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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페이스리프트, 쌍용 코란도 C
2017-03-16 12:10:55
글
김준혁 기자
코란도 C를 시승하기 전, 쌍용자동차에서 날아온 보도자료를 보다가 당황했다. 새 코란도 C가 출시된 건 알겠는데, 5세대라니, 그럼 풀 체인지된 건가? 2011년 출시되었으니 좀 이르지만 풀 체인지를 해도 될 시기이긴 하다.
실제로 앞모습만 보면 풀 체인지란 생각도 든다. 이전 세대와의 연결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디자인과 이미지가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풀 체인지가 아니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챘다. 얼굴만 크게 달라졌을 뿐 다른 부분은 이전 모습 그대로다.
보도자료를 다시 한번 살펴보니 ‘전면 디자인을 중심으로 신차 수준의 스타일 변경’을 했다고 써 있다. 신차 수준의 디자인 변화는 맞다. 하지만 5세대라고 하기엔 부적절하다. 그리고 그 변화가 좋은 방향인지도 모르겠다.
기존의 코란도 C는 2013년 등장한 페이스리프트 버전이다. 밋밋했던 오리지널 코란도 C와 달리 페이스리프트 버전은 힘 있고 탄탄한 모습을 자랑했다. 동시에 최신 유행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괜찮은 디자인이기도 했다. 한동안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던 코란도 C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인 점을 생각하면 디자인은 나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그런데 또 한번의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이미지를 좌지우지 하는 얼굴을 확 뜯어고쳤다. 이런 변화를 통해 두가지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첫째, 앞으로 나올 새 쌍용차와의 패밀리룩을 위한 포석. 둘째는 어떤 이유로 ‘진짜’ 풀 체인지 모델을 내놓을 수 없어 그에 버금가는 이미지 쇄신을 단행한 것.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자의 짐작일 뿐이다.
어쨌든 새로운 디자인이 굉장히 낯선 것만은 사실이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금세 적응하기 마련이다. 처음엔 밉다가도 어느 순간 정이 들기도 하고, 처음엔 예뻐 보이던 디자인이 나중에는 질리고 싫증나기도 한다. 독자들은 새 코란도 C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새 디자인의 핵심은 숄더윙이라고 불리는 프론트 그릴에 있다. 이전 모델은 그릴이 심심하게 생겨 양쪽 헤드램프로 시선이 분산됐지만 새 모델은 굵은 크롬 줄 2개가 추가되어 시선이 그릴로 쏠린다. 또한 그릴이 각진 형태로 바뀌면서 헤드램프가 날카로워졌다. 범퍼 역시 터프해졌다. 전체적으로 남성미가 팍팍 느껴지는 강인한 이미지다.
이전 모델은 간결함과 볼륨감 넘치는 모습을 강조했다. 얼굴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스타일이 그랬다. 반면 새 모델은 철저하게 직선에 의지하고 있다. 이는 얼굴에 한정된 이야기다. 직선을 강조한 앞모습과 달리 측면과 뒷부분은 여전히 곡면이 살아 있어 조화롭지 못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새 코란도 C의 소개글을 보고 당황했던 것은 얼굴만 빼고 실내, 파워트레인 등이 똑같기 때문이다. 실내에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긴 하다. 세월의 흐름에 역주행을 펼치던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그대로 두어 이질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운전자의 시선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에 극적인 변화를 준 덕분에 실내에서도 ‘신차 수준’의 이미지 변화 효과가 나타난다.
2열에도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 바닥과 시트 등받이가 그것이다. 쌍용자동차에서 바닥이 평평하다는 사실을 지나칠 정도로 강조해 페이스리프트를 하면서 바닥을 깎은 것으로 착각했다. 2열 바닥은 원래 평평했다. 각도가 조절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쌍용자동차는 예전부터 뒷좌석 승객을 위한 배려가 넘치는 메이커다.
기자가 이전에 시승했던 코란도 C는 유로6 규정에 대응하기 위해 배기량을 2.2L로 키운 디젤 엔진과 아이신제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모델이었다. 당시 이 파워트레인에 놀란 기억이 있다. 물론 좋은 쪽으로의 놀람이다. 엔진은 힘이 넘쳤고, 변속기는 이 힘을 매끄럽게 소화해 앞바퀴로 빠르게 전달했다(시승차는 앞바퀴굴림이었다).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시간이 흐르면서 최신기술에 대한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인지 예전 같은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2.2L 디젤 엔진은 여전히 힘이 넘친다. 그런데 저회전에서의 터보 래그가 거슬린다. 1,500~2,000rpm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토크가 터져나오기 때문에 답답함과 당황스러움이 수시로 교차한다. 이 순간을 잘 넘기면 3,000rpm 이후까지 시원스레 회전수를 올릴 수 있고, 150km/h까지 무리없이 내달릴 수 있다. 변속기 하나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훌륭하다.
서스펜션은 단단한 축에 속한다. 달릴 때 잔 진동이 몸으로 전해져 오는데, 이게 오프로드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체가 단단한 만큼 승차감에서 어느 정도 손해가 따르지만 적당히 속도를 높여가며 달리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코란도 C는 온로드에만 신경쓴 차가 아니라 오프로드 주행도 염두에 둔 SUV이기 때문에 적당한 선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디자인이 크게 달라진 만큼 주행성능이나 승차감도 바뀌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지만, 결론을 말하면 이전 모델과 다르지 않다. 힘 좋고 잘 달리고 믿음직스러운 모습은 그대로다. 코란도 C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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