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2 쿠페, 엔트리 M카라고?
2017-02-24 17:15:50 글 박영웅 편집장
M2는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차를 으뜸으로 치는 이들에게 가성비 높은 화끈한 차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국내 출시가 예정보다 4개월 가까이 늦어지며 팬덤(속칭 M빠)들을 노심초사하게 만들었다.
BMW M2와 관련해 꼭 할 말이 있다. 기자는 2008년 덴마크 코펜하겐과 스웨덴 고틀란트섬에서 열린 BMW 135i 쿠페 글로벌 미디어 시승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5도어(E87), 3도어(E81) 해치백으로 나온 초대 1시리즈가 2도어 쿠페(E82)로 첫선을 보인 자리였다. 해치백이 먹히지 않는 북미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던 1시리즈 쿠페의 최상위 버전인 135i는 직렬 6기통 3.0L 직분사 트윈터보 엔진(N54)을 얹어 당시 콤팩트 쿠페 가운데 가장 빼어난 운동성능을 자랑했다. BMW가 30여년만에 다시 꺼내든 터보 엔진(가솔린)이 1.5톤에 불과한 작은 차체를 강력한 파워로 밀어붙이는 기세는 정말 대단했다.
135i의 성능에 감탄한 기자는 프로젝트 총책임자 (후베르트)에게 M 버전도 만드는지 물었다. 그는 “135i의 성능이 워낙 걸출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으며, 대신 서스펜션 및 외관과 실내를 다듬은 M 패키지를 마련할 것”이고 답했다. 그러면서 “1978년에 나온 M1과의 혼동 때문에도 어렵다”고 덧붙었다.
그런데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2010년말 BMW는 1M 쿠페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예고 없이 등장한 신차는 BMW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M1과 헷갈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M카 작명법을 버리고 1M 쿠페로 나왔다. 그리고 쿠페형에는 짝수를 붙이기로 한 새로운 규칙에 따라 후속 새차는 M2 쿠페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드디어 M2 운전석에 올랐다. 시승차를 받으면 무조건 서킷에 올리겠다고 작심했지만 주어진 시간이 3시간 남짓이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새로운 M2 쿠페(코드명 F87)는 2시리즈 쿠페(F22)와 차체를 공유하지만 많은 부분이 다르다. 코드명 차이만 봐도 손을 많이 댄 차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무게를 5kg 줄인 경량 서스펜션은 물론이고 앞쪽 스트럿 지지부와 크로스멤버, 뒤쪽 액슬 지지부, 차체 하부 패널 등을 M4에서 가져와 새로 꾸몄다. 참고로 구형 1M 쿠페(E82) 역시 당시 M3 쿠페(E92)에서 서스펜션을 가져오는 등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했지만 코드명은 1시리즈 쿠페(E82)와 동일했다. 이중 세로줄로 꾸며진 키드니 그릴, 에어 스커트&커튼, 사다리꼴 블레이드가 눈길을 모으는 새차의 앞모습은 현행 M4 쿠페(코드명 F82)에서 볼 수 있는 최신 M카의 디자인 요소가 그대로 담겨 있다. 또한 노멀 2시리즈 쿠페와 비교해 공력성능을 극대화한 것도 특징이다. 제원상 M2 쿠페는 2시리즈 쿠페보다 앞뒤 트레드가 55mm, 80mm 커졌지만 공기저항이 5% 줄고 고속주행 때 차가 떠오르는 리프팅 현상도 35%나 개선됐다고 한다.
가변형 머플러의 배기음은 조금 맥이 빠진다
시각적으로도 야무지다. 콤팩트한 차체에 짧은 앞뒤 오버행, 긴 휠베이스, 넉넉한 길이의 보닛과 대비되는, 한껏 뒤로 물러난 캐빈룸 등 BMW 고유의 비율이 잘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쪽 펜더에 붙은 M로고가 장식된 벤트, 뒷범퍼의 리어 디퓨저, 크롬 장식 배기구가 극한의 모터스포츠에서 실력을 닦아온 M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강조한다.
실내 역시 한껏 스포티하다. 노멀 BMW와 달리 300km/h, 8,000rpm까지 표시된 계기판도 그렇고 카본 트림, 곳곳에 박힌 M 로고가 고성능을 암시한다. 특히 빨강과 파랑 바늘땀이 어우러진 스티어링 휠이 감각적이다. M카에 올라탔음을 즉각 실감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듀얼클러치 방식 7단 자동변속기 모델만 들어온다
6단 수동변속기로만 나오던 구형과 달리 M2 쿠페는 트윈클러치 방식 7단 자동변속기가 추가됐다. 국내에는 7단 자동 모델만 들어오는데, 구형 M3(E90)에서 이미 선보인 게트락제다. 변속이 신속정확해 가속력이 뛰어나고 6단, 7단이 오버드라이브이기에 연비가 수동보다 7% 가까이 개선됐다. 따라서 감성적인 면을 제외하면 굳이 수동변속기를 고집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직렬 6기통 3.0L 직분사 터보 엔진(N55)은 최고출력 370마력/6,500rpm에 최대토크 47.4kg·m/1,400~5,560rpm을 낸다. 구형 1M 쿠페가 트윈터보로 340마력, 45.9kg·m의 파워를 기록했지만 M2는 1개의 트윈스크롤 터보차저로 더 뛰어난 성능을 뽑아낸다. 또한 3세대 밸브트로닉 시스템을 얹어 내구성을 높였다. 극한의 서킷 주행에 대비해 드라이섬프 방식의 오일 순환 시스템도 갖췄다. 7~8만km를 달리면 엔진을 오버홀 수리해야 했던 고질병은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스로틀을 열자마자 M2가 맹렬하게 튀어나간다. 0→100km/h 가속 4.3초로 웬만한 스포츠카를 앞서는 가속력이다. 3.0L 엔진이 이렇게 맹렬해진 비결은 의심할 여지없이 터보 덕분이다. 저회전부터 두터운 토크를 분출하기에 rpm을 떨구면 바로 활력을 잃는 자연흡기 방식보다 몰아붙이기가 쉽다. 또 오버부스트 기능이 있어 액셀 페달을 바닥까지 밟으면 3.6kg·m의 토크가 더 나오는데, 차가 워낙 총알처럼 튀어나가 그 차이를 느끼긴 어렵다. 다만 한가지, 가변형 스포츠 머플러의 배기음이 조금 맥 빠져 아쉽다. M4만큼 활력이 넘쳤으면 좋겠다.
M4에서 가져온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믿음직스럽다. 가볍거나 무겁기만 했던 과거와 달리 노면 상태까지 운전자에게 전해줄 정도로 진화해 감각적으로도 만족스럽다. 스티어링 휠 조작 기준으로 45도, 130도 구간에서 조향각이 변하는데, 감는 만큼 차 앞머리가 정확하게 틀어진다.
일반국도에서 그립을 유지하며 달렸는데, 워낙 안정성이 뛰어나 자꾸만 속도를 높이게 되었다. 그런데 재주껏(?) 스피드를 높여도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미쉐린이 개발한 앞 245/35 ZR19, 뒤 265/35 ZR 19 파일럿 수퍼 스포츠 타이어의 그립력은 정말 놀랍다. M2를 몰면 몰수록 서킷을 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한계 이상으로 밀어붙이면서 차체 엉덩이를 틀며 달린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1M 쿠페는 기계식 차동제한장치(가변형 M 디퍼렌셜 록)를 갖추고 있지만 M2 쿠페는 M3/M4에서 가져온 전자식(액티브 M 디퍼렌셜)을 사용한다. 따라서 뒤쪽 구동바퀴의 접지력이 차이나는 상황에서도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게다가 M2는 드리프트에 최적화된 전자식 주행보조장치인 M 다이내믹 모드를 갖추고 있어 관성 드리프트나 파워 드리프트 같은 운전 스킬이 없어도 게걸음 주행이 가능할 것이다.
싱글터보의 M2는 트윈터보의 구형보다 더 강력하다
원래 휠베이스가 짧은 차일수록 카운터 조작이 정확해야 드리프트 주행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M2의 경우 M 다이내믹 모드를 활성화시키면 손쉽게 구동바퀴가 헛도는 파워 슬라이드 상태를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드리프트 상태에서 운전 미숙으로 일어나는 언더와 오버스티어를 적절히 제어해주기에 운전자는 코스 이탈이나 스핀에 대한 걱정 없이 안심하고 밟을 수 있다. 배짱만 있으면 누구든 켄 블록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밖에도 M2에는 론치 컨트롤과 번아웃 기능도 있다. i드라이브 컨트롤러를 어떻게 만져야 하는지 지레 골치 아파할 이유는 없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컨트롤 스위치를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변경하면 준비 끝이다.
머리 아픈 걸 일부러 즐기는 이라면 M2가 더욱 매력적일 수 있다. 서킷 주행 때 가속, 제동, 조향,중력가속도(G), 주행시간 등을 알려주는 M 랩타이머 앱이 마련되어 있고, 차체 안팎에 부착된 고프로 카메라를 와이파이로 연결해 간편하게 조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고 나서 SNS에 올릴 갖가지 데이터를 챙기는 이에게 좋은 소식이다.
M2는 분명 정통 스포츠카가 아니다. 2도어 쿠페를 바탕으로 한 고성능 모델(물론 매일 탈 수 있다)일 뿐인데, 정말 기막힌 운동성능을 보인다. 고성능차를 몰아붙일 때 특히 조심해야 하는 갑작스러운 범프 구간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주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급가속 도중 깜짝 놀랄 만큼 차가 솟구쳤다 내려앉았지만 구동바퀴의 접지력 차이로 인한 자세 틀어짐이 전혀 없었다.
엔트리 M카여서 윗급 M3이나 M4를 절대 넘어설 수 없지만 부족한 부분을 찾기는 쉽지 않다. 운전 재미를 으뜸으로 치는 이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오히려 차가 지닌 모든 성능을 짜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기 차로 400마력, 500마력을 뽑아내며 달리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게다가 차값도 매력적이다. 평범한 샐러리맨인 기자가 차로 온갖 호사를 누리던 7년 전(그땐 미혼이었다)만 해도 M2 정도의 성능을 만끽할 수 있는 차를 사려면 1억원으로도 모자랐다. 그런데 M2는 7,540만원이다. BMW가 처음 계획했던 생산대수(3,000대)를 두배로 늘릴 수밖에 없었던 1M 쿠페처럼 M2 역시 전세계에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관심이 있는 독자는 서두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