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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세단 대결, 혼다 어코드 vs 링컨 MKZ
2017-04-14 16:47:09
글
민병권 기자
하이브리드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브랜드는 무엇일까? 적어도 혼다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최근 혼다가 ‘하이브리드 전문가’를 자처하고 나섰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국내에 출시하면서다.
혼다는 1999년 토요타 프리우스에 앞서 첫 대량생산 하이브리드카 인사이트를 북미에 상륙시킨 바 있고, 이후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연구개발을 꾸준히 이어왔다. 혼다는 현재 일본에서 10종의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팔고 있다. 소형차, 대형세단, MPV, SUV가 있고 스포츠카 NSX도 여기에 포함된다. 한때 혼다 하이브리드카는 변변치 못하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지만 최신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보면 과거의 일은 잊어도 될 것 같다.
겉보기에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평범하다. 중형세단에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접목한 차가 드물지 않아서일 것이다. 다만 디자인(9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미래지향적이고 하이브리드카 이미지에 잘 맞아서 눈길을 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정한 하이브리드 전문가’라는 혼다의 주장을 홍보겠거니 하고 흘려들을 것이다. 그런데 어코드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특이하긴 하다. 일단 모터가 2개다. 앞뒤 차축에 하나씩 있는 게 아니라 둘 다 엔진에 붙어 있다. 하나는 주행용, 또 하나는 엔진 시동 및 발전용이다.
특이한 점은 엔진과 모터의 비중이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2.0L 145마력 엔진을 탑재했다. 당연히 엔진이 주력이고 모터가 힘을 보탠다고 생각하겠지만 어코드는 전기모터가 주인공이다. 주행용 모터의 최고출력은 184마력으로, 엔진 출력을 훌쩍 상회한다. 엔진은 발전모터를 돌려 전력을 만드는 일을 한다.
엔진은 고속도로를 일정한 속도로 달릴 때처럼 엔진 효율이 높을 때 앞으로 나선다. 이때는 엔진의 직결 클러치가 연결돼 고속주행에서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어비로 앞바퀴를 굴린다. 재미있는 것은 모터로 가속할 때도 종종 엔진음이 커진다는 점이다. 주행모터가 요구하는 전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이에 비해 링컨 MKZ 하이브리드는 익숙한 방식이다. 어코드와 엇비슷하게 141마력을 내는 2.0L 엔진이 주역이고, 전기모터가 보조해 190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발휘한다. 하이브리드카에 보편적인 앳킨슨 사이클 엔진과 전자식 무단변속기(e-CVT)로 고효율을 추구한 것, 앞바퀴만 굴리는 것은 두 차가 같다.
어코드의 시스템 출력은 215마력으로 MKZ보다 높고 모터의 회전력(토크)이 32.1kg·m로, 어코드 V6 3.5L의 34.8kg·m를 바싹 쫓는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외관은 일반형과 큰 차이가 없다. 앞뒤 램프에 푸른색을 입히고 범퍼 아래쪽과 사이드실을 두툼하게 만든 정도다. 구형 제네시스를 닮은 테일램프는 살짝 다듬어 더 견고한 느낌이다. 트렁크 스포일러도 추가됐다.
연비를 추구하는 차가 일반모델보다 더 낮고 스포티한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코드 하이브리드도 마찬가지다. 공력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바퀴도 효율을 먼저 생각해야 하므로 휠 직경을 키우긴 어렵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17인치 휠을 사용하지만 딱히 옹색하지 않고 디자인도 깔끔해 거슬리지 않는다.
툭 튀어나온 그릴은 가까이서 보면 조금 부담스럽지만 앞차에서 룸미러를 통해 보면 주간주행등과 함께 차체가 낮게 깔려 훨씬 멋지게 보인다.
MKZ는 하이브리드카 티가 안난다. 심지어 2.0L 터보 모델에 사용하는 19인치 휠을 그대로 썼다. MKZ는 지난해 9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국내에 출시됐고, 하이브리드카는 11월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돌아온 링컨의 플래그십 모델 컨티넨탈과 동일한 앞모습을 갖춰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한게 특징이다. 이전 모델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비싸 보인다. 하지만 개성 넘쳤던 이전 세대의 얼굴이 뇌리에 남아 있는 탓인지 신차의 전면부와 나머지 부분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인다.
MKZ는 외관도 그렇지만 실내도 원래부터 하이브리드카스러웠다. 변속기 조작 버튼을 내비게이션 화면 옆에 배치하고, 센터콘솔을 비워 예술적인 수납공간으로 만든 것.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기존의 터치식 센터페시아 조작부를 다이얼과 버튼식으로 바꿔 첨단 이미지는 줄었지만 소재와 디테일을 개선해 한층 고급스러워졌다.
중앙 디스플레이의 고급진 그래픽과는 대조적으로 디자인 면에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던 기존의 계기판을 그냥 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어코드의 컵홀더 주변의 크롬 장식처럼 좋은 이미지에 찬물을 끼얹는 요소다.
어코드를 운전하다 MKZ로 옮겨탄 후 잠시 동안 무의식적으로 깜박이 레버 끝의 버튼을 누르곤 했다. 어코드의 경우 여길 누르면 우측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카메라 화면이 중앙 모니터에 표시된다. MKZ는 이 스위치로 차로유지 보조기능을 켜거나 끈다. 왜 여기 달았을까? 에코 주행, 오토홀드, 능동주차 보조기능 등의 버튼이 동반석쪽에 배치된 것도 어색하다.
M
KZ는 프리미엄 모델답게 다양한 고급장비를 갖추었다. 비싸고 묵직해 보이는 가죽장식과 멀티컨투어/액티브모션 시트, 초대형 글라스 루프, 19스피커 레벨 오디오, 전동 트렁크 등을 보고 있으면 하이브리드카임에도 무게 줄이기에 연연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에 비하면 어코드의 실내는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많은걸 기대하면 실망하겠지만 마음 편히 탈 수 있다는 실용성이 예비고객들을 매료시키는 장점이 될 것이다. 다만 위쪽에 7.7인치, 아래쪽에 7인치 모니터를 배치한 듀얼 디스플레이의 효용성은 여전히 의문스럽고, 하이브리드 전용 계기판도 혹자는 시빅에나 어울린다고 폄하할 것이다.
두 차 모두 트렁크를 열어보면 가슴이 턱 막힌다. 배터리가 들어앉아 있는 탓이다. 두 차의 적재용량은 어코드 382L, MKZ 314L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코드 하이브리드에는 9인치짜리 골프백 4개를 실을 수 있다고 한다.
어코드의 트렁크는 너비가 커서 촬영장비를 담은 긴 가방이 가로로 들어간다. MKZ에는 삐딱하게 실어야 했다. MKZ는 트렁크 너비가 작은 대신 어코드엔 없는 스키스루, 뒷좌석 폴딩 기능을 제공한다. 어코드는 트렁크 바닥 아래에도 수납공간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배터리를 트렁크 아래 혹은 뒷좌석 아래에 숨긴 다른 하이브리드 세단의 평편한 트렁크가 부러울 것이다.
MKZ 하이브리드는 뒤가 살짝 주저앉아 보이는데, 운전할 때도 뒤쪽이 무겁게 느껴진다. 뒷좌석에 승객들을 태웠을 때와 비슷하다. 전자제어 댐퍼를 갖췄지만 요철을 통과할 때는 버거워하는 것 같다.
어코드는 이런 느낌이 덜하다. 저속, 중속에서 파워트레인의 모드 전환에 따른 이질감도 적다. 전기모터가 주행을 도맡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긴 오르막길에서 가속할 때 엔진이 전기를 만드느라 얄팍한 소리가 나는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느껴진다. 고속(그래 봐야 제한속도 이내)에서는 앞쪽의 안정감이 떨어진다. 그래도 더 가볍게 나가는 쪽은 어코드다.
계기로 확인해보니 MKZ도 전기로 주행하는 거리가 꽤 길고, 고속주행 때도 마찬가지다. 자료상으로는 137km/h까지 모터로 소화할 수 있다. 매끄럽고 조용한 EV 주행의 감성적 장점은 속도가 올라갈수록 MKZ에서 더 잘 누릴 수 있다. 워낙 정숙하게 만들어진 차이기 때문이다.
반면 어코드는 주력이 모터라는 사실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엔진음이 도드라지고 주행소음도 들린다. 능동형 소음제거기술이 제 역할을 하는지 의심스럽다.
두 차는 외관 치수가 엇비슷하지만 무게는 어코드 하이브리드 1,605kg, MKZ 하이브리드 1,755kg로 차이가 많이 난다. 이 정도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차이를 떠나 어코드의 연비가 더 잘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공인연비는 어코드 19.3km/L, MKZ 15.8km/L다.
그럼 실연비는 어떨까? <탑기어> 편집부는 두대의 하이브리드카를 끌고 사무실이 있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을 출발, 시화방조제와 전곡항, 궁평항을 지나 서해대교 행담도 휴게소를 찍고 돌아오는 200km 코스에서 연비를 측정해봤다.
시내보다는 국도, 고속도로 비중이 훨씬 높지만 신호대기, 정체구간이 있었고 촬영을 위해 정차한 동안 시동을 켜놓는 등 변수가 있었다. 참고로 이들의 공인연비는 일반차와 다르게 시가지 연비가 고속도로 연비보다 높다.
시승팀은 운전습관에 의한 오차를 줄이기 위해 중간중간 교대를 했고 과격한 달리기도, 연비주행도 하지 않았다. 몇가지 조건이 더 있는데, 아무튼 가능하면 공정한 평가를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하여 얻은 평균연비는 어코드 하이브리드 19.7km/L, MKZ 하이브리드 16.2km/L로 공인연비와 큰 차이가 없었다. 시작 및 종료시점에서 연료를 가득 채워 계산한 수치에서도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일반 자동차와 비교해서 어떤 수준인지 궁금할 것이다.
그래서 연비측정 때 디젤 승용차 한대를 동행시켰다. 실연비가 좋기로 소문난 폭스바겐 골프 패밀리 중 성능까지 뛰어난 GTD다. 2.0L 터보 디젤 184마력 엔진과 6단 DCT 변속기 그리고 엔진 스타트 스톱 기능으로 효율성을 높인 이 차의 공인연비는 14.7km/L(구연비). 두 시승차와 같은 조건으로 200km를 달려 얻은 연비는 16.4km/L다.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졌던 MKZ 하이브리드의 연비가 만만치 않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사실 MKZ 하이브리드의 공인연비는 모닝, 스파크의 자동변속기 모델보다도 높다. 넉넉한 차체에 풍부한 장비를 갖추고도 경차 수준의 연비를 누릴 수 있다면 훌륭한 것 아닌가? 운전석 마사지 기능을 쓰지 않았다면 연비가 조금 더 높게 나왔을지도 모른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고급스러움은 부족하나 ‘하이브리드 전문가’ 타이틀을 내세우기에 충분한 실력을 보여줬다. 문제는 가격이다. 4,320만원의 차값만 보면 하이브리드 모델이 V6 엔진의 어코드 3.5(4,260만원)보다 윗급이다.
100만원의 정부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고려하면 실제 구매가격이 낮아지지만 경제성만 따지면 어코드 2.4(3,540만원)와도 저울질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이브리드는 2.4 모델보다 연비가 좋고 배기량이 낮아 자동차세를 덜 내며, 저공해차 혜택들도 있지만 이게 값차이를 상쇄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져볼 일이다.
다행인 것은 혼다코리아가 하이브리드카 배터리에 10년/주행거리 무제한 보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MKZ 하이브리드의 경우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일반 모델과 마찬가지로 5년/10만km 보증이다. MKZ의 경우 요모조모 따져봤을 때 하이브리드보다 2.0L 터보 모델(5,250~6,000만원)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TESTER’S NOTE>
MKZ HYBRID 이지수 기자
운전석 주변 조작장치들이 간결하게 배치되어 운전에 집중할 수 있다. 중앙 디스플레이가 영어 일색이지만 깔끔한 이미지와 조작감이 마음에 든다. 고급스러운 마감처리와 함께 레벨 오디오 시스템의 뛰어난 음질도 돋보인다. 뒷좌석은 앉는 위치가 약간 높지만 고급차답게 편안하다. 주행시 정숙함과 부드러움은 렉서스 ES 300h에 견줄 만하다. 감속 때 일관성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부분. 그래도 시승 도중 첨단보조장비들의 도움으로 위험을 모면하고 나니 믿음직스러웠다.
ACCORD HYBRID 김준혁 기자
이전부터 타온 것 같은 익숙함, 편안함을 주는 차다. 하이브리드 관련 그래픽을 보여주는 액정이 작고, 듀얼 디스플레이에는 주행 관련정보가 표시되지 않아 하이브리드카의 기분을 내긴 부족하나 전반적인 시인성이나 정보 전달력은 좋은 편이다. 시트는 장시간 운전해도 편안해서 MKZ의 복잡한 시트가 부럽지 않다. 주행성능은 만족스럽지만 엔진은 다소 요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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