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을 추구한다는 것, 르노삼성 SM7
2017-06-22 17:16:59 글 이지수 기자
솔직히 말해서 이 차는 성능이나 승차감, 넉넉하게 실은 편의장비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데 판매가 너무 부진한 것 같다. SM6가 지난 3개월 동안 1만여대 이상 팔린데 비해 SM7은 겨우 1,687대가 판매됐다. 물론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긴 하다. 준대형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SM5를 기반으로 제작된 만큼 경쟁사의 그랜저나 K7보다 체구가 작다. 그리고 브랜드 파워도 약하다.
르노삼성자동차는 2014년 2세대 SM7을 페이스리프트 하면서, 노바(Nova, 신성)라는 이름표를 붙였다. 르노의 최신 패밀리룩을 적용해 외관을 대대적으로 다듬고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미러링을 달아 가치를 높였다.
이번에 마주한 SM7은 2017년형이다. 외모 구석구석을 뜯어봐도 달라진 부분이 딱히 없지만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디자인이 여전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SM7 노바는 2.5L와 3.5L 배기량의 V6 엔진 2가지와 LPG 엔진을 쓰는 2.0LPe(장애인 전용모델)의 3가지로 나온다.
시승차는 닛산의 VQ 3.5L 엔진을 사용한 최고급 모델이다. 요즘 다운사이징의 유행으로 4기통 터보 엔진이 대세지만 힘이나 부드러움에선 V6를 따라올 수 없다. 258마력/6,000rpm의 최고출력과 33.7kg·m/4,4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SM7 3.5는 충분한 힘을 발휘하면서 유연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달린다. 외관만큼이나 깔끔한 주행특성이 매력적이다. 변속기는 닛산 계열인 자트코사의 6단 자동으로, 변속감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다. 매끄러운 V6 엔진과 맞물려 듬직하고 경쾌한 반응을 보인다.
탄탄한 하체도 인상적이다.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로 굽이치는 코너에서 안정적이고 빠릿빠릿한 몸놀림을 보이지만 쭉 뻗은 도로에서 고속주행을 이어가면 부드럽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 차가 운전 재미와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 굳어질 무렵, 급커브라는 복병을 만나 튼실한 하체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비는 예상한 대로 좋지 않다. SM7 3.5의 공인복합연비는 9.4km/L. 거침없이 스로틀을 열자 9km/h에 못미치는 수치를 기록했다. V6 엔진으로는 나쁜 것도 아니다. SM7은 준대형차급에 어울리게 여유 있는 실내공간, 믿음직스러운 품질, 모자람 없는 주행성능 등 다양한 장점을 지녔다.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이나 리어윈도 선블라인드 같은 안전 및 편의장비도 골고루 실렸다.
이렇게 내실 있는 차가 국내 시장에서 맥을 못추는 이유는 뭘까? 큰 차일수록 브랜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내 소비자의 성향 때문일까? 준대형차 시장의 터줏대감 그랜저나 최근 급부상한 K7처럼 SM7이 현대 혹은 기아차에서 나온 모델이라면 어땠을까? 전혀 꿀릴 것이 없는 SM7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