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넘는 박달재 : 볼보 크로스컨트리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1만대 판매를 목표로 뛴다. 크로스컨트리가 선봉에 섰다
2019-03-21 09:13:20 글 민병권
한때 볼보자동차가 안전만 강조하다 망한 회사라며 혀를 차던 이들이 있었다. 지금은 중국회사라며 깎아내린다. 볼보는 실제로 위기를 겪었고 결국 중국회사에 인수됐지만 지금은 잘 나간다. 우리나라 연간 판매대수를 보라. 2014년 3000대, 2015년 4200대, 2016년 5200대, 2017년 6600대, 2018년 8500대. 매년 무서울 정도로 꾸준히 늘어 올해는 자연스레 1만대를 목표로 한다.
수년간 세상 조롱과 연민을 참고 견뎌 절치부심하고 와신상담하며 준비한 일련의 신차들이 모조리 좋은 반응을 얻은 결과다. 요즘 볼보만큼 잘빠지고 개성 넘치면서 트렌드까지 반영한 차가 드물다. 그래서 예전 같지 않게 신선한 브랜드가 볼보다. 볼보는 우선 브랜드 기함인 XC90과 S90을 완전 신차로 내놨고 이윽고 XC60과 XC40 출시로 SUV 라인업을 완성했다. 요즘 시대에는 SUV 제품만 충실히 갖춰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을 텐데,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해 하반기 완전히 새로운 S60을 승용 모델 주력으로 내세워 라인업의 완벽을 추구한다.
올해 첫 신차는 크로스컨트리다. 부분변경이냐고? V90 크로스컨트리를 2년 전 출시했으니 그렇게 물을 법하다. 이번에는 V60 크로스컨트리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요상한 고집이 있다. 크로스컨트리 차명 앞에 군더더기를 붙이지 않는다. 크로스컨트리라는 브랜드명을 널리 알리는 일이 먼저여서라는데, V60과V90이라는 모델명을 트렁크에서 제거해 팔 정도로 냉혹하니 조금 무섭다. 마침 이번 V60과 V90은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로 닮았다. 크로스컨트리 中자, 크로스컨트리 大자로 구분하면 되겠다.
크로스컨트리는 본디 가지치기 모델에 붙는 이름이다. 세단인 S90을 왜건으로 만들면 V90, 여기에 줄을 그어, 아니 최저지상고를 높이고 검정 보호대를 둘러 SUV 풍미를 가하면 V90 크로스컨트리다. 크로스컨트리의 시작은 1996년 선보인 V70 XC다. XC 이름을 SUV 라인업에 물려줬고 원래 뜻인 크로스컨트리를 줄여 CC라고도 쓴다. V70 XC는 XC70을 거쳐 지금은 V90 크로스컨트리가 됐다.
지금이야 40부터 90까지 XC 라인업이 가득 찼지만 크로스컨트리는 SUV가 지금처럼 대세로 자리잡기 훨씬 이전에 합리적인 발상에서 태어났다. 과거 비효율의 상징이었던 SUV 대신 왜건에 네바퀴굴림과 높은 지상고, 거친 환경에 덜 손상되는 보호대를 접목해 승용차와 SUV의 성격을 겸비한 차를 만들었다. 국토 80% 이상이 숲과 호수이고 휴가를 비롯한 여가시간이 긴 나라이기에 크로스컨트리 탄생은 자연스러웠고 그만큼 가장 스웨덴 분위기 물씬한 차라 할 수 있다.
다행히 볼보는 한국에서 고집스럽게 왜건을 철수하지 않는 브랜드였고 크로스컨트리도 적으나마 꾸준하게 인정받았다. 특히 V90 크로스컨트리 출시로 다시 시선을 끌어 지난해 V60CC, V40CC 포함 크로스컨트리 모델이 전체 판매대수의 10%가 넘는 1097대를 기록했다. V60 크로스컨트리 추가로 올해는 20%를 내다본다. 이미 SUV 라인업인 XC 모델이 전체 판매의 55%를 차지하지만 변종 차인 크로스컨트리가 파고들 자리가 충분하다는 뜻. 그만큼 정통 세단과 해치백은 설 자리가 좁아진다.
V60 크로스컨트리는 가솔린 터보 T5 모델만 판다. 유럽에서 파는 디젤을 들여오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V90 크로스컨트리도 초반에는 디젤이 우세였지만 올해 들어 디젤이 거의 팔리지 않을 정도로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 가격은 기본형 5280만원, 고급형 5890만원으로 베스트셀러인 XC60 D5(6870만원)나 T5 V90CC(7390만원)와 비교해 한결 부담이 적다. 기본형도 어지간한 장비, 특히 첨단 운전자보조 장비는 기본이다.
V60CC는 XC60보다 휠베이스와 차체 길이가 더 길고 기본 적재용량도 조금 더 여유 있다. V90CC보다야 훨씬 작지만 구형 V60CC보다 길이와 휠베이스가 각각 150mm, 101mm 늘어나 차체 크기로 도심에서 마냥 얕볼 수 없다. 210mm 최저지상고는 XC60(216mm)에 가깝고 어지간한 SUV에 뒤지지 않는다. 네바퀴굴림이 기본이니 더 나을 수 있다. 껑충한 차고로 인해 흐트러질 수 있는 운동성능은 앞뒤 바퀴를 좀 더 바깥으로 빼고(V60 대비 앞 49mm, 뒤 33mm) 타이어 규격을 확장해(215/55R18 또는 235/45R19) 바로잡았다. 투어링 서스펜션은 오프로드에서 부담 주지 않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제공한다.
크로스컨트리 디자인과 쓸모가 마음에 쏙 들지만 험로에 갈 일은 드물까 걱정이라고? 걱정할 필요 없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충북 제천에서 진행한 시승행사에 참가해 V60CC를 타고 박달재를 넘어보니 굽잇길도 신나게 잘 달린다. 잘 포장한 노면에서 승차감도 좋다. 특히 뒷자리 승차감은 기대 이상이다. 이제 그만 컴포지트 리프스프링을 믿으라. 254마력 2.0L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는 시속 100km까지 가속을7초 미만에 끊고,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맹렬한 가속을 이어가기에 차고 넘친다. 가족용과 레저용으로 사서 가끔 스트레스 풀며 달리기에도 부족함 없다. 그렇게 달리면 유지비가 조금 부담되겠지만. 선택지에 디젤이 아예 없어 차라리 잘됐다. 공회전 때 외부에서 들으면 디젤 닮은 엔진 소음이 있으니 그것으로 위안 삼으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