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팩트 SUV 왕좌 굳히기, 쌍용 티볼리 디젤
2017-02-08 19:26:58 글 김종우 기자
지난 2016년 병신년은 역사에 기록될 만한 큰 일이 많은 해였다. 경기침체와 어수선한 국내외 정세로 국내 자동차 시장 역시 큰 재미를 못보았다. 이런 와중에 몰래 웃고 있는 메이커가 있으니 바로 쌍용자동차다.
쌍용차는 2003년 이후 최대 실적을 올리며 2016년(11월말까지) 9만2,854대(내수)를 팔았다. 쌍용차가 14년만에 다시 날아오른데는 막내 티볼리의 활약이 컸다. 같은 기간 티볼리는 전체 판매의 50%가 넘는 5만1,322대가 판매됐다.
유광블랙 과다사용의 나쁜 예
브랜드 상승세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는 티볼리가 지난 9월 안전장비를 빵빵하게 달고 2017년형으로 등장했다. 당장 시험해보고 싶었지만, 여건이 맞지 않아 군침만 흘리다가 드디어 새차를 타볼 수 있게 됐다. 쌍용차가 그렇게 강조하는 안전장비를 시험해볼 기회다.
티볼리에 적용된 긴급제동 시스템이나 차로유지 시스템 등은 그리 놀라운 기술이 아니다. 그런데 웬 호들갑이냐고? 동급 모델 중에서 이런 기능을 갖춘 차는 티볼리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본장비는 아니다. LX(2,346만원) 모델에서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I을 택해야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긴급제동 시스템, 차로유지보조 시스템 외에 스마트 하이빔, 전방추돌경보 시스템, 차로이탈경보 시스템까지 포함된 이 패키지의 가격은 단돈 60만원이다. 우아~.
눈을 치켜뜨고 안전을 책임진다
현대차와 비교하면 1.7L 디젤 투싼의 경우 프리미엄(2,790만원)부터 선택할 수 있는 프리세이프티 패키지(차로유지와 스마트 하이빔이 빠지고 후측방 경보가 있다)가 120만원이다.
긴급제동 시스템은 지난해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사고 이후 그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0년까지 이 장비를 장착해야만 차를 판매를 할 수 있다. 긴급제동 시스템은 후방추돌이 예상되면 자동으로 제동을 걸어 찰나의 순간 운전자는 물론이고 상대차의 안전까지 지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안전이 확보된 공터에서 앞에 장애물을 놓고 시험해본 결과 매끈하게 작동됐고, 짧은 시승이었지만 오작동은 경험하지 못했다. 그간 고급 자동차의 옵션으로만 여겨졌던 이 장비를 콤팩트 SUV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선택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차로유지 기능의 경우 스티어링 휠 조작감이 좀 급작스럽고 작동도 매끄럽지 않아 이질감이 느껴졌다.
시승차는 디젤 모델에 4WD가 추가돼 뒷바퀴 서스펜션이 멀티링크다. 티볼리 디젤은 가솔린 모델과 달리 서스펜션이 단단하고 스티어링 휠의 감도를 스포츠로 설정하면 꽤 무거워져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보인다. 벤치마킹했다고 밝힌 미니 컨트리맨과 비슷한 주행감각이다.
초반에 힘이 좋은 디젤답게 1,500rpm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돼 지형과 고저를 가리지 않고 실용영역에서의 쓰임새가 돋보인다. 변속기는 아이신제 6단 자동으로, 모든 영역에서 변속이 느긋하다.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회전계 바늘이 빠르게 치솟지만 레드존 부근에 다다라도 영 넘어갈 기미가 안보인다. 그래도 동급 모델에 비해 고회전에서 걸걸대는 게 덜하고, NVH도 잘 억제됐다. 센터 디퍼렌셜록 기능도 제공해 산길 도전도 가능하다. 다만 지상고가 그리 높지 않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쌍용차는 2016년, 적재함을 늘인 티볼리 에어 모델을 추가하면서 잘 나가는 티볼리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2017년 티볼리의 카드는 바로 안전. 안 그래도 가성비 좋다고 평가 받는 차인데, 합리적인 가격의 고급 안전장비까지 갖췄으니 올해도 순 풍에 돛 단 듯이 잘 나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