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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 라인업의 완성, 미니 컨트리맨
2017-06-30 12:40:29
글
김종우 기자
1959년 처음 등장할 때 미니의 패러다임은 경제성이었다. 1956년 이집트 정부가 영국으로부터 수에즈 운하 운영권을 빼앗아 국유화하면서 유럽에 대한 원유 공급이 불안정해졌다. 자동차회사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름을 적게 먹는 소형차 개발에 열을 올리게 됐다.
미니는 이런 시대적 배경을 안고 태어난 차다. 미니의 ‘아빠’인 알렉 이시고니스경은 작은 차체에 성인 4명이 넉넉하게 탈 수 있는 실내공간을 획보하기 위해 앞엔진 앞바퀴굴림(FF) 구성의 미니를 디자인했다. 그 결과 1960년대는 미니의 시대라고 할 만큼 커다란 인기를 누렸다.
경제성을 앞세운 꼬마차 미니는 이후 존 쿠퍼의 손을 거쳐 경주차로 활약하게 된다. 이 도로 위의 악동은 작고 콤팩트한 차체와 칼 같은 핸들링, 즉각적인 가속감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갖게 되었다.
1990년대 초반 미니는 BMW의 일원이 되었고, 2001년 현대적인 미니 모델로 부활했다. 이후 차체가 점점 커지고 다양한 편의장비를 갖춘, 대중을 위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말도 안되게 커지고 예전의 빠릿한 주행감각은 무뎌졌으며, 값도 비싸졌다고 불만을 표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미니는 대중차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36만대가 팔리며 판매량 기준 프리미엄 브랜드 5위에 올랐다. 2001년 판매 첫해의 2,500대와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한국에서는 어떨까? 지난해 8,632대를 팔아 2015년 대비 15% 성장세를 보였다. 그 여세를 몰아 2018년 판매목표를 1만대로 잡았다. 변질. 성공적.
미니의 급성장에는 컨트리맨의 활약이 컸다. 미니의 차체를 키우고 레저활동에 맞게 네바퀴굴림 등을 적용한 컨트리맨은 2세대 미니와 함께 2010년 데뷔했다. 2세대가 나오면서 차체가 더 커져 이제 SUV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BMW X1, 액티브 투어러 등에 사용되는 UKL 2 플랫폼을 써서 이전 세대보다 길이 199mm, 너비 33mm, 높이는 13mm가 커졌다.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도 75mm 늘어났다.
디자인은 미니와 흐름을 같이하지만 좀더 강인한 이미지를 풍긴다. 헤드램프는 각진 형태이고 큼지막한 범퍼와 흡기구, 입술을 삐쭉 내민듯한 립스포일러 등이 눈에 띈다. 앞뒤 범퍼에는 툭 튀어나온 유광 장식을 추가했는데, 왜 달았을까 싶다. 관리도 어려워 보인다.
넓어진 실내공간은 매우 쾌적하다. 뒷좌석도 넉넉해 레그룸이 956mm나 되고, 시트도 2단 접이식에 슬라이딩 기능까지 갖췄다. 적재함 용량은 450L,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390L로 늘어난다.
커다란 원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가 들어간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이전 세대와 비슷하다. 디스플레이는 8.8인치로 커지고, 터치기능을 제공한다. 독특한 토글 스위치의 공조장치와 엔진 스타터 버튼도 여전하다.
시승차는 2.0L 터보 디젤 150마력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갖춘 네바퀴굴림 모델이다. 시승기를 쓰는 지금까지 강렬하게 남아 있는 기억은 부드러움이다. 미니가 이렇게나 부드러워졌다니. 패밀리카로 써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이런 부드러운 주행감은 여유로운 스티어링 감각과 서스펜션에서 기인한다. 이전 세대 컨트리맨은 미니의 특성인 탄탄한 주행감각을 보여줬다. 덩치도 크도 무게도 더 나가니 박력 있는 달리기가 한층 피부에 와닿았다. 하지만 2세대 컨트리맨은 서스펜션이 굉장히 부드러워져 과속방지턱이나 포트홀도 여유 있게 통과하고 노면상태와 상관없이 시종일관 여유로운 기분을 전한다. 미니를 겪어본 사람들에겐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질 것 같다.
디젤차인 만큼 초반 가속이 굼뜨지만 한번 속도가 붙으면 꾸준히 밀고 나가 속도에서는 전혀 부족함을 느낄 수 없다. 100km/h를 넘기면 여기저기서 풍절음이 들려오지만, 이전 세대보다는 엔진음의 유입은 적은 편이다.
미니 쿠퍼를 타던 지인이 최근 정들었던 차를 팔았다고 한다. 단단한 승차감이 막 태어난 아기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봐 눈물을 머금고 결정을 내렸다고. 아직 다음 차를 정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컨트리맨을 한번 시승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뒷좌석 아기한테도 절대 미안해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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