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 메르세데스-벤츠 GLE 쿠페
2017-01-24 11:08:37 글 민병권 기자
잘 팔리는 SUV에 쿠페 버전을 추가한 것은 BMW가 먼저다. 국내 출시를 기준으로 하면 GLE 쿠페가 X6보다 8년이나 늦은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도 경쟁사를 따라했다는 얘긴 듣기 싫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GLE 쿠페는 X6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만들어졌다.
조금 엉뚱해 보이기까지 한 외관은 볼수록 나름의 맛이 느껴진다. 후덕하게 살이 붙은 AMG GT 같기도 하고, 후측면에선 1세대 CLK가 연상되기도 한다. X6을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경이로움은 없다. AMG 패키지를 둘렀는데도 그렇다. 하지만 2세대가 되면서 날이 무뎌진 느낌을 주는 X6과 비교해 신선함이 살아 있다.
어깨선이 높고 지붕은 낮아 보이지만 뒷좌석 공간이 꽤 여유롭다. 발판을 딛고 올라탈 때 몸을 웅크리는 과정만 잘 통과하면 천장에 머리를 문댈 염려도 없다.
기존 GLE와 달리 쿠페에선 시트를 최대한 낮추고 본격적인 운전자세를 취하게 된다.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체커 무늬 계기판 등 다이내믹한 분위기의 AMG 패키지 때문만은 아니다. 기둥 각도, 지붕 높이, 후방 시야 등 눈에 보이고 몸으로 느껴지는 부분들이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파워트레인은 GLE, GLS와 같은 258마력 V6 3.0L 터보 디젤과 9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꽤 힘차게 나간다. 그러면서도 정숙하고 부드럽다. 스포츠 모드를 택하면 얼씨구나 하고 에어 서스펜션을 낮춰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 스포츠 다이렉트 스티어링에 GLS보다도 넓은 뒤타이어(315/40R21)가 어울려 코너도 자신 있게 파고든다. GLS가 뒤뚱거리며 ESP의 도움을 받았던 코너를 GLE 쿠페는 씨익 웃으며 돌아나간다. 더 짧고 낮고 가벼우니 그럴 수밖에. 그래도 몸무게가 2.4톤이나 나간다.
GLE 쿠페는 차명 때문에 손해 보는 것 같다. GLE와 비교하면 E-클래스 세단과 쿠페의 관계라기 보단 E-클래스와 CLS의 관계 같다(가끔은 쿠페가 아니라 지붕 뒤쪽이 주저앉은 왜건처럼 보이니 CLS 슈팅브레이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감성적인 차이에다 GLE보다 장비까지 충실한 점을 감안하면 1,500만원의 값차이를 납득할 수 있다. 그 차이가 '1억원'이라는 상징적인 경계선을 넘게 만든다고 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