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외길의 뚝심, 세기의 자동차 브랜드 - 영국
2016-05-13 09:00:10 글 탑기어 편집부
자동차와 세기의 열애에 빠진 브랜드에 대해 알아본다
1769년, 프랑스. 공병장교인 조셉 퀴뇨는 증기기관이 달린 3륜자동차를 개발해 시험운행에 성공했다. 무지막지한 크기에, 15분마다 물을 공급해야 하고, 사람이 뛰는 속도보다 느린 이 자동차는 당시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퀴뇨는 이에 굴하지 않고 증기자동차 개발에 매진했지만 이 위대한 발명품은 뒤이어 발생한 프랑스 대혁명으로 잊혀지고 만다.
245년이 흐른 지금, 자동차산업은 천지개벽 수준으로 발전했다. 이제 자동차는 운전자 없이 스스로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을 정도다. 현대기술산업의 총화라 불리는 자동차산업은 멀고 먼 안드로메다에서 외계인들이 온다면 현생인류를 정의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만큼 현대 문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현대 자동차산업은 조셉 퀴뇨, 니콜라스 오토, 칼 벤츠, 루돌프 디젤 등의 선구자들뿐 아니라 수많은 발명가와 엔지니어의 피와 땀으로 이뤄졌다. 특히 100년 이상 자동차 기술개발에 매진한 회사가 없었다면 현재 우리가 누리는 최첨단의 자동차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번 기획기사는 한세기 넘게 자동차와 열애에 빠진 브랜드를 위한 오마주다. 그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노고에 감사 드린다.
롤스로이스의 창업자인 찰스 롤스는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인 이튼스쿨과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런던에서 자동차 판매점 겸 정비소를 운영했다. 헨리 로이스는 평범한 제분업자의 아들로 신문 판매원, 우체국 사환 등을 거쳐 엔지니어가 되었다.
1904년 판매할 차를 찾고 있던 롤스는 사업 파트너의 권유로 로이스를 만나기 위해 맨체스터로 향한다. 롤스는 2기통 10마력 엔진을 장착한 로이스의 차를 직접 테스트해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오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엔지니어를 만났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결국 롤스는 로이스가 만드는 모든 차를 판매하기로 결정한다. 1906년 롤스와 로이스는 자신들의 이름을 따서 자동차회사를 세우고 1년 후인 1907년 세계 최고의 차로 인정받게 되는 첫차 실버고스트를 출시한다. 실버고스트로 한창 명성을 떨치던 1910년 롤스는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하지만 로이스는 흔들리지 않고 디자인 작업에 전념해 영국 더비와 크루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규모를 키워나간다.
1930년 로이스는 영국 왕실로부터 자동차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받아 준남작 작위를 받고, 1931년에는 경쟁사인 벤틀리를 인수한다. 1940~1960년대엔 항공기 엔진분야에서도 커다란 성장을 이루지만 1971년 제트기 개발사업의 실패로 결국 도산하고 2년 정도 국유화 되었다가 항공 엔진 회사인 영국의 비커스 PLC에 매각된다. 1998년엔 비커스 역시 롤스로이스를 매각하기에 이른다. 이에 롤스로이스(자동차 부문)를 인수하기 위해 BMW와 경합을 벌이던 폭스바겐은 영국 크루 공장과 벤틀리를, BMW는 비커스 PLC로부터 롤스로이스 상표권을 사들여 2003년 1월부터 영국 굿우드 공장에서 롤스로이스를 생산하고 있다.
사각형 틀에 들어 있는 RR은 창업자인 롤스와 로이스의 첫글자를 딴 것이다
애스턴마틴이라는 이름은 ‘애스턴 고개의 마틴’에서 유래한다. 창업자인 라이오넬 마틴이 애스턴 고개에서 우승해 얻은 별명이다. 마틴은 1913년 로버트 뱀포드의 지원을 받아 영국 런던에서 뱀포드&마틴을 창업했다. 이듬해 첫차를 출시했는데 그 차의 이름이 애스턴마틴이었다. 1925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으나 투자자들이 회사를 사들여 애스턴마틴으로 이름을 바꾸고 제2막을 시작한다.
1947년 명백을 유지하던 애스턴마틴을 데이비드 브라운이 인수해 자신의 이름 앞글자를 딴 DB시리즈를 출시했다. DB시리즈는 아름다운 외관과 강력한 성능을 겸비해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았고, 영화 007시리즈의 본드카로 낙점되면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하지만 애스턴마틴의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1987년 포드가 회사를 인수해 빛을 보는가 싶었지만 2007년 다시 새 주인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현재 애스턴마틴의 주인은 이탈리아의 투자그룹이다. 최근 수퍼카 등 고급자동차 경기가 살아나고 있고, 007시리즈의 새 영화 <스펙터>의 개봉, DB11의 개발 등 애스턴마틴은 다시금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초기 애스턴마틴의 엠블럼은 알파벳 ‘AM’을 조합해 디자인됐다. 지금의 날개형 엠블럼은 1927년부터 사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