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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결점 비즈니스 세단, BMW 5시리즈
2017-04-03 14:15:20
글
이지수 기자
지난 2010년 6세대 5시리즈가 나왔을 때 자동차 전문가들은 “결점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 거의 완벽한 차다”라고 극찬했다. 실제로 6세대는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오랫동안 수입차 판매 1위를 했을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상품성과 흥행 모두를 잡은 진정한 명차라고나 할까?
7년여의 시간이 흘러 새 5시리즈가 나왔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가 신형 E-클래스를 출시했고, 내년에는 아우디의 차세대 A6가 나올 예정이어서 BMW의 입장에서는 어느 때보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7세대(코드명 G30) 5시리즈는 어떤 모습일까? 국내에 들여오는 새차는 스포츠 라인과 럭셔리 라인, 다양한 스페셜 파츠로 무장한 M 스포츠 패키지로 구성된다. 엔진은 직렬 4기통 2.0L 가솔린과 디젤 그리고 직렬 6기통 3.0L 디젤을 먼저 선보였고 530i, 520d, 530d의 모델명으로 분류한다.
시승차는 2.0L 엔진과 네바퀴굴림 구동계가 조합된 530i x드라이브 M 스포츠 패키지. 연비가 뛰어난 520d가 주력이 되겠지만, BMW 고유의 경쾌하고 새끈한 엔진 반응과 다이내믹한 달리기 실력을 제대로 맛보고 싶어 출력이 더 좋은 가솔린 모델을 골랐다.
새 5시리즈는 이전 세대보다 더 고급스럽고 진화된 모습이다. 프론트 그릴은 최신 BMW의 그것처럼 헤드램프와 나란히 연결됐으며, 달릴 때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흡기구를 자동으로 여닫는 액티브 에어 플랩 컨트롤도 달았다.
측면도 새롭다. 루프 라인과 사이드 라인을 교차시킨 호프마이스터킥의 면 처리가 더욱 스포티한 느낌을 전하고, 앞쪽 펜더의 에어 브리더도 특별함을 배가시킨다. 자료를 보니 5시리즈의 공기저항계수(Cd)는 0.22에 불과하다. 수치상 라이벌 E-클래스를 압도하는 덩치를 지녔지만 미끄러질 것 같은 유려한 형상을 지녔다고 요약할 수 있겠다.
뼈대도 알차다. 7시리즈에 사용된 경합금 소재의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등을 그대로 가져왔고, 보닛, 트렁크, 인스트루먼트 패널 지지부에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을 써서 최대 115kg(유럽기준)의 무게를 줄였다. 묵직한 게 좋던 그 시절의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중형차도 이젠 가벼워야 한다.
BMW그룹 디자인 총괄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Adrian van Hooydonk)는 새 5시리즈에 대해 ‘이상적인 비즈니스 세단’이라고 정의했다. 일상에서 사용하기에 최적의 중형차라는 얘기인데, 실제로 실내를 둘러보면 윗급 7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품질이나 디자인 면에서 동급 경쟁자들을 훌쩍 뛰어넘는다. 중형 럭셔리카로는 최상급 실내라고 할까?
알칸타라와 메리노, 다코타, 나파 등의 천연가죽과 결을 살린 우드, 알루미늄 트림으로 꾸민 인테리어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멋스럽다. 시승차는 초콜릿 브라운 색상 가죽과 우드를 바탕으로 도어 핸들 테두리와 대시보드 등에만 알루미늄 장식을 넣었는데 세련된 색상 조합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가죽시트의 스티치 장식도 끝내준다. 또 전용 스포츠 시트와 파랑색 브레이크 캘리퍼, 경합금 휠, 알루미늄 페달, 대형 흡기구 등으로 스포티하게 꾸며진 M 스포츠 패키지가 주는 만족감도 대단하다.
실내가 더 넓어진 느낌도 드는데, 계기판을 낮추고 센터페시아 상단에 있던 디스플레이를 한껏 위로 끌어올렸기 때문인 것 같다. 아울러 ‘최첨단 장비의 집대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갖가지 편의장비로 인해 ‘개인비서’가 동승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새 5시리즈는 요즘 핫하다는 첨단기술을 모조리 갖췄다. 그중 반자율주행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교통흐름이나 신호, 표지판 등을 읽어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고 차로를 따라 달린다. 이를 위해 룸미러에 달린 스테레오 카메라와 앞뒤 범퍼의 레이더 및 초음파로 차주변을 감시하고 차쪽으로 무언가 접근하면 보행자와 자동차, 차로이탈, 차로변경 등을 구분해 소리와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경고를 보낸다. 이때 운전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스스로 스티어링 휠을 약간 틀거나 자동으로 속도를 늦춘다. 전 트림에 기본으로 달리는 풀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시인성이 뛰어나며 현재의 속도, 앞차와의 간격, 단속 카메라 구간, 내비게이션 등 여러 정보를 정확하게 띄워주기에 믿음직스럽다.
첨단 i드라이브 시스템도 5시리즈의 자랑거리. 손동작으로 오디오의 볼륨 조절, 전화 수신 등이 가능한 제스처 컨트롤이 내장되어 있고, 실시간 뉴스를 읽어주는가 하면 주요 기능을 애니메이션, 키워드, 그림 등으로 친절히 설명해준다.
차로이탈경고 시 작동하는 스티어링 휠의 진동 조절, 시트 지지대의 허리부분 강화, 엔진오일 교환시기 및 타이어 공기압 체크, 브레이크 오일 체크, 배출가스 기준치가 넘었는지도 알려준다.
BMW 긴급 출동 서비스도 한번의 버튼 조작으로 부를 수 있다. 남은 연료량과 도어 개폐 여부, 주행가능거리,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키도 마련됐다.
직렬 4기통 2.0L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52마력/5,200~6,500rpm, 최대토크 35.7kg·m/1,450~4,800rpm을 내며, 8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네바퀴를 굴린다. 0→100km/h 가속성능 6초의 빠릿함도 자랑거리다.
가솔린 엔진답게 경쾌한 회전반응으로 시종일관 세련된 움직임을 보이는데, 레드존 부근까지 쭉쭉 밀어붙이는 재미도 상당하다. 스포츠 모드에 맞추면 마치 “내 안에 다른 누구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행동이 180도 달라지는데 무엇보다 토크감이 뚜렷하고 스로틀이 민감해져 자신도 모르게 “와~ 잘 나가네”라고 감탄하게 될 것이다. 스포츠 플러스에 맞추면 당연히 더 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M 스포츠 패키지로 무장한 시승차엔 스포츠 서스펜션도 달려 더욱 탄탄하고 기민한 움직임을 보인다. 고속주행에서도 롤링과 피칭이 거의 없이 차체를 단단하게 받쳐준다.
x드라이브를 채용해 네바퀴의 그립을 적절하게 사용, 필요한 토크를 알맞게 배분해 코너에서 자세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고, 몸을 재빠르게 추스리며 여유롭게 다음 코너를 준비하는 점도 마음에 든다. 빠르고 직관적인 변속감도 나무랄 데 없는 수준.
너무 스포츠성을 강조한 것 같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세단다운 편안함도 충분히 갖췄다. 뉴 5시리즈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쨍그랑 거리며 금방이라도 깨져버릴 듯한 요철을 넘을 때도 슬렁슬렁하는 정도의 충격과 움직임만 있을 뿐이다. 밖에선 큰 일이 있을 지언정 실내론 매끄럽고 연한 감각만을 전한다. 다른 차였다면 하체가 쿵 하며 들썩거릴 정도로 요란법석을 떨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차는 요철을 살포시 타고 넘는다. 억세고 둔탁하지 않아도 다이내믹한 달리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듯하다.
BMW 고유의 맛을 만끽하고 나서 연비를 확인해보니 11.2km/L를 냈다. 연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에코 모드를 쓰지 않고 급가속과 고속주행을 반복하며 다이내믹하게 달렸기에 7~9km/L쯤 될 줄 알았지만, 의외로 놀라운 수치가 나왔다. 운전 재미 때문에 기름값을 감수하며 가솔린차를 모는 입장에서, 530i의 효율성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5시리즈는 월드 베스트셀링 프리미엄 세단이기도 하지만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오랫동안 사로잡은 No.1 수입차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새차의 출시가 더욱 기다려졌는지도 모르겠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품격과 가치는 따라한다고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뉴 5시리즈를 타고 나서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차는 디자인과 성능, 편의성, 효율성 등 차가 사람에게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장점을 아우른 최고의 중형세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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