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vs 빼버리고 싶은 기능
2016-11-10 08:00:00 글 김종우 기자
손동작으로 작동이 가능한 제스처컨트롤
초기 자동차와 지금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를 비교해보자. 천지개벽이란 말이 떠오를 것이다. 자동차에는 최첨단 주행 안전기술과 편리한 기능이 들어 있다. 수많은 기능 중에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기발하고 편리한 것이 있는가 하면 별로 사용하지도 않는데 차값만 올리는 것도 있다. 자동차의 기능은 사용자별 선호도가 반영되기도 한다. <탑기어> 편집부는 수십년간, 수백대의 시승 경험을 토대로 운전에 도움되는 필요한 기능과 쓸데없는 기능을 추려봤다. 선택 기준은 굉장히 주관적이었음을 밝힌다.
차일드 록
뒷좌석에 어린이 혼자 태우는 일은 좋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연령대에 맞는 카시트를 사용하고 주행시 문이 열리지 않도록 차일드록을 걸어야 안전하다. 이전 차일드록은 주행 전 뒷문을 열어 개구부에 달린 레버를 조작해야 하지만 최근에는 달리면서 뒷문을 잠글 수 있어 편리하다. 그런데 나쁜 의도로 이 기능을 사용하지는 않겠지?
프론트 액슬 리프트
차고가 낮고 프론트 오버행이 긴 스포츠카에 들어가는 기술이다. 경사로 진입 시 앞범퍼나 프론트 립스포일러, 에어댐 등이 지면에 닿지 않게 한다. 얼마나 올려주기에 호들갑이냐고? 포르쉐 911 카레라의 경우 최대 40mm 정도 올라가고 35km/h 이하로 달리는 도중에도 작동한다. 이제 과속방지턱이 두렵지 않겠지?
후방교행 모니터링
양옆에 큰차가 세워져 있거나 장애물로 주변시야가 가려진 주차공간에서 후진으로 빠져나올 때, 후방카메라로는 옆에서 접근하는 차를 볼 수 없어 무척 신경이 쓰인다. ‘스마트 후측방 경보 시스템’(현대차 표현)이 있으면 한결 안심이 된다.
핸즈프리 테일게이트+뒷좌석 자동 폴딩
날은 더운데 지하주차장은 만차라 뜨거운 옥외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뭣에 삐졌는지 여자친구는 여행 가는 날 아침부터 뾰로통하고 양손에는 먹을거리며 텐트·타프·캠핑체어·자전거가 한가득이다. 차 뒤로 가서 아래쪽을 발로 ‘툭’ 찼더니 기특하게도 트렁크 문이 쓱 열린다. 짐이 많아 2열시트도 접어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적재함 측면에 폴딩 버튼이 있다. 뒷문을 열고 애써 허리를 숙여 시트를 접지 않아도 된다. 버튼을 누르니 시트가 착 접힌다. 역시 내 맘을 알아주는 건 내 차밖에 없다.
뒷좌석 트레이
뒷좌석 트레이라고 하면 대형세단이나 리무진을 떠올리기 쉽지만 가족단위 이용이 많은 MPV나 미니밴 등에도 갖춰져 있다. 특히 어린이를 동반할 때 트레이가 진가를 발휘한다. 음식물을 올려놓으면 바닥에 흘릴 염려가 없고 지겹다고 보채는 아이에게 뽀통령 영접 시간도 줄 수 있다. 단 트레이로 인한 행복은 조심스러운 운전습관을 전제로 한다.
운전석 탈출장치
전투기 같은 사출좌석은 아니지만 시트 메모리 버튼 옆에 자리한 이지액세스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스티어링 칼럼이 위로 젖혀질 뿐 아니라 운전석이 뒤로, 위로 이동하고 등받이가 젖혀져 좁은 공간에서 타고 내리기 편하다. 참고로 윈도 프레임이 없는 일부 쿠페의 경우 리모트키를 이용해 탑승 전에 창문을 내리거나 하차 후에 올릴 수 있다. 이것도 좁은 공간에서 타고내릴 때 큰 도움이 된다.
이런 사출좌석을 생각한 건 아니지?
자율비상 브레이킹(AEB)
얼마 전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사고로 관심이 집중된 AEB. 후방추돌사고는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고 인명피해도 크다. 미국의 경우 이 사고로 1년에 1,700여명이 사망하고 50만명이 다친다고 한다. AEB는 제동상황에서 충분한 감속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동차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능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탑재하는 것만으로 후방추돌사고를 38%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AEB의 효과가 입증돼 미국정부는 2022년까지 모든 차에 이 기술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AEB 의무장착 법안이 발의됐지만 수개월째 심의조정 중이라고 한다.
운전석 안마시트
VIP를 위한 고급세단에는 안마 기능이 포함된 시트가 필수다. 시트를 젖히고 풋레스트에 발을 쭉 뻗고 안마를 받으면 피로가 풀리고 노곤노곤 잠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운전석에 설치된 안마시트는 강도가 약해 있으나마나다. 장거리 운전으로 쌓인 피로를 푸는데 사용한다지만 어디를 주무르는지도 모르겠고 시원한지도 모르겠다. 오랜 시간 운전할 경우 안마시트를 믿지 말고 중간중간 쉬면서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
자동주차 시스템
초보운전자에게 좁은 공간에 주차하는 일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좌페라리 우람보르기니와 같은 상황이라면 주차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자동주차기능이 등장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작동조건이 까다롭다. 이 밖에도 연석을 인식하지 못하는 등 문제점이 많아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음성인식 기능
터치패드든 로터리식 컨트롤러든 LCD 터치든 이들보다 더 좋은 방법은 말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부리는 것이다. 집중력이 흐트러질 염려도 없고, 무엇보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아직 음성인식 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하다. 제한된 단어만 알아듣고 일부는 한글화가 안되어 영어발음을 굴려야 알아먹는 정도다. 애플 카플레이가 달린 일부 모델은 시리(Siri)를 이용할 수 있지만 “잘 못알아들었어요,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어요”를 시전하는 통에 울화가 치민다. 조금 더 기다리면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는 차가 등장하지 않을까?
터치패드 컨트롤러
화면 터치를 지원하지 않는 수입차 내비게이션은 매우 불편하다. 익숙해지면 괜찮다지만 확 걷어버리고 싶은 게 한두번이 아니다. 특히 목적지를 검색할 때! 자음과 모음에 맞춰 휠 컨트롤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으면 입력하려던 곳도 잊어버릴 지경. 최근에는 터치패드를 추가해 화를 돋우고 있다. 돌리는 것보다 터치가 더 쉬워 보이지만 문제는 한글 인식을 못한다는 점. 기껏 쓰면 영어로 인식해 엉뚱한 곳을 찾아내기 일쑤다. 그냥 속편하게 스마트폰 거치대를 하나 장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