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자극, 메르세데스-AMG SLC 43 & 캔암 스파이더 F3-S
2017-05-23 13:45:54 글 김준혁 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의 시선과 관심을 부담스러워 한다. 조용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쪽이 편하고 위험부담도 없기 때문일까? 하지만 마음 한구석엔 아주 가끔, 아니면 딱 한번만이라도 관심을 받고 싶다는 욕구를 품고 있다. SNS에 해시태그가 첨부된 인증샷을 올리면서 ‘좋아요’가 눌리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도 그런 욕구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주목을 받기란 쉽지 않다. 유행가 가사처럼 ‘신도림역에서 스트립쇼’라도 한다면 모를까.
하지만 <탑기어>스럽게 탈것을 활용해 자신을 노출하면 꽤 뜨거운 관심을 받을 수 있다. 무언가를 타면서 자신을 노출한다? 쉽지 않은 일 같지만 실내가 훤히 드러나는 로드스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디자인이 독특하면 주목받기가 더 쉬워진다.
뜨거운 시선을 감당할 수 있다면 가급적 사람이 많은 곳에서 과감하게 메르세데스-AMG SLC 43의 하드톱을 열어젖히거나 모든 것이 훤히 드러난 캔암 스파이더 F3-S에 오르면 된다. 이후부터 두 차에 쏟아지는 뜨거운 시선은 운전자가 견뎌야 할 몫이다.
캔암 스파이더에 쏠리는 시선은 정말이지 감당하기가 힘들 정도로 뜨겁다. 신호를 받아 잠깐이라도 멈추면 생면부지의 사람이 -가격이나 최고속도에 대한 궁금증으로- 말을 걸어오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말을 걸지 않더라도 대놓고 쳐다보는 기분 좋은 시선이 시종일관 느껴진다.
스파이더 F3-S는 앞쪽에 2개의 바퀴를 달고 뒤에는 225mm에 달하는 두꺼운 바퀴 하나가 끼워져 있는 독특한 구성만으로도 눈길을 모으기 충분하다. 그런데 작은 부분 하나하나까지 기존의 것과 달라서 한층 더 호기심을 느끼는 듯하다.
일부 구성은 모터사이클 스타일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구동계가 연결된 스윙암과 시트, 페달, 핸들바는 영락없이 모터사이클이다. 반면 F1 경주차처럼 속이 훤히 보이는 프론트 서스펜션의 기하학적인 구조와 프론트 그릴, 보닛, 헤드램프가 층층이 겹쳐 있는 앞쪽은 자동차의 모습이다. 메이커들이 저마다 크로스오버카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 정도는 돼야 진정한 크로스오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주변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싶다면, 캔암 스파이더만한 게 없을 것 같다. 안전을 위해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보호장구와 헬멧은 부담스러운 시선을 막아주는 고마운 장비. 그러니 가능하면 짙은 색 실드가 끼워진 풀페이스 헬멧을 쓰길 추천한다. 굳이 시선을 즐기고 싶다면 투명 실드나 하프페이스 헬멧을 고르면 된다. 그러면 도로 한복판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지난해초 공식 데뷔한 SLC는 3세대 SLK의 디자인을 손본 페이스리프트 버전이다. 이름은 메르세데스의 새로운 작명법에 맞춰 바꿨다. SLC의 C는 로드스터 라인업에서 C-클래스와 비슷한 위치라는 것을 의미한다.
C를 공유하면서 디자인도 C-클래스와 비슷하게 바꿨다. 오리지널 3세대 SLK는 직선을 많이 사용해 강직한 이미지가 두드러진 반면 SLC는 곡선을 많이 사용해 한결 부드럽고 여성적인 색채가 강하다. C-클래스와 유사한 헤드램프와 프론트 그릴이 결정적인 요소다.
나머지 것들은 다른 메르세데스-AMG 43 시리즈와 궤를 같이한다. 프론트 그릴의 다이아몬드 패턴, 진짜 AMG보다 과격함이 덜한 A-윙 프론트 범퍼, 실제론 2개지만 4개인 것처럼 꾸며놓은 머플러 등이 그것이다. 이름과 얼굴이 크게 바뀌었지만, 페이스리프트인 탓에 실내는 예전 모습 그대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새로운 AMG 시리즈에 일괄 적용된 콤팩트한 기어 노브와 스티어링 휠 정도.
사실 이런 변화는 평소 메르세데스-벤츠의 콤팩트 로드스터에 관심 있는 사람만이 알아차릴 수 있다. 일반인에게는 구형과 신형 모두 똑같이 스포티하고 날렵하게 생긴 오픈카일 뿐이다. 이게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이 차는 하드톱 로드스터이기 때문에 지붕이 극적으로 열리는 20초 동안 뜨거운 시선을 한몸에 받을 수 있다. 이게 SLC를 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지붕을 열고 달리면 SLC의 진짜 재미가 시작 된다. 주변의 -호기심과 부러움이 교차하는- 시선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두번째는 바람을 품고 달리는 자유로운 느낌에서 비롯된다. 지붕을 닫았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체감속도가 높아서 운전이 훨씬 재미있다. 머리 뒤쪽에서 증폭되어 들려오는 배기음은 역시 AMG란 말이 나오게 만든다.
주변의 시선을 배제하고, 차 자체에 집중하면 전체적으로 매우 스포티하다는 느낌이 든다. 엔진은 AMG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트윈터보 방식인데도 자연흡기처럼 부드럽다. 그러면서 터보 특유의 폭발력도 갖고 있다. 비슷한 스펙의 4기통 AMG 터보는 고회전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고 배기량의 한계가 드러나는 반면 SLC 43의 V6 3.0L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이 나오는 6000rpm까지 회전수를 올려도 지치지 않는다. 오히려 고회전으로 갈수록 활기찬 모습을 보인다.
AMG 스포츠 서스펜션(해외 버전은 가변 댐퍼를 쓰지만, 국내 모델은 미적용)을 사용해 코너에서 롤이 거의 없고, 높은 접지력이 유지된다. 이로 인해 승차감이 훼손되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어쨌든 SLC 43의 코너링 실력은 수준급이다. 빠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해도 여간해서는 뒤가 흔들리지 않고, 안정감 있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기본 설정이 워낙 스포티해 주행 모드가 컴포트든 스포츠 플러스든 상관없이 시종일관 빠르다.
AMG SLC 43는 분명 빠른 차다. 한데 재밌다는 느낌은 약하다. 너무 안정적인 탓일까? 가장 큰 원인은 감각이 모호하고 피드백이 부족한 스티어링 시스템 때문인 것 같다. 확실히 SLC 43는 코너링이 재미있는 하드코어 스포츠카는 아니다. 지붕을 열고 주변시선을 즐기며 유유자적 크루징을 하다가, 이따금씩 날렵한 코너링 실력으로 주변을 깜짝 놀래키는 데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로드스터다.
캔암 스파이더 F3-S는 타는 순간부터 재미있다. 자동차 및 모터사이클과는 포지션이나 조작감이 완전히 다른 데서 오는 재미가 크다. 혹시 카트를 타봤는가? 캔암 스파이더의 첫 느낌이 딱 카트 같다. 덩치 큰 자동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직관성과 민첩함, 온몸으로 전해지는 풍부한 피드백 때문인 것 같다. 차체와 운전자 사이의 유대관계가 깊다는 점에선 모터사이클 같기도 하다. 코너를 돌면서 몸을 안쪽으로 넘길 때는 영락없는 모터사이클이다. 독특한 운전재미에 빠져들다 보면, 주변의 시선과 관심 따위를 의식할 겨를이 없다.
3기통 1.3L엔진은 터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중저속 토크가 두둑하고 폭발적이다. 최고출력 115마력이 나오는 시점은 7,250rpm. 하지만 굳이 고회전을 쓰지 않아도 된다. 회전수를 조금씩 높여 두둑해지는 토크만으로도 엔진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시승차에 끼워진 아크라포비치 배기 시스템의 박진감 넘치는 소리를 배경 삼아 스로틀을 비틀면 순식간에 100km/h를 넘기는데, 이때의 가속감은 전형적인 모터사이클 느낌이다. 남아도는 힘으로 봤을 땐 200km/h까지 충분히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 한계속도는 높게 잡아도 150km/h가 마지노선이다. 윈드실드가 없어 주행풍이 운전자를 강하게 압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로드스터다운 재미를 살려주는 요소 아닐까? SLC 같은 로드스터에서는 머리 위로 지나가는 살랑바람만 느낄 수 있다. 반면, 캔암 스파이더는 온몸으로 바람을 맞는다. 따라서 로드스터 본연의 자유로움과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재미는 모터사이클에서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모터사이클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위험하고 타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캔암 스파이더는 그런 게 전혀 없다. 불안감 없이 자유와 재미를 한껏 누릴 수 있다.
AMG SLC 43와 캔암 스파이더 F3-S를 타고 난 뒤 그 여운이 쉬 가시질 않는다. 그 정도로 두 차는 강한 자극을 남긴다. 온몸으로 느낀 바람과 귓가를 울리는 배기음, 폭발적인 힘 그리고 짜릿한 재미…. 사실, 운전 재미라는 측면만 보면 SLC 43보다는 캔암 스파이더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훨씬 짜릿하고 마초적이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SLC 43는 재미가 덜한 대신 쿠페와 로드스터로 변신할 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자부심 비슷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오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두 차의 공통점 하나는 확실하다. 어디서든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주변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싶다면 AMG SLC 43나 캔암 스파이더 F3-S만한 게 없다. 들이닥치는 바람과 주변의 시선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다면 용감하게 로드스터에 도전해보길 바란다.
MERCEDES-AMG SLC 43가격: 8,970만원
엔진: V6 2996cc 트윈터보,
367마력/5500~6000rpm, 53.1kg?m/2000~4200rpm
변속기: 9단 자동, RWD
성능: 0→100km/h 4.7초, 250km/h
연비: 9.5km/L, 184g/km
무게: 1610kg
BRP CAN-AM SPYDER F3-S
가격: 3,450만원
엔진: I3 1330cc,
117마력/7250rpm, 13.3kg?m/5000rpm
변속기: 6단 반자동, RWD
성능: 0→100km/h -초, -km/h
연비: -km/L, -g/km
무게: 413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