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아메리칸 파이, 링컨 MKC
미국 고급차 링컨의 막내 SUV가 얼굴을 다듬고 달리기 성능을 키워 돌아왔다. 6기통 부럽지 않은 터보 엔진에 네바퀴굴림을 더한 덕분이다.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링컨의 감성이 더 달달해졌다
2018-11-19 12:18:48 글 이병진
키를 건네받고 MKC에 다가선다. 순차적으로 다이내믹시그니처 조명과 링컨 로고 웰컴 조명이 불을 밝힌다. 스티어링휠과 시트 사이의 간격이 넓어 이전 운전자덩치가 꽤 컸나 생각하며 운전석에 오른다. 시동버튼을 누르니 시트가 앞으로 스르륵, 다음은 스티어링휠이 가슴 가까이 스르륵. 미국 고급차 링컨은 작은 SUV인데도 사치스러운 기능들을 아끼지 않았다.
MKC는 미국 링컨 브랜드가 만드는콤팩트 SUV다. 너무 과한 존재감으로 호불호가 심했던 이전독수리 눈과 날개를 모티브로 삼았던 그릴을 바꾸며 과감하게 얼굴에 손을 댔다. 네모 상자 속 십자가링컨 엠블럼을 중심으로 세로로 긴 사각형이 그득한 크롬 그릴은 여전히 사치스럽지만 인상이 단단하고 다부지다. 실루엣은도드라진 어깨선과 날 선 엣지, 풍성한 면 처리로 풍만해졌다. 사이드미러에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BLIS까지 넣어 안전성을 높였다. 테일램프사이를 길게 이어 붙인 뒤쪽 디자인은 차체보다 더 커 보이는 시각적 효과를 강조하고 은색 디퓨저와 듀얼 머플러로 치장하고 한껏 올라붙은 엉덩이는씩씩하고 힘이 넘친다.
한국인 강수영 씨가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실내는 좋게 말해 단정하고 고급스럽지만, 다소 보수적이고고루한 아저씨 차 느낌도 없지 않다. 검정 테마에 더한 우드트림 대신 알루미늄을 좀 더 많이 섞었으면어땠을까? 구성은 직관적이고 단순해 다루기 쉽다. 속도계와태코미터 안쪽을 디스플레이로 설정해 반자율주행 등 다양한 기능 세팅이 가능하다. 흰색 테마 계기판은속도계와 태코미터 바늘이 촘촘하고 글자 사이 간격이 적은 데다 디지털 바늘이 짧아 가독성은 그리 좋지 않은 편이다. 평소에는 괜찮지만 순간 속도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파악이 쉽지 않다. 록투록 2.7바퀴로 무난하게 세팅한 3스포크 스티어링휠 위로 다양한 버튼이쓰기 쉽도록 가지런히 자리 잡았다.
터치스크린 모니터 아래로 공조장치 다이얼과 오디오 버튼 등 자주 쓰는 기능을 몰았고 시프트레버를 센터페시아 위 버튼으로 대체한 덕에슬라이딩 덮개 달린 수납함과 컵홀더 등 센터터널 구성에 여유가 있다. 터치스크린 모니터 왼쪽에 세로로가지런히 배치한 변속과 시동버튼이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자주 다루는 장비는 아니니 문제없다. 주차나 출발시 센터터널 허공에서 시프트레버를 찾으려 허우적대는 몇 번의 실수만 있었을 뿐. 변속버튼의 가장 아래 S를 누르면 좀 더 적극적으로 차를 몰 수 있다. 패들시프트로 수동변속도 가능하지만 변속이 빠릿빠릿하거나 직결감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운전의 재미가 크지는 않다. 엔진브레이킹이나 부드러운 수동 운전쯤이라면 충분하다.
엔진은 2.0L와 2.3L 두 가지. 국내 판매 중인 시승차는 245마력과 38.0kg·m를 내는 2.0L 터보가솔린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와 네바퀴굴림을 더했다. 8000rpm 중레드존은 6500부터. 초반 가속은 터보 가솔린차답게 가뿐하다. 기대보다 더 경쾌하고 매끈하게 반응한다. 중저속에서 두터운 토크감또한 의외로 강력하다. 디젤처럼 두터운 토크로 몰아붙이는 폭발적인 감각과 달리, 부드럽게 속도계 바늘을 밀어 올리며 가속페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달리는 특성이 가족 차로 손색없다. 2.0L 이상 배기량 엔진의 여유가 느껴지는 포드의 에코부스트 엔진은 강력하고 훌륭하다. 하지만 디젤과 하이브리드로 경제성을 추구하는 트렌드에서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음과 진동에 대한 대비는 차급 이상으로 철저하다. 실내로 들이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이중접합 유리를 사용하고 엔진룸과 펜더에 흡음재를 아끼지 않았다. 묵직하고 부드러운 핸들링은 정확하고 안정적으로차체를 다룬다. 예전의 여유 넘치던 미국차 감각은 이제 안녕. 앞쪽맥퍼슨스트럿과 뒤쪽 멀티링크 서스펜션의 댐핑 스트로크는 다소 긴 편이다. 덕분에 전반적인 승차감은 부드럽다. 어지간한 요철 충격은 대부분 흡수하고 지나지만 지저분한 구간에서는 이따금 거친 반응을 보인다. 부드러움 80%에 단단함 20%를더한 듯한 하체 감각이다.
마이포드에서 싱크3으로 이름을 바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까지대응해 스마트 기기와의 활용도를 키웠다. 센터콘솔 수납함에 배치한 USB단자를 두 개는 이 같은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좋은 예다. 중저음에 특화된오디오 음질은 미국 정통 팝이나 힙합에 잘 어울린다.
링컨 고유의 우아함에 SUV 특유의 역동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링컨의 콤팩트 SUV MKC. 배기량을 넘는 달리기 실력에 네바퀴굴림을 바탕으로 한 주행 안정감, 타고 내리기 편한 차체와 개방감 좋은 파노라마 루프, 질 좋은 북유럽산천연가죽으로 두른 시트, 안락하고 정숙한 실내 등 장점이 많다. 다소떨어지는 효율성만 감수한다면 편안하고 정숙한 가족차로 추천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