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SHOT, 인피니티 Q30
2017-06-27 11:45:27 글 민병권 기자
Q30의 매력은 남들과 다름에서 출발한다. 내로라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대부분 준중형차(C-세그먼트)를 갖춘 상태에서 뒤늦게 뛰어든 인피니티는 트렌드를 정확히 짚어 뻔한 해치백 대신 쿠페와 SUV 감성을 버무린 크로스오버카를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피니티 고유의 디자인을 살리는데 역점을 뒀다. 최적의 시기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시장에 내놓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인 벤츠의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만큼이나 Q30의 디자인도 과감하다.
Q30는 보는 각도와 거리에 따라 해치백 같기도, SUV 같기도, 슈팅 브레이크(쿠페+왜건) 같기도 하다. 동급에선 찾아보기 힘든 높은 지상고와 날렵한 윈도 그래픽, 차급을 뛰어넘는 고급스러운 디테일이 크기마저 헷갈리게 만든다. 참고로 Q30는 현대차 i30보다 길이와 너비가 크고 휠베이스는 아반떼와 같다. 그런데 키는 아반떼보다 5.5cm(기본형 기준)나 높다. 날렵한 쿠페 실루엣을 갖고 있음에도 말이다.
차바닥이 지면에서 높이 떠 있는 느낌은 커다란 바퀴와 까만 휠아치 장식으로 그 효과를 높였다. 검정 장식은 유광으로, 실용성보단 장식적인 역할에 무게를 뒀다. 같은 크로스오버카지만 좀더 SUV스러운 QX30와의 차이가 도드라지는 부분이다. Q30는 도심에 잘 어울리는 세련된 이미지이고, 예리한 느낌 또한 강하다. 특히 국내 판매모델인 스포츠 버전 Q30‘S’는 고성능차의 느낌을 부각시킨 앞범퍼와 뒷면 디퓨저 등 스포티한 요소들을 채용했다.
프론트 그릴 상단 모서리가 헤드램프에 미간처럼 이어지는 형태도 눈에 띈다. Q50 등 기존 인피니티와는 다른 조형인데, 신차인 Q60 쿠페와 통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기자를 넋놓게 만든 주범은 앞에서 시작되어 펜더를 타고 측면으로 이어지는 굴곡이다. 정말 과감하다. 좁은 주차장에 세웠다가 문콕이라도 당하면 가슴이 무너질 것이다.
측면의 멋진 라인과 볼륨은 초승달 모양으로 꺾인 인피니티 특유의 C필러와 함께 ‘서 있어도 달리는 것 같은’ 분위기를 낸다. 뻔한 홍보문구를 인용한게 아니라 정말이다. 차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도 점프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역동적인 느낌이 들 정도다.
먼발치서 봐도 멋지지만 얼굴을 들이밀고 봤을 때 소름 돋는 요소도 있다. C필러 안쪽을 파고든 옆창이 유리가 아닌 가짜인 것 말고. 시티 블랙 트림의 휠은 보릿빛이 감도는데, 보라색 테이프를 붙이거나 칠을 해서 그런게 아니라 레이저 가공으로 눈에 보일듯 말듯 가는 보라색 선을 넣어서 만든 효과다.
보라는 인피니티 브랜드의 상징색. 시티 블랙은 실내외는 물론이고 시동키에까지 보라색 액센트를 넣었다. 그래도 휠에 0.3mm 굵기로 보라색 선을 넣다니 누구 말마따나 ‘변태’ 같다.
아무튼 외관에선 이 차가 벤츠 A-클래스, GLA 등과 플랫폼을 공유했다는 걸 눈치챌 만한 단서가 없다. 그런데 실내로 들어서면 헤드레스트 일체형 A자 등받이 시트부터 각종 버튼에 이르기까지 꽤 많은 구성품이 벤츠 소형차 그대로다. 시트 조절 레버가 도어트림 상단에 붙어 있고 룸미러 아래에 실내 조명이 내장된 것까지 똑같다. 그러다 보니 화려한 굴곡의 대시보드와 오디오 스위치, 인터치 컨트롤러 등 적잖은 부분을 인피니티 및 Q30의 것으로 바꾼 노력이 가려질 정도다.
머리로는 ‘이건 벤츠가 아니야’라고 생각하면서도 변속 레버를 찾을 때는 스티어링 휠 뒤를 더듬게 된다. Q30의 변속 레버는 AMG A 45처럼 센터콘솔에 있다. 공간 활용성만 보면 분명 일반 벤츠의 칼럼 시프트 방식이 좋은데, 인피니티도 그것만큼은 브랜드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인체공학적인 면은 벤츠의 기본설계를 따르되 저중력 시트와 같은 인피니티의 기술을 입혔다. 타고 내리기 적당한 높이의 스포츠 시트는 오랜 주행에도 피로가 적고 몸을 잘 잡아준다. 다만 기자처럼 상체가 긴 비쿠페형 인간에겐 머리공간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운전석 등받이를 좀 뉘어야 한다.
오히려 뒷좌석은 등받이가 곧추서 있는데도 머리공간이 부족하지 않다. 지붕선이 쿠페처럼 낮아지는 느낌이고 창문도 좁아 탈 때는 머리를 숙여야 하지만, 실내공간은 아쉽지 않게 뽑았다. 게다가 뒷좌석용 송풍구와 글라스 루프까지 갖췄다.
Q30의 실내는 동급 어느 차도 부럽지 않을 만큼 고급스럽게 꾸며졌다. 국내에서 파는 A-클래스는 상대가 되지 못한다. ‘프리미엄 콤팩트’라는 말이 허무하게 들리지 않는 드문 경우다. 스위치 바꿀 돈을 아껴서 좋은 마감재와 고급장비를 갖추는데 쓴 모양이다.
도어나 테일게이트를 여닫을 때의 고급스러운 무게감도 좋다. 트렁크 용량은 VDA 기준 368L로, A-클래스(341L)와 GLA(421L)의 중간 수준. 지면에서 트렁크턱까지의 높이는 오프로드 서스펜션을 적용하지 않은 GLA와 비슷하고 나머지 치수도 오십보백보다. 다만 Q30는 트렁크 아래 공간을 오디오 우퍼가 차지하고 있어 추가 수납공간이 없다시피 하다.
국내에 출시된 모델은 2.0 터보 가솔린 엔진과 DCT, 앞바퀴굴림의 조합인 Q30S. 211마력 2.0 터보는 인피니티 중 처음이기도 하지만 국내에선 벤츠 A-클래스에서도 만날 수 없는 스펙이라 반갑다.
2.0 터보는 Q30 파워트레인 중 최강이고, 모델명에 붙은 S가 상징하듯이 일상용으로는 넘치는 힘을 제공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핫해치의 대명사 골프 GTI와 최고출력이 같다. 최대토크 35.7kg·m까지 동일하다. 또, 국내 판매 중인 벤츠 중 Q30S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쓰는 차가 바로 CLA 250(4,940만~5,790만원)다. 네바퀴굴림(4매틱)인 것만 다르다. 이쯤되면 잘 달리지 못하는 게 이상한거다. 인피니티의 고성능 DNA를 물려받았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더라도 말이다.
Q30S는 가감속이 빈번한 시가지에서도 여유로운 힘을 바탕으로 경쾌한 몸놀림을 보인다. DCT는 엔진 성능을 최대로 뽑아내는 것보단 부드러운 동력전달에 중점을 둔 것 같다. 어지간한 DCT 차들이 불편함을 드러낼 법한 환경에서도 툴툴거리지 않고 나긋하다.
그 대가인지 킥다운으로 한꺼번에 여러 단을 낮출 때는 굉음이 들리고 가속이 반박자 늦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부터 스포츠 모드에 맞추고 달리면 그런 어색함은 피할 수 있다. 패들시프트를 이용해도 좋지만 대체로 변속기가 알아서 잘 맞추는 편이어서 운전자는 어느새 게으름을 피우게 된다.
주행 모드는 에코(E), 스포츠(S), 매뉴얼(M)의 3가지. 다이얼이나 토글 스위치를 사용하는 인피니티와 달리 E-S-M이 차례로 돌아가는 벤츠 고유의 버튼이 변속 레버 옆에 달려 있다. 누르기 좋은 위치는 아니다. 대시보드 아래쪽 깊숙이 있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버튼도 마찬가지.
시가지 주행시 편리한 오토홀드나 정차 중 브레이크 페달을 깊게 밟아 활성화하는 벤츠 특유의 홀드 기능이 없는 것도 아쉽다. 그래도 정차 때 시동이 자동으로 꺼졌을 때(ISG)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면 기어를 D레인지에 둔 채 브레이크를 떼도 시동정지상태가 유지되어 신호대기 때 유용하다.
공회전 때의 소음은 외부에서 듣기에 꽤 요란스럽다. 그런데 실내에는 다 걸러져서 기분 좋은 사운드만 들린다. 성향은 스포티한 쪽이다. 가속 때는 액티브 사운드 크리에이터가 경쾌한 사운드를 덧입힌다는데, 어디까지가 원래 소리이고 어디부터 효과음인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다.
앞 스트럿, 뒤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채용한 하체는 스포티한 Q30S의 파워트레인 성격에 맞춰 여느 Q30보다 강화되어 있다. 즉 지상고가 15mm 낮은 스포츠 서스펜션과 강화된 브렘보 브레이크를 쓴다. 휠도 19인치나 된다. 타이어는 235/45 사이즈. 시승차는 굳이어 이피션트그립 런플랫 타이어를 끼웠다.
Q30는 일반 해치백보다 높은 최저지상고를 바탕으로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이미지와 함께 포용력 있는 유연한 하체 움직임을 특징으로 내세우는 차다. 이런 차를 더 낮추고 더 단단하게 매만졌다고 하니 Q30S의 성격이 애매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우다.
Q30S는 여전히 높고 여전히 유연하다. 그러면서도 원하는 대로 요리조리 밀어붙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스티어링 감각을 보인다. 신나게 달려도 껑충한 차에서 예상할 수 있는 불안함이나 두루뭉술함이 없다. 충분히 견고한 느낌을 주면서도 거칠거나 지나치게 단단하진 않은, 일상에서 편한 설정이다.
고속주행 시 잔 요철 및 도로 이음새의 충격음이나 진동을 상쇄하는 능력도 좋다. 포장만 돼 있을 뿐 오프로드 뺨치게 울퉁불퉁하고 장애물도 많은 시가지 도로를 달리면서 모처럼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몇가지 부족한 점이 있지만 Q30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돋보일 만한 요소를 차고 넘치게 갖고 있다. 그중 한가지가 동급 수입차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장비들이다. 이 작은 차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이탈경고(스티어링 휠 진동), 이동물체 감지 어라운드뷰 모니터, 자동주차보조, 사각지대경고장치 등 첨단장비들이 주렁주렁 달린다.
10스피커 보스 오디오, 하이빔 어시스트, 사이드미러 눈부심 방지, 사이드미러 후진 연동 자동하향 등등 직접 차를 몰아보면 ‘깜놀’할 기능이 많다. 그 와중에 단점을 찾자면 키를 꽂아서 돌려야만 시동을 걸 수 있다는 것? 아님 한글 내비게이션이 숨겨져 있다는 것?
물론 Q30의 호화장비 중 일부는 벤츠 소형차에서 옮겨온 것이다(시동 버튼도 벤츠걸 사다 꽂으면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모두를 갖춘 벤츠 소형차는 Q30S 가격에 살 수 없다. 적어도 국내 수입차 시장에선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성능과 장비를 제공하는 고급 소형차가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스펙만큼 잘 나가지 않거나 오래됐거나 존재감이 없거나 판매중지 먹었거나 실내가 싸구려거나 아무튼 뭔가 하자가 있을 것이다.
Q30는 그렇지 않다. 그저 벤츠를 기반으로 했을 뿐이다. 이것은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에 독이 될지는 몰라도 Q30에겐 좋은 자양분이 됐다. 벤츠의 저가 버전이 아니라 오히려 한껏 치장하고 단점까지 보완한 개량형 같다. 특히 Q30S는 험난한 시장환경과 최신 트렌드에 맞게 진화한 신세대 핫해치라 할 만하다.
INFINITI Q30S CITY BLACK
가격: 4,390만원
엔진: I4 2.0L 터보, 211마력/5500rpm, 35.7kg?m/1200~4000rpm
변속기: 7단 DCT, FWD
성능: 0→100km/h 7.2초, 235km/h
연비: 11.1km/L, 154g/km
무게: 153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