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아발론은 중형세단 캠리 윗자리를 차지한 대형 세단으로 1994년 북미 시장을 위해탄생했다. 우리나라에는 2013년 4세대 모델이 처음 나왔으나 흔히 말하는 존재감이 없었다. 국산 준대형세단이나 덩치 큰 미국 세단, 혹은 유럽 프리미엄 세단 틈바구니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탓이다.
5세대 아발론은 플랫폼부터 하이브리드시스템까지 완전변경을 거쳤다. 최신 캠리 및 렉서스 ES와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라는 신세대 플랫폼을 공유해 체형부터 바뀌었다. 차체 길이는 겨우 15mm 늘었는데 휠베이스는 50mm나 커졌다. 그만큼 앞뒤 오버행을 줄여(-10mm, -25mm) 탄탄한 비례를 완성했다. 폭도 15mm 늘이고 지붕 높이는 25mm 낮춰 낮고 넓은 느낌이 강하다.
캠리에서 한발 더 나아간 공격적인 디자인 덕분에 달라진 비례가 더욱 눈에 띈다. 제트기 애프터버너 등 더욱더 빠르고 과감한 콘셉트를 도입해 남성적이고 대담한 인상을 만들었다. 전면 그릴은 아래쪽을좌우로 넓게 키워 차폭과 TNGA에 의한 저중심 설계를 강조했다. 액티브그릴 셔터를 달고 바깥쪽에 수직형 통풍구를 배치해 차체 옆면 공기 흐름을 개선하는 등 기술적인 요소도 결합했다.
측면을 보면 각지고 우락부락한 앞모습이 앞뒤 도어의 선명한 캐릭터라인 굴곡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지붕뿐아니라 앞유리 아래쪽 카울 포인트와 트렁크 덮개 윗면까지 20~30mm 낮춰 더 날렵해진 인상을 주면서도탑승자 시야와 개방감을 챙겼다. 앞뒤 시트 모두 이전보다 뒤로 물러났고 더 낮게 앉도록 바뀌었다. 여기에 맞춰 지붕선도 뒤로 잡아당겼다.
아래쪽이 가늘어지는 형상과 함께 토요타 차 중 가장 날렵한 각도를 자랑하는 C필러와 아래쪽이움푹 패여 범퍼로 연결되는 테일램프는 대담한 인상과 속도감을 더한다. 좌우 테일램프를 연결한 커넥티드램프와 빨간색 방향지시등, 방점을 찍듯 작게 점등되는 제동등은 아발론만의 분위기를 만드는 요소다.
화려하고 공격적인 외모와 달리 실내는 간결하고 점잖다. 대시보드 좌우를 가로지르는 송풍구장식 등 가로로 긴 선들을 배치하고, 중심에 화면이 솟아 앞으로 튀어나온 듯한 플로팅 센터스텍을 넣은디자인은 캠리의 비대칭 구성보다 안정적이다. 중앙 화면에서 이어진 곡면이 다리처럼 센터콘솔과 연결되고중앙 팔걸이의 가죽 장식이 앞쪽 컵홀더 및 무선 충전패드까지 뻗는 등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챙겼다. 최상위모델인 만큼 소재의 고급감도 캠리보다는 낫다.
주차 브레이크는 페달식 아닌 전동식이고 정차 시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아주는 오토홀드 기능을 지원해 편리하다. 에어백이 10개나 되고 차선이탈 경고(LDA),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컨트롤(DRCC), 긴급제동 보조, 오토매틱 하이빔 등 첨단 안전장비를 후하게 챙겼다. 하지만 오토와이퍼, 스티어링휠 온열, 통풍시트 등 빠진 장비들도 보인다.
캠리와 다를 바 없는 스티어링휠은 질감이 대수롭지 않다. 대신 잘록한 시프트레버는 조작감이좋고 (E-CVT임에도) 기어 단을 선택할 때 엔진이 회전수를높이며 붕붕거리는 것이 그럴듯하다. 계기판 메뉴를 뒤져보면 디지털 회전계가 숨어있다. 스포츠 주행 시 즐거움을 돋운다기보다는 일상주행 시 얼마나 자주 엔진이 꺼지는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용도 같다. 시속 100km를 유지하면 1000rpm 수준으로, 재래식 파워트레인 기준으론 굉장히 낮고 고속주행중에도 부하가 적어지면 여지없이 엔진을 꺼뜨린다. 게다가 양산차 최고 수준 열효율을 달성한 덕분인지고속도로 연비가 만만치 않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강원도 영월 에코빌리지까지 고속도로 위주로 340km를 왕복하며 이따금평균연비를 살펴보니 마음 내키는 대로 과속 아니 가감속을 해도 조금만 방심(?)하면 1L에 17km를 넘어섰다. DRCC를활용해 정속주행을 많이 한 기자들은 쉽게 1L에 20km 이상뽑아냈다. 하이브리드는 시내 연비만 좋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겠다.
218마력 신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4기통 2.5L 엔진과 E-CVT,니켈메탈 배터리, 앞바퀴굴림 구성으로 캠리와 같다. 같은파워트레인에 덩치만 커졌으니 아발론이 더 잘나간다면 어불성설이지만 힘에 부치는 느낌은 없고 주행감각도 과격한 외모에 크게 누가 되지 않는 수준으로탄탄하다. 늘어난 휠베이스에 맞게 세팅한 조향장치와 서스펜션은 뒷좌석 승객에게도 무난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핸들링 응답성은 좋지만 고속에서 차선 변경 시 꽁무니 움직임이 단정치 못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토요타 하이브리드가 말하는 ‘펀 투 드라이브’는 연비 운전의 성취감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뒷좌석은 널찍하다. 캠리보다 45mm 긴 휠베이스를바탕으로 했으니 당연하다. 8척 장신이 앉아도 여유로운 다리 공간보다 머리 공간 여유는 덜하고 등받이각도가 약간 덜 누워진 듯하지만 막상 이동해보면 편안하고 피로가 적은 자세임을 알 수 있다. 단점이라면이렇다 할 편의장비가 없다. 뒷좌석 열선이나 햇빛가리개 등 대형 세단에 기대하는 장비가 전무하다. 등받이는 6:4로 분할해 접을 수 있지만 굳이 접지 않더라도 골프백네 개를 실을 수 있다. 트렁크 깊숙이 있던 하이브리드 시스템 배터리를 뒷좌석 아래로 옮긴 덕분이다. 다만 트렁크 오픈 스위치를 한참 더듬어야 찾을 수 있고 트렁크를 닫을 때 잡을 수 있는 홈이나 손잡이가 없어아쉽다.
캠리나 ES대신 아발론을 선택할 이유는 무엇일까? 아발론개발 책임자인 치프 엔지니어 랜디 스티븐스는 넓은 실내공간, 다이내믹한 외관, 사용하기 쉬운 첨단기술, 연비를 최적으로 조합한 차라는 점을 들었다. 내 취향도 캠리 또는 ES보다는 아발론에 끌린다. 캠리 하이브리드보다 400만원 비싸고 상대적으로 작은 ES 300h보다 100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을 고려치 않더라도그렇다(일반 캠리보다 1000만원 비싸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이런 특성을 지닌 차를 찾기 어렵다. 토요타코리아가밝힌 아발론 연 판매목표 1000대는 구형 연 판매대수의 10배가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