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7 하이브리드, 좋은건 ‘공유’합시다
2017-02-14 13:40:48 글 민병권 기자
신형 6세대 그랜저(IG) 시승 행사가 있은 지 며칠 후 K7 하이브리드 출시 및 시승행사가 이어졌다. 알다시피 2세대 K7(YG)은 2016년 1월에 일찌감치 출시됐고, 그랜저가 구형(HG)으로 버티는 사이 준대형차 시장 점유율 43%를 기록하는 등 신차효과를 누렸다. 2.4L와 3.3L 가솔린 엔진, 2.2L 디젤 엔진을 한방에 내놓았지만 하이브리드 모델 교체는 미뤄왔다.
결과적으로 신차의 약발이 떨어지고 신형 그랜저가 출시되어 전세가 바뀔 무렵 분위기 전환용으로 추가 투입하기 위해 아껴둔 셈이다. 물론 신형 그랜저도 하이브리드 카드는 주머니에 잘 보이게 넣어둔 상태. 새 K7 하이브리드는 기존 K7(VG) 700h 출시 후 만 3년을 채우고 나왔다. 그리고 700h라는 이름은 더이상 쓰지 않는다.
아슬란(AG)에 눌려 차체를 키우지 못한 그랜저에 비해 K7은 휠베이스 10mm, 길이는 40mm 크다. 이보다 큰 국산차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다. 따라서 K7 하이브리드는 동급 최대의 실내공간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국산 하이브리드카 중 가장 큰 차라는 독특한 지위를 갖고 있다. 기아차가 경쟁모델로 지목한 렉서스 ES300h보다 한 치수쯤 커 보인다.
새차의 파워트레인은 K7 판매의 45%를 차지하는 2.4L 가솔린 엔진에 구동용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추가한 형태다. 물론 엔진과 변속기는 하이브리드에 맞게 손보았다. 190마력, 24.6kg·m를 내는 2.4L 세타Ⅱ ‘개선’ 엔진과 달리 하이브리드카의 2.4L 엔진은 159마력, 21kg·m를 낸다. 여기에 38kW, 205Nm(52마력, 20.9kg·m)의 전기모터를 결합시켰다. 모터의 출력을 종전보다 3kW 높이고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 용량도 1.43kWh에서 1.76kWh로 키워 EV 비중을 높였다.
K7 2.4L 가솔린과 비교해 무게는 125kg 늘었다. 1,680kg의 공차중량은 2.2L 디젤(1,645kg)이나 3.3L 가솔린(1,665kg)보다 무겁지만 늘어난 무게는 상당부분 뒤쪽으로 분산되어 있다. 배터리는 트렁크 바닥 아래 스페어 타이어 자리에 배치해 트렁크를 열어도 하이브리드 티가 안난다. 적재용량은 구형보다 37L 늘어난 440L(VDA 기준)로 골프백 4개를 실을 수 있다고 한다.
하이브리드카 티가 안나기는 외관도 마찬가지다. 트렁크의 작은 로고를 제외하면 하이브리드 전용 휠 정도가 눈에 들어온다. 개구부를 줄여 공력성능을 높인 휠에 기아차 최초의 멀티트레드 타이어(트레드를 주행 강화 및 연비 강화 부분으로 이중설계했다)를 끼워 연비 개선 효과를 노렸다. 17인치 휠타이어라 큰 차체에 비해 조금 작아 보이는 부작용이 있다. 그밖에 액티브 에어플랩 등을 사용해 공력특성도 약간 개선됐다.
실내도 계기판에 전원이 들어오기 전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눈치채기 어렵다. 퀼팅 나파 가죽시트 마감을 하이브리드에 어울리는 흰색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되었으나 유용성이 적어 보인다. 운전석과 동반석 시트에는 온열 및 통풍 기능을 넣었다. 효율이나 가격을 맞추기 위해 편의장비를 싹 없앤 게 아니라는 얘기다. 자세히 보면 에어컨 조작부에 운전자 주위만 냉난방 기능이 작동하도록 선택하는 버튼이 있다. 혼자 타고 다니는 차의 비중을 생각할 때 일반차에도 보급돼야 할 기능이 아닌가 싶다.
시승도 혼자 하면 좋겠지만 사정상 기자 셋을 더 태웠다. 거기다 촬영장비까지 실었음에도 K7의 실내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넓고, 조용했다. 편안함에 취한 사진기자들이 졸다가 촬영 지점을 지나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K7 하이브리드의 주요 소구점 하나는 정숙성이다. 엔진 주변, 언더커버 등 곳곳에 흡차음재를 보강했고 저회전에서의 진동과 소음을 상쇄하기 위해 모터의 역방향 토크를 이용하는 잔재주도 도입했다.
주행성능도 향상됐다. EV 주행거리가 조금 늘어났고, 출발 시 초기가속이 빨라졌다. 또한 하이브리드용 변속기를 조절해 재가속 응답성을 높였다. 굼뜬 증상을 완전히 떨치진 못했지만 어지간한 상황에선 파워트레인의 능력에 불만이 생기지 않을 듯하다.
다만 가속 때 구동 모드 전환이 매끄럽지 않다. 더 조용하고 부드럽다는 하이브리드카의 장점이 희석된다. 물론 전기모터만으로 달리는 상태가 되면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가속감이 상쾌하긴 하다.
120km/h에서도 엔진 동력을 끊고 EV로 주행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회생제동 등 기회가 될 때마다 배터리를 충전한다(감속감이 일정하지 않은 부작용은 여전하다). 덕분에 하이브리드는 K7 중 가장 나은 공인연비와 CO2 수치를 제시한다. 디젤(14.3km/L, 133g/km)을 훌쩍 넘어설 정도다. 특히 CO2 배출량은 100g/km라는 상징적 경계선을 넘겼던 K7 700h와 달리 97g/km로 낮아졌다.
고속주행 비중이 3배쯤 높은 편도 46km 코스를 왕복한 이번 시승에선 12km/L 안팎의 연비를 찍어 시가지 16.1km/L, 고속도로 16.2km/L의 공인연비를 무색케 했다. 과격하게 운전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경제운전을 하지도 않은 점 그리고 성인 남자 네명이 탄 점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K7 하이브리드의 예비 고객은 위성도시에 거주하며 중장거리를 달려 출퇴근하는 30~40대다. 그들이 2.4 모델 대신 3.3의 가격에 육박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입할 경우, 1년에 3만km씩, 3년을 보유하면 약 370만원인 실구매 가격의 차이가 상쇄된다고 한다. 설사 그렇지 못하다고 해도 EV 모드나 회생제동 등 하이브리드만의 운전 재미와 환경 친화적인 차를 탄다는 자부심(?)은 이 차를 선택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