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출시된 쏘나타 ‘뉴 라이즈’ (New Rise)는 1985년 이래 30년 넘게 현대자동차와 국산 자동차를 대표하고 있는 중형차 쏘나타의 7.5세대 모델이다. 2014년 출시된 LF 쏘나타를 페이스리프트한 것이지만 외관만 보면 8세대 신차라고 주장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과거 NF 쏘나타가 YF로 세대교체 됐을 때만큼 파격적인 변신이다.
그만큼 뉴 라이즈는 젊어졌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실내와 파워트레인의 변경폭을 보면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한계가 느껴진다. 그 때문인지 현대차도 신형 그랜저 때처럼 차의 성격 자체가 달라졌다고 강조하진 않는다.
파워트레인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7가지가 준비됐다. 2.0 터보에 국산 중형차 최초로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는 등 파워트레인에도 변화는 있다. 하이브리드는 구동 배터리 용량을 키웠다.
시승차는 흔한 쏘나타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2.0 가솔린(누우 2.0 CVVL) 모델이다. 6,500rpm에서 163마력의 최고출력을 내고 20.0kg·m의 최대토크는 4,800rpm에서 발휘된다. 이전보다 5마력, 0.5kg·m 줄어든 대신 신형 6단 자동변속기를 쓰고, 연비가 개선됐다.
힘은 일상적인 주행에 무난한 수준. 다만 승객이 여럿이거나 긴 경사로를 오르는 경우 혹은 재빠른 가속을 기대한다면 갑갑하게 느껴질 수 있다. 운전자의 의도와 차의 거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폭넓은 수요층을 겨냥한 대중모델이라는 관점에서 흠을 잡을 정도는 아니다. 주행 모드는 컴포트를 기본으로 에코와 스포츠를 선택할 수 있는데, 스포츠 모드에선 가속페달 조작에 대한 파워트레인의 반응 지연이 그럭저럭 해소된다. 하지만 회전수를 높게 유지할 때의 질감이 썩 좋지 않은데다 스티어링 휠의 조향감이 부자연스럽게 탱탱해지기 때문에 조금 답답하더라도 컴포트 모드가 낫다.
정차 중에는 파워트레인 진동이 약하게 전달되지만 이 역시 눈감아줄 만하다. 오히려 대중차치고는 정숙하고 승차감도 좋은 점을 칭찬하고 싶다. 시승차는 승차감에 불리할 수 있는 18인치 휠과 235/45 사이즈 타이어를 끼웠지만 그로 인해 손해 보는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요철을 통과할 땐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고, 코너나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충분한 안정감을 보인다. 서스펜션을 손본 효과도 있겠지만 기본기가 잘 갖춰진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잔재주도 많다. 양손 가득 짐을 들어 주머니 속의 키를 꺼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 뒤에 서 있기만 해도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린다. 처음 이 기술이 소개됐을 때는 조금 우습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런 상황에 맞닥뜨려 보니 일부 외제차들처럼 범퍼 밑으로 발길질을 했다가 트렁크가 미동도 하지 않아 뻘쭘한 것보단 낫게 여겨졌다. 뒷모습이 크게 바뀌면서 트렁크 릴리즈 버튼을 현대 엠블럼 안쪽에 숨겼는데, 그걸 포장한 솜씨도 좋다.
실내는 여전히 넓고 감성품질까지 좋아졌다. 기본형태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스티어링 휠과 입체감을 더한 조작부, 변경된 장식 덕분에 분위기가 꽤 새롭다. 장비 면에서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애플 카플레이와 미러링크 지원, 초미세먼지를 거르는 기능 등이 더해졌다.
새 장비의 꽃은 첨단 운전자 지원기술을 아우른 현대 스마트 센스 패키지이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과 주행조향보조 시스템(LKAS)이 포함돼 차 스스로 앞차와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코너에서도 차로를 벗어나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즉 벤츠, BMW의 최신 모델들이 자랑하는 반자율주행 기능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 흉내만 낸 게 아니라 성능과 완성도가 높아서 자꾸만 쓰게 된다.
실제로 서울에서 속초까지 왕복하는 동안 고속도로는 물론이고 신호대기가 있는 국도에서까지 주행의 상당부분을 차에 의지했다. 어디까지나 운전자 보조장치이기 때문에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15초도 안돼 경고음이 울리지만 차를 믿고 가벼운 마음으로 스티어링 휠을 잡을 수 있어 장거리 주행시 피로가 덜하다. 시승 때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다 졸음과도 싸워야 했기에 이 기능의 덕을 톡톡히 봤다. 장거리 주행이 잦다면 과부빚을 얻어서라도 추가하고 싶은 장비다.
그럼 빚은 얼마나 얻어야 할까? 쏘나타 2.0의 기본형은 2,255만원, 스마트 센스를 넣으려면 모던(2,705만원) 트림 이상은 되어야 한다. 모던에 스마트 센스(158만원)만 더하면 2,863만원이다. 시승차는 최상급인 프리미엄 스페셜(2,933만원)에 파노라마 선루프(105만원), 8인치 내비게이션과 JBL 사운드 시스템 및 텔레매틱스 시스템인 블루링크(103만원)에 스마트 센스(130만원)가 더해져 3,271만원이다. 여기에 여성 운전자를 겨냥해 어라운드뷰 모니터(AVM) 등을 포함한 레이디 패키지(60만원)를 갖추면 사실상 풀옵션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580km를 시승한 평균연비는 12.3km/L. 자동차 전용도로를 정속주행하는 비중이 높았지만 18인치 휠타이어 기준 고속주행 공인연비(14.0km/L)에 미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