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폭스바겐, GM은 1년에 각각 1,000만대씩의 차를 만들어 판다. 중국 시장에선 한 해에 2,000만대의 차가 팔린다. 그렇다고 1,000만대 판매가 식은 죽 먹기인 것은 아니다. 특히 단일 모델로 1,000만대 판매를 넘기 위해선 많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저 차가 잘 만들어졌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시대를 잘 타고나야 하고 하늘도 조금은 도와야 한다. 여기, 갖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1,000만대, 혹은 그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차들이 있다. 경배!
15,000,000대. 얼마 전 6대가 더 생산됐다
1908년 헨리 포드에 의해 태어난 모델 T의 역사적 가치에 대해선 새삼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게 자동차든, 산업이든, 사회든…. 1920년에는 전세계 자동차의 절반이 바로 이 차였고, 페인트를 금방 말려 출고할 수 있는 검정색이 주종을 이뤘다. 모델 T는 1927년 단종될 때까지 1,500만대가 넘게 생산됐으며, 수십 년간 이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기록이 깨지고 한참이 지난 후, 포드는 100주년 기념으로 6대의 모델 T를 더 만들어 누적 생산대수 늘리기에 나섰다).
비틀의 차대에서 출발한 트랜스포터는 1950년 데뷔했으며, 그 자손이 올해 나온 T6다. 지금까지 1,100만대가 넘게 팔려 소형 상용차(LCV)의 월드 베스트셀링 모델로 꼽힌다.
40,000,000대. 1966년 데뷔. 지금은 11세대 모델
우리나라에서 깡통 찬, 아니 실패한 걸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코롤라는 1966년 이후 지금까지(라지만 2013년 기준) 4,000만대가 넘게 팔린 전무후무한 소형차다. 현재 모델은 무려 11세대다.
16,000,000대. 1975년 처음 출시됐고 지금이 5세대다
골프 동생 폴로는 1975년 처음 출시됐고 지금이 5세대다. 누적 대수는 1,600만대가 넘는다.
21,530,000대. 포드 모델 T의 기록을 깬 차
세계 최다판매 자동차 기록을 보기 좋게 갈아엎은 것은 딱정벌레였다. 후미에 공랭식 엔진을 얹은 비틀은 1934년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와 독일 나치 정부의 국민차 개발 계획에 의해 탄생했으나 실제 대량 생산이 이루어진 것은 2차 세계대전 후인 1945년부터였다. 첫해 1,700대 남짓이 만들어져 시작은 미약했으나 20년 뒤에는 한 해에만 100만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수요에 맞추기 위해 독일에 추가 공장을 마련한 것은 물론, 1964년부터는 멕시코 공장도 돌렸다. 결국 1967년 누적 생산대수는 1,000만대를 넘어섰다. 71년 한 해 생산대수는 129만대로 정점을 찍었고 이듬해에는 모델 T가 갖고 있던 기록을 깼다. 독일에선 78년 비틀이 단종됐다. 하지만 비틀은 죽지 않았다. 멕시코 공장은 1981년 2,000만 번째 비틀을 생산했고, 2003년에 가서야 최종 버전을 내놓고 단종을 알렸다. 58년간 생산된 비틀은 2,153만대였다. 물론 여기에 뉴비틀, 더비틀은 포함되지 않는다.
14,000,000대
VAZ-2104, VAZ-2105, VAZ-2107 등으로도 불린다. 소련 시절이었던 1980년 아브토바즈가 만든 이 차의 기반은 1960년대의 피아트 124였지만 최근까지도 러시아에서 (인기리에) 생산되며 1,400만대 이상 팔렸다.
14,000,000대
제타는 1979년 처음 등장했고 지난해 1,400만대를 넘어서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세단’ 자리를 노리고 있다. 아직까지도 골프의 세단 버전이란 인상이 남아있지만, 실제 판매에선 골프를 제치고 폭스바겐 브랜드는 물론 그룹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다. 그냥 ‘골프 세단’이라고 해서 골프 판매량에 합쳐버리면….
30,000,000대
1974년 쥬지아로의 간결한 디자인과 함께 홀연히 등장한 골프는 비틀은 물론 당시 당연시됐던 리어 엔진, 리어 드라이브(RR)와도 선을 그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았었다. 결과는? 주행성능과 공간활용 등 소형차의 한계를 깨고 FF의 새 시대를 열었다. 현행 모델은 2012년 등장한 7세대. 골프의 누적 생산대수는 2013년 여름 3,000만대를 넘어섰다.
: 10,000,000대. 2014년 10월 ‘국내 단일 차종 최초’
지난해 9월 6세대가 나온 아반떼는 2014년 10월 ‘국내 단일 차종 최초’ 1,000만대를 돌파했다. 가만, 6세대라고? 1990년 나온 엘란트라를 1세대 아반떼로 치면 그렇다. 우리나라에선 아반떼지만 ‘글로벌’로 따지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 차는 엘란트라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극히 평범, 즉 수퍼 노멀한 이치다. 아무튼 엘란트라/아반떼는 세계 시장에서 연간 90만대(2014년 기준)가 넘게 팔리는 차로 성장했다. 코롤라, 포커스의 뒤를 바짝 쫓는 기록이다. 국내에선 2011~2013년 쏘나타로부터 베스트셀링 모델 자리를 잠시 빌려오는 등 연간 10만대 내외가 팔리고 있다. 참고로, 매년 10만대 내외가 팔리며 1999~2010년 국내 최다판매 모델 자리를 놓지 않았던 쏘나타는 얼마 전 글로벌 누적 판매 700만대 고지를 넘었다. 지난해에는 아반떼로부터 국내 최다판매 모델 자리를 다시 빼앗아 왔다.
10,000,000대. 전체 판매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미국, 중국, 한국
데뷔 51년만인 올해 여름, 1,000만대를 돌파했다. 1964년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나중에 미국 외 시장에서 팔리게 될 줄은 몰랐을 거다. 긴 통근 시간을 위한 효율성, 넓은 실내 공간(그리고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휴양도시에서의 삶)을 원하는 미국 가족들을 겨냥한 프리미엄 차로 나온 말리부는 시장 최초의 ‘중형’ 모델이기도 했다. 반응은 뜨거웠고, 말리부는 쿠페, 왜건, 컨버터블 등 다양한 보디 스타일로 발전했다. 69년엔 연간 판매 50만대 중 2도어 쿠페가 30만대를 차지하기도 했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 중 하나였던 말리부는 1997년 현대적인 앞바퀴굴림 세단으로 재탄생했다. 지금은 25개가 넘는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전체 판매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미국, 중국, 한국이다.
14,000,000대. 역대 가장 많이 팔린 3시리즈는 98년 나온 4세대, 즉 E46
A4나 C 클래스라는 이름은 1990년대 들어 등장했다. 모델명이 ‘3XX’로 떨어지는 BMW 3시리즈는 1970년대부터 있었다. 그러니 먼저 1,000만대를 돌파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물론 3 ‘시리즈’에는 해치백, 투어링, 쿠페, 컨버터블, GT 등 다양한 차종이 존재했고, 현재의 6세대에 이르기까지 총 1,400만대 이상이 팔렸다. 시비 걸 생각은 말자. 세단만 따져도 올해 9월 1,000만대를 돌파했으니. 참고로, 역대 가장 많이 팔린 3 시리즈는 98년 나온 4세대, 즉 E46이다.
35,000,000대.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베스트셀링 모델
단일 모델이 아닌 ‘시리즈’라는 함정이 있긴 하지만, 포드의 F자 붙은 픽업트럭 인기는 수십 년이 가도 식을 줄 모른다. 1948년 등장 이래 누적 판매대수는 3,500만대가 넘고, 30년 넘게 미국 최다 판매차, 40년 넘게 베스트셀링 트럭 자리를 차지하는 등 미국의 상징과도 같은 차다. 지난 한해에만 75만대가 팔렸다.
16,000,000대. 1964년 연간 최고 판매기록인 100만대 달성
남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서식하는 ‘영양’으로부터 이름을 따오긴 했지만, 1958년 토종 미국 차로 처음 태어났다. 당시엔 쿠페, 컨버터블뿐이라 그럭저럭 어울리는 이름이었을 게다. 이듬해 스타일링을 바꾸면서 4도어 하드톱 및 세단이 더해졌고, 1962년에는 고성능 모델인 임팔라 SS(수퍼 스포츠)가 등장했다. 1964년 연간 최고 판매기록인 100만대를 달성했다. 1970년의 5세대는 쉐보레 차 중 가장 큰 차체를 자랑했다. 7세대만 해도 길이가 5.4m를 넘겼으나 이후로는 앞바퀴굴림으로 바뀌면서 5m 남짓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여름 국내 상륙한 임팔라는 2013년 미국 판매를 시작한 10세대 모델. 2014년 미국에서 14만대가 팔려 대형세단 1위를 지켰다. 누적 판매량은 1,600만대가 넘는다.
16,000,000대
포드 픽업 등쌀에 명함 내밀기가 민망하지만 하이럭스도 1968년 등장 이래 1,600만대가 팔렸다. 올해 8세대가 등장했다.
10,000,000대
토요타 캠리는 2013년 미국 판매 1,000만대를 돌파했다.
12,400,000대
독일 오펠의 소형차 코르사는 1982년 처음 등장했으며, 지난해 5세대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 1,240만대가 팔렸다. 그 중 1,180만대는 유럽에서 소화됐다.
16,500,000대
혼다 시빅은 1972년 데뷔 이래 1,650만대가 팔렸다. 근데 이게 2006년 발표 자료네….
12,000,000대
포드가 미국에서만 기세등등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1998년 처음 나온 포커스는 지금까지 1,200만대 이상이 팔렸다. 물론 원-포드 전략에 따라 유럽과 북미에서 같은 포커스가 판매되는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중 690만대는 유럽에서 판매됐다. 140개국 이상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4대륙 8개국 공장에서 생산되어 연간 생산대수가 150만대 이상이다. 전세계에서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차 명단에 자꾸 포커스가 등장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