같다.
넓다. 풍요롭다. 다만 덜 고급지다
수고한 2열 승객은 사방팔방에 마련된 송풍구와 공조조절장치로 땀을 식히며 전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즐길 수 있다. 조금 우스꽝스럽게 생긴 헤드레스트는 각도가 조절되는 등받이와 더불어 몸에 착 붙는 편안함을 제공한다. 비로소 GLS만의 가치를 느낀다.
하지만 여전히 S-클래스급은 아니다. GLE의 롱 휠베이스 왜건 버전 같다. 이런 불만은 GLS 500이 출시되면 조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출시된 350 d는 V6 3.0L 터보 디젤 258마력 엔진을 GLE와 함께 사용한다. 파워트레인 자체는 불만이 없다. 힘이 부족하지도 않고 디젤 소음도 작다. GLE보다 더 조용하고 매끄럽게 느껴진다.
스포츠 모드를 쓰면 좀더 가뿐하게 나가는 기분이 들지만 코너에선 ESP가 개입해 몸을 추스리느라 정신 없다. 그렇다고 몰기 싫을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왠지 모를 자신감으로 어깨를 펴게 된다. 험로 주파력을 높여주는 오프로드 엔지니어링 패키지 등 장비도 GLE보다 한층 화려하다. 값은 1억2,500만원으로 GLE보다 3,000만원 가까이 비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