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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모닝, 경차 규격에 담아낸 상급 모델의 만듦새
2017-04-12 12:55:50
글
민병권 기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차 모닝이 3세대로 풀 모델 체인지됐다. 경차 규격을 따른 차체는 2세대와 사이즈가 같지만 휠베이스가 15mm 늘고, 휠도 16인치로 커졌다. 이게 시승차에 적용된 ‘아트 컬렉션’ 전용 범퍼 등 다른 요소들과 결합되면서 이전 모델보다 훨씬 튼튼하고 다부진 인상을 준다. 차가 커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기본 디자인은 2세대를 빼닮았다. 개발 단계에서 개성 강하고 모험적인 디자인도 나왔지만, 2세대를 계승 발전시키는 쪽을 채택한 것 같다. 세대교체를 거듭하면서 부쩍 성숙해진 것도 눈에 띈다. 1세대가 아기, 2세대가 꼬마 같았다면 신차는 불량기 있는 청소년 같다. 속된 말로 침좀 뱉게 생겼다. 잔뜩 인상 쓴 얼굴은 “작다고 무시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다.
실내도 더 넓고 고급스럽게 보인다. 효율성을 개선하고, 시각적으로 향상된 느낌을 끌어낸 덕분이다. 내비게이션, 오디오를 플로팅 타입으로 바꿔 위로 올리고 아래쪽 에어컨 조작부를 단절시켜 대시보드의 수평 라인을 강조한 것이 그 예다. 상급 모델에서 가져온 것 같은 스티어링 휠, 넉넉하고 편안해진 시트도 한몫 한다.
스티어링 휠은 각도만 조정되고, 풋레스트는 옵션이지만 운전 자세는 만족스럽다. 원터치로 여닫을 수 있는 운전석 창문, 글러브박스 조명, 조작감이 괜찮은 원터치 트리플 방향지시등처럼 ‘어쭈 제법인데’ 싶은 요소도 즐비하다.
‘동급 최대’라는 자랑이 무색하지 않게 뒷좌석 공간은 부대낌이 적다. 뿐만 아니라 시트 형상이나 소재감부터 업그레이드된 게 와닿는다. 패키징을 개선한 덕분에 적재용량도 200L에서 250L로 늘었다. 겉 크기가 그대로인걸 상기하면 신기한 일이다. 기아차가 포르쉐의 외계인이 부럽지 않을 마법사를 영입한 모양이다. 좌석을 접으려면 방석부터 젖히느라 흉한 속살을 봐야 했던 이전 모델과 달리 신차는 깔끔하게 등받이를 접어 적재공간을 1,010L까지 늘릴 수 있다.
엔진은 3기통 998cc로 변함이 없다. 최고출력은 76마력으로 2마력 낮아진 대신 최대토크는 0.1kg·m 늘어난 9.7kg·m다. 과거에 비해 차체를 강화하고 고급장비들을 갖추느라 무거워진 만큼 경차 규격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성능까지 만족시키려면 1.0L 터보는 되어야겠지만 그로 인한 가격상승이 용납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런 차에 자동변속기를 물려놓고 힘찬 성능을 기대하는 것이 우습지만 그래도 신차는 꽤 활기차게 움직인다. 힘을 쥐어짤 때 내는 소리도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 불쌍해서 못밟겠다는 수준은 아니다. 급가속 때 멍때리는 변속기는 당황스럽고, 앞차를 추월하려다 생각보다 가속이 더뎌 뒤차에 미안해진 일도 있었지만 적응하면 될 일이다. 합승을 사절하든지. 기어 레인지를 바꿔가며 적극적으로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한 점은 칭찬하고 싶다.
운전 재미의 1등공신은 탄탄한 하체 감각이다. 여기에 수년전까지 포르쉐의 홍보자료에서나 볼 수 있었던 토크 벡터링 기능을 기본으로 갖춰 코너링 실력을 스마트하게 향상시켰다. 코너를 돌 때 전자장비가 안쪽 바퀴의 브레이크를 단속해 매끄러운 선회를 이끈다. 이 기술의 존재를 모르는 동승자는 탁월한 코너링이 순전히 운전자의 실력인 줄 알테니 이 점을 이용하면 운전병 특채까지 노려볼 수 있겠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뒷좌석 승객이 점프를 하는 것을 제외하면 승차감도 좋다. 시승차는 16인치 휠에 195/45 타이어를 끼웠는데 바퀴가 휠하우스에 꽉 들어차 보기 좋다. 예전 경차로 이 정도 폼을 내려면 승차감은 당연히 포기해야 했다. 신차는 이렇게 하고도 노면 요철에 따라 통통 튀거나 거칠게 흔들리는 느낌이 없다. 오히려 파워트레인의 진동이 문제다. 정차 중에는 뒷좌석에서, 정속주행할 때는 간헐적으로 앞좌석에서도 떨림이 느껴진다. 진동이 더 심한 수천만원짜리 디젤 승용차들도 잘 팔리는데 그게 대수냐고 하면 할말 없다.
국도 위주로 50km를 달린 시승구간에서 평균연비는 16.9km/L가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바통은 이어받은 동료 기자가 차를 다그쳐 이 수치를 13.8km/L로 낮춰버렸지만 전반적인 주행 패턴을 고려하면 연비는 기대 이상이다. 파워트레인은 고속주행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고속도로 제한속도 안쪽에서의 안정감이나 소음, 진동은 덩치만 큰 낡은 차들보다 낫다.
시승차는 최상급 프레스티지(1,265만원)에 4단 자동변속기와 스타일 패키지(프로젝션 헤드램프와 LED 램프류), 컨비니언스 패키지(풀오토 에어컨, 선바이저 무드조명 등), 내비게이션 및 후방카메라, 선루프를 추가해 1,61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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