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ABOUT TG
FEATURES
DRIVES
COLUMN & PEOPLE
NEWS
MULTIMEDIA
DRIVES
DRIVES
>
DRIVES
마세라티의 4번 타자, 르반떼 S Q4
2017-03-31 13:19:16
글
민병권 기자
넵튠의 삼지창에 걸린 괴물 심해어의 꼬리를 잘라내고 몸통만 남긴 것처럼 생긴 이 차가 마세라티의 첫 SUV 르반떼다. 차명은 물고기가 아니라 바람 이름에서 따왔다. 폭스바겐만 바람 이름을 차명에 쓴게 아니다. 마세라티도 그래왔다. 과거 보라, 샤말, 미스트랄이 그랬고 지금의 기블리도 그렇다. 르반떼는 지명이기도 하지만 지중해의 따뜻한 바람을 칭한다.
그럼 따뜻한 SUV? 그렇지는 않다. 이 바람은 종종 매서운 강풍으로 돌변한다. 르반떼가 딱 그런 차다. 이름 참 잘 바꿨다. 콘셉트카에 썼던 쿠뱅(Kubang)이라는 이름보단 어감부터 우아해서 판매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기블리의 것을 약간 수정한 것 같았던 얼굴을 쿠페 콘셉트카 알피에리에 가깝게 바꾼 것도 환영이다. 이로써 시판차 중 르반떼에서만 볼 수 있는 개성 있는 앞모습이 됐다.
다 잘 바꾼 것은 아니다. 기블리를 연상시켰던 콘셉트카의 뒷모습은 그냥 두는게 나을 뻔했다. 양산차는 쿠페처럼 날렵한 실루엣을 강조하려고 그랬는지 테일라이트를 그란투리스모와 비슷한 역삼각형으로 바꾸었는데, 주변을 부드러운 곡면으로 마무리하고 나이 들어 보이는 주름을 넣은 탓에 앞모습에서 느껴졌던 기개가 사라져버렸다.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아무튼 약간의 착시효과와 함께 지붕선이 쿠페처럼 떨어지는 후미는 길이 5m, 휠베이스 3m를 넘어선 넉넉한 사이즈, 긴 보닛 및 뒤로 물러난 운전석의 비례와 함께 경쟁 SUV들과 비교되는 르반떼만의 매력을 뽐낸다.
지상고를 낮췄을 때의 모습은 SUV보단 길쭉한 5도어 해치백이나 슈팅브레이크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면서도 영락없는 마세라티다. 레드카펫 앞에 내릴 때 짐차를 타고 온 느낌을 줄 수 있는 다른 SUV들과 달리 르반떼는 격식을 차린 점잖음을 풍길 것 같다.
그 격식은 물론 이탈리아 스타일이다. 바닥을 긁을 듯 아래쪽까지 통으로 열리는 도어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였을 뿐 아니라 쿠페처럼 창틀을 없애 멋스럽다. 실내로 들어가면 마세라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마감이 멋스러움을 고취시킨다. 시트 중심부와 도어트림, 천장까지 고급 양복천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소재로 감싸 만족감을 높인다. 여기에 어우러진 빨강, 검정의 투톤 가죽과 결이 파인 무광택의 어두운 우드 트림은 예상치 못한 조합이다. 어색한 것 같으면서도 ‘이딸리아’차스럽고 마세라티답다. 물론 시승차의 모습이 르반떼의 전부는 아니다. 조합은 주문하기 나름이고, 어떤 것들은 추가지출이 요구될 것이다.
인테리어는 기블리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듯 새차 기분이 덜하지만 실제로 비교해보면 르반떼 고유의 디자인 요소들이 눈에 띈다. SUV답게 수납공간도 넉넉하다. 이전 마세라티차들보다 업그레이드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운전자 보조장치들은 새차의 고급성에 누를 끼치지 않을 수준이다. 메인화면은 8.4인치로 커졌고, 변속레버 뒤로 두개의 다이얼을 포갠 마세라티의 새로운 로터리식 통합조작장치가 달렸다. 억지로 구색을 갖춘 것 같기도 하지만 운전석 주변부의 질감 및 조작감 향상과 함께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방충돌경고, 자동긴급제동, 차로이탈 경고와 사각지대 감시장치도 갖췄다. 하지만 아직 없는 장비도 여럿이다. 이래저래 업계 최고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수작업과 전통을 중시하는 마세라티의 고집이라고 좋게 봐줄 만하다. 사실 마세라티가 이 정도면 어마어마하게 발전한 것이다. 뒷좌석에서 충전용 USB 소켓을 2개나 보게 된 것도 생각 밖이다. 꼼꼼히 살피면 여전히 대중차와 부품을 나눈 흔적이 보이지만 예전만큼 도드라지지는 않는다.
실내공간은 (동급 최대라는 마세라티의 주장에 의구심이 들긴 해도) 넉넉하다. 다만 차체를 고려하면 아쉽다고 할 수도 있다. 멋을 내려면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뒷좌석 머리공간은 겉보기보다 넉넉한 편이다. 타고 내릴 때도 불편함이 적다. 다리가 짧아 차에서 뛰어내려야 할까봐 걱정이라고? 괜찮다. 이 차는 편리하게 타고내릴 수 있도록 지상고를 낮춰주는 에어 서스펜션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뒷좌석용 편의장비로는 파노라마 선루프, 측면 전동 햇빛가리개, 2단 열선, 중앙 송풍구가 있다. 원한다면 뒷문 이중접합유리(앞문은 기본)를 선택하거나 시승차처럼 1,280W 앰프와 17스피커로 구성된 바우어앤드윌킨스(B&W) 사운드 시스템을 추가해도 좋다. 마세라티 특유의 우렁찬 배기음도 질릴 날이 올 것 같다면 말이다.
뒷좌석 등받이도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짐 실을 때 앞으로 기울이기 위한 것이니 누워갈 생각은 하지 말자. 물론 완전히 앞으로 접을 수도 있다. 이런 구조 때문인지 등받이 아래쪽이 단단하게 튀어나와 있어 착좌감이 그렇게 좋진 않다. 하지만 딱 쿠페형 SUV 수준인 짐공간을 넓혀야 할 땐 고마울 것이다.
트렁크 아래쪽에는 스페어 타이어와 배터리가 들어 있어 추가 적재공간이 없다. 580L의 기본 적재용량은 BMW X6와 같고 포르쉐 카이엔(670L)보단 작다. 전동식 테일게이트는 운전석 머리 위 콘솔이나 트렁크 안쪽 왼편의 버튼으로 조작할 수 있다. (마세라티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지만) 범퍼 아래로 발길질을 하면 자동으로 열리는 기능은 옵션이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콰트로포르테, 기블리 것과 별다르지 않다. 주력은 V6 3.0L 275마력 디젤이겠지만 시승차는 르반떼 중에서 가장 강력한 S 버전으로, 페라리에서 만드는 V6 3.0L 트윈터보를 얹었다(만세!).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430마력, 59.1kg·m.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콰트로포르테 S Q4(410마력, 56.1kg·m)보다 조금씩 높게 설정됐고, ZF 8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네바퀴를 굴리는 건 같다.
그럼 누가 더 빠를까? 조금이라도 차체가 짧은 르반떼? 길이 5.265m의 쭉쭉빵빵 콰트로포르테? 르반떼 S는 0→100km/h 가속성능 5.2초, 최고속도는 264km/h로, 콰트로포르테 S Q4의 4.9초, 286km/h보다 늦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운전 재미와 체감성능에서 르반떼가 콰트로포르테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차가 많은 길에서 다른 SUV들에 시야가 막혀 삽질할 염려가 없거니와 일단 앉으면 차가 몸에 착 붙는 느낌부터 다르다. 럭셔리 패키지인 시승차가 이 정도니 스포츠 패키지를 택하면 더할 것이다.
콰트로포르테뿐이 아니다. 르반떼의 두툼한 스티어링 휠을 부여잡고 금속뭉치 같은 패들을 당기며 오른발로 두개의 페달을 번갈아 밟아 배기 플랩을 연주하다 보면 내로라하는 경쟁상대들마저 우레 같은 배기 사운드 너머로 잊혀진다.
몸놀림도 제법이다. 스티어링을 이리저리 흔들어대면 커다란 차체가 찰지게 따라붙는다. 기블리를 바탕으로 강성을 20% 높인 차체는 SUV 중에서 무게중심이 가장 낮은 수준인데다 앞뒤 50:50의 무게배분을 실현했다. 여기에 에어 서스펜션으로 차고를 낮출 수 있고 기계식 LSD와 토크 벡터링 기술까지 갖췄다.
살짝 내린 눈에 제설제가 섞여 미끄러운 코너를 윈터 타이어도 아니고 피렐리 P제로를 신은 2톤짜리 SUV가 자세를 확 낮추고 재빨리 돌아낸다. 네바퀴굴림장치는 쉴 사이가 없다. 가속 페달을 떼거나 정속주행할 때만 뒷바퀴로 힘을 온전히 몰아줄 뿐 끊임없이 앞바퀴로 보내는 구동력(최대 50%)을 조율한다.
뒤쪽이 꿈틀거리는걸 막아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던 주행안정장치는 스포츠 모드로 바뀌자 잠잠해진다. I.C.E는 결빙 노면뿐만 아니라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을 약속하는 모드다(Increased Control & Efficiency의 약자다). 배기 사운드는 I.C.E에서도 느껴질 만큼 기본적으로 스포티하지만 스포츠 모드에서 제대로 배기 플랩이 열리며 바라라 떠는 소리가 울려퍼질 때는 정말 심쿵이다. 브레이크를 꽉 밟을 땐 뿌붕 하고 방귀도 제대로 뀐다.
르반떼 S는 디젤 및 기본형 V6보다 브레이크도 더 강하다(노란색 캘리퍼는 시각적 효과를 높이는 선택장비다). 신뢰감을 주는 견고한 페달감각과 함께 앞으로 확 쏠리는 느낌 없이 사르르 속도를 줄인다.
르반떼는 마세라티의 스카이훅 전자제어 댐핑 시스템(상황에 맞게 각 바퀴의 댐핑 비율을 조절한다)과 함께 주행 모드나 운전자 선택에 따라 지상고가 6단계, 최대 8.5cm까지 조절되는 에어 서스펜션을 기본장비로 제공한다.
‘정상’ 모드에서도 약간 노면을 타고 요철 통과 시 충격음도 조금씩 전해지지만 편안함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다. 2단계로 나뉘는 스포츠 모드에서의 단단함과 기민함, 박력을 생각하면 이처럼 폭넓은 유연함이 고맙다.
오프로드 모드, 경사로 속도유지 기능도 있다. 적극적인 험로 주파용 장비는 없지만 어쩐지 FCA 그룹 내 미국 친구들의 노하우가 십분 스며들었을 것만 같다. 실제 험로에 들어갈 일은 없더라도 다양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은 크로스오버카의 매력을 높여준다.
이 정도 갖췄으면 연비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살펴봤다. 르반떼는 0.31Cd의 동급 최고 수준의 공기저항계수(닛산 무라노와 동급)를 가졌을 뿐 아니라 마세라티 최초의 전동 그릴 셔터를 갖췄다.
100km/h로 정속주행하면 앞바퀴 구동력 배분이 끊어지고 8단 자동변속기는 엔진 회전수를 1,500rpm 남짓에 머물게 한다. 정차 때는 오토 스타트 스톱으로 연료 소모를 줄인다. 그래서 90km를 달린 평균연비가 6.5km/L로, 딱 공인연비 수준이다(2,000km 누적연비는 5.4km/L). 차를 반납하기 직전 고급유를 가득 채우니 좋은 공연 한편 볼 만큼의 주유비가 들었다. 이 정도면 꽤 괜찮은 관람이다.
아메리칸 드림, 캐딜락 CT6 & 링컨 컨티넨탈
무결점 비즈니스 세단, BMW 5시리즈
마세라티의 4번 타자, 르반떼 S Q4
너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내가 있을 뿐, 740d M 스포츠 vs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맥라렌의 새로운 도전, 570GT
인기 기사
[비교] 아우디 Q3 vs BMW X1 vs 벤츠 GLA
꼼수 부리지 말고 확실히!, 디젤 엔진의 배출가스저감장치
한국인이 만든 유러피언 세단, SM6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헤드업 디스플레이 - 제발, 운전에만 집중하세요
SUV, 자네는 언제 태어났나?
자동차 디스플레이 트렌드
최신 기사
2의 거듭제곱, 폴스타 2 싱글모터
폭스바겐의 근거 있는 자신감, ID.4
내게 용기를 주는 차, GMC 시에라
[시승기]독이 든 성배일까...토레스 바이퓨얼
의지의 산물, 밝은 내일을 꿈꾸게 하는 결정판
고마워요, 함께해요,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