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꾹 눌러담아 출력을 높인다! 과급기
2016-08-12 14:45:19 글 김종우 기자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자그마한 엔진이 스포츠카나 수퍼카에 사용되고 있다. 이들의 활약 뒤엔 과급기가 버티고 있다
메르세데스-AMG의 콤팩트 라인 3형제, A45, CLA45, GLA45, 포르쉐 718 박스터의 공통점은? 바로 4기통 2.0L 엔진이라는 것이다. 직렬 4기통 2.0L 엔진을 사용하는 콤팩트 AMG들의 최고출력은 무려 360마력에 이른다. 718 박스터 역시 수평대향 4기통 2.0L 엔진을 쓰고, 최고출력은 300마력이다. 폭스바겐 골프 R도 같은 배기량으로 292마력을 낸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지만 F1 경주차의 엔진은 V6 1.6L밖에 되지 않는다.
2.0L급 엔진이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는 것은 과급기의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자동차 엔진의 구동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연료와 공기를 실린더에 넣고 점화시켜 폭발이 일어나면 그 반동으로 크랭크를 회전시켜 힘을 얻는다.
엔진이 큰 힘을 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배기량을 키우는 것이다. 5,000cc가 넘는 12기통, 10기통 엔진들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배기량을 무한정 늘리기는 어렵다. 엔진블록의 실린더 개수가 늘어나 차가 무거워지고, 차체균형을 잡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연료소모량이 늘고 배기가스도 증가한다. 나날이 배기규제가 심해지고, 기름값이 불안정한 시대인 만큼 다기통 고배기량 엔진이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과급기는 독일의 고틀리프 다임러가 발명했다. 실린더에 더 많은 공기를 넣으면 연료 분사량이 늘어 더 큰 출력이 나오는 원리다. 이 기술은 초기에 경량화가 필요한 경주용차와 공기가 희박한 높은 고도에서 나는 비행기 엔진에 적용됐다.
과급기는 영어로 수퍼차저라고 하며, 흔히 사용되는 터보차저는 터보(터빈)과 수퍼차저의 합성어다. 요즘에는 편의상 배기가스로 터빈을 돌려 공기를 압축하는 방식을 터보차저, 엔진의 크랭크샤프트에서 나오는 동력으로 공기 압축기를 회전시키는 방식을 수퍼차저라고 부른다.
터보차저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는 터빈과 컴프레서(압축기)로 구성된다. 엔진에서 모아진 배기가스는 터빈 쪽으로 이동해 터빈휠을 돌리고, 반대편에 있는 컴프레서에서는 컴프레서휠이 돌면서 연소실에 깨끗한 공기를 압축해 밀어 넣는다. 터보차저는 연료가 연소되어 배기가스 압력이 충분히 올라가야 터빈휠을 돌려서 공기를 압축시킬 수 있다. 따라서 배기압이 올라가기 전에는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밟아도 터빈휠이 돌지 않아 차의 속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터보랙’이라고 한다.
요즘에는 크기가 다른 2개 혹은 3개의 터보를 사용하거나, 볼보의 경우 저속에서는 수퍼차저가, 고속에서는 터보차저가 과급을 담당하는 방식을 써서 터보랙을 줄이고 있다.
수퍼차저는 엔진의 크랭크샤프트로부터 직접 동력을 받아 압축기를 돌리는 방식이다. 수퍼차저의 과급방식은 루츠 블로어 방식(공기를 압축하지 않고 원활하게 보내는 역할을 하지만 수퍼차저 범주에 포함된다)과 압축방식인 리숄므 컴프레서 방식으로 나뉜다.
수퍼차저는 터보와 달리 저속에서도 큰 토크를 얻을 수 있고, 즉각적으로 출력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엔진힘을 이용하는 만큼 출력 손실이 따른다. 따라서 수퍼차저는 고출력을 내는 스포츠카에 주로 사용된다.
노크센서와 인터쿨러는 과급 엔진에 달리는 장치다. 노크센서는 엔진에 노킹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점회시기를 제어하는 센서다. 과급압이 너무 높으면 이상연소로 엔진이 진동하는 노킹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과급기 엔진은 자연흡기 방식보다 압축비를 작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압축비가 작으면 저회전이나 중속영역에서 토크가 낮고, 연소효율도 나빠지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압축비를 낮추는 대신 노크센서를 달아 점화시기를 늦추는 것이다.
인터쿨러는 과급기를 통해 나온 압축공기를 식히는 장치로, 과급기와 엔진 흡입구 사이에 설치된다. 압축공기는 몹시 뜨겁고, 흡기관를 지날 때 온도가 또 한차례 상승한다. 온도가 높아지면 공기의 밀도가 떨어져 과급압이 낮아지기 때문에 압축공기가 연소실로 들어가기 전에 인터쿨러로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과급기 엔진도 단점은 있다. 과급기 외에 인터쿨러 등의 장치가 붙어 무게가 늘어나고 차값도 비싸진다. 또한 엔진에 과부하를 주어 내구성이 떨어지고, 그만큼 정비도 자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저배기량으로 높은 출력을 끌어낼 수 있어 다운사이징 트렌드에 적합하며, 환경규제에 대응하기도 쉽다. 또한 과급 엔진의 단점인 터보랙을 해결하는 기술도 크게 발전했다. 자연흡기 엔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제는 확실히 터보 엔진이 주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탑기어〉 2016년 4월호 발췌 ?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