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덕의 성지, 드레스덴 독일군 전사박물관
2016-11-20 09:00:00 글 민병권 기자
이번에 소개할 곳은 드레스덴 공항에서 차로 15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전사(戰史)박물관, 즉 군사역사박물관이다. 독일연방군이 운영하는 이 박물관은 오랜 역사를 지닌 병기창 건물로 1897년에 박물관으로 꾸며졌다. 긴 세월 동안 시류에 따라 나치 박물관, 소비에트 박물관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1945년 2월, 드레스덴의 시민 2만명 이상이 사망한 연합군의 융단폭격도 용케 피할 수 있었다.
화살촉 꼭대기에 해당하는 5층은 전망대로 꾸며져 있다. 드레스덴 폭격 당시의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건물은 2011년 재개관하면서 새로 지었다. 기존 신고전주의 건물에 화살이 날아와 꽂힌 것 같은 새 구조물을 통합해 강렬한 이미지를 자랑한다.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작품이다. 이 박물관은 건물 4개층과 옥외 전시장으로 구성했고, 전시 면적 2만㎡로 독일 박물관 중 최대 규모다. 1300~1914년, 1914~1945년, 1945~현재로 나누어진 시대별 전시와 함께 ‘군사와 기술’, ‘공격과 방어’, ‘동물과 군사’, ‘군사와 사회’ 등 10여개 테마로 꾸몄다. 상설전시 외에 지난해 말 시작된 ‘독일연방군 60주년’, 올해 11월까지 관람할 수 있는 ‘독일 스파이’ 등 특별전도 열린다.
슈베린에서 건진 머스탱 날개(우측 아래 사진)
군사박물관이라고 하면 전쟁을 미화하거나 무기를 찬양하는 것처럼 보이기 쉽지만 이곳 전시의 특징은 인간적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 전쟁의 원인과 결과를 조명하고 정치·문화·사회적 배경과 전쟁의 참상을 함께 알린다. 전범 국가의, 그리고 대규모 폭격 피해를 입었으며 전후 동독에 속했던 지역의 군사박물관이기에 이런 메시지들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옥외 전시물은 무료로 둘러볼 수 있다
전시의 중심은 14세기부터 이어져온 군사기술 및 무기의 발달사다. 박물관측은 800대 이상의 육·해·공 운송수단과 화기 등 수만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실물 전시가 어려운 것은 정밀한 모형이나 음향, 문서 열람 등의 방법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구경해도 부족할 정도다.
알비스 스톨
‘스톨리’라는 애칭을 지닌 수륙양용 6륜 트럭이다. 영국 자동차 메이커 알비스가 1966년부터 1971년까지 생산했다. 롤스로이스제 8기통 6.5L 220마력 엔진을 탑재하고 길이 6.3m, 너비 2.56m, 높이 2.4m 차체를 갖춰 5톤의 짐을 싣거나 10톤을 견인할 수 있다. 최고속도는 지상 64km/h, 수상 10km/h였다. 영국군이 수륙양용 기능을 포기한 뒤 워터 제트를 제거해 무게를 줄이기도 했으며 독일이 100대를 구입할 계획으로 테스트까지 했으나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 차는 모두 1,110대가 생산됐다. 참고로 전시된 차는 수집가가 새로 도색한 것으로 오리지널과 다르다.
하노마그 AL 28
네바퀴굴림 다목적 트럭. 1950~60년대 동독 경찰과 국경 수비대가 주로 사용했다. 독일연방군에 인도된 뒤로는 구급·수송·무전차로 쓰이다가 다임러 벤츠와 보그바드의 현대적인 군용차로 대체됐다. 1세대 모델은 1953년부터 1963년까지 생산됐으며 민수용 모델은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얻었다. 이 차는 성능과 편의성을 개선해 1971년까지 생산됐다. 길이 5.48m, 너비 2.25m, 높이 3m의 차체에 2.8L 65마력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호르히 830 BL 컨버터블
아우디의 전신인 호르히가 1936년 생산한 차. 독일군의 파리 주둔 사령관이었지만 히틀러의 폭파 명령을 어기고 파리의 문화유산을 보호한 것으로 유명한 디트리히 폰 콜티츠의 차 중 하나였다. 샤를 드골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부터 1959년 프랑스 대통령에 취임할 때까지 탄 차다. 드골은 대국민 호소문 낭독 기념행사 등 대외 일정에 이 차를 이용했다. V8 3.5L 75마력 엔진을 탑재해 최고속도는 120km/h에 이르렀다.
Typ 40 표준 승용차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전, 독일군은 승용차 기반의 군용차를 대체할 목적으로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한 표준 승용차(Einheits-PKW)를 채택했다. 3가지중 가장 작은 차가 1936년 스토이어가 개발·생산한 적재용량 500kg급 R 180 스페치알이었다. 최저지상고 23.5cm에 길이 3.9m, 높이 1.9m의 차체를 올리고, 네바퀴굴림 및 네바퀴조향장치를 갖췄다. 똑같은 차를 BMW(325)와 하노마그(타입 20 B)도 생산했는데, 40~50마력의 4~6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전쟁이 한창이던 1940년 개량형인 타입 40이 나왔지만 더 단순하고, 가볍고, 저렴한 폭스바겐 퀴벨바겐에 밀려 사라졌다.
바르카스 앰뷸런스
바르카스는 동독 칼마르크스슈타트의 밴 전문회사로 1961년부터 1990년까지 B 1000이라는 동독 유일의 상용 밴을 생산했다. DKW에서 가져온 3기통 2행정 45마력 엔진을 얹은 이 차는 앞바퀴굴림 기반이어서 폭스바겐 밴(T1, T2)보다 큰 적재용량을 자랑했다. 승용 밴의 경우 최대 8명이 탈 수 있었다. 트럭 등 다양한 버전이 만들어졌는데, 사진의 차는 동독군이 사용하던 구급차다. 통일 후 얼마간 독일연방군에서도 사용했다.
WOLF MB 250 GD
2004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폭발물 공격으로 파손된 독일 군용차다(3명이 부상을 입었다). 벤츠 G-클래스를 바탕으로 1980년대부터 1만2,000대 이상 생산됐다. 구급차·장갑차·무개차 등 다양한 종류가 나왔다. 250은 2.5L 92마력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마이바흐 엔진
마이바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차와 장갑차용 엔진을 생산했다. 최고출력 199마력(3,000rpm)인 6기통 엔진은 1940년까지 데마그 등이 생산한 Sd. Kfz 250·252·253에 탑재됐다. 트럭의 앞바퀴를 갖춘 반궤도 경장갑 보병 전투차로 전차·기갑포병과 함께 배치돼 무장정찰 등 임무를 맡았다. 생산대수는 7,200대 정도다.
웰바이크
낙하산 부대의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낙하산 투하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접이식 모터사이클. 영국 익셀시오르 회사가 3,000대 이상 생산했고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에 사용됐다. 단기통 2행정 98cc 엔진에 무게 32kg, 최고속도는 50km/h이고 140km를 이동할 수 있었다.
전투 자전거
제2차 세계대전 말미에 차량과 연료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독일군은 궁여지책으로 자전거를 활용했다. 지형 정찰이나 연락용 외에 기관총·수류탄·지뢰 등을 날랐다. 심지어 대전차화기(판처파우스트)를 운반하기도 했다. 함께 전시된 MTB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성 크로스컨트리 사이클링에서 금메달을 딴 사빈 스피츠 선수가 탔던 것이다.
호르히 P240 퍼레이드카
제2차 세계대전 후 동독의 츠비카우에 버려진 호르히 공장에선 새 6기통 럭셔리카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1955년 작센링이라는 이름으로 양산됐지만 동독의 정치·경제적 상황상 판매가 어려워 1959년 자취를 감췄다. 1969년 동독 건국 20주년 행사에 등장한 작센링 P240 레프레젠탄트는 퍼레이드를 위해 특별제작된 무개차로 구식 P240 섀시에 조악한 보디를 씌웠다. 길이 4.73m, 너비 1.72m, 높이 1.6m, 휠베이스 2.8m 차체에 직렬 6기통 2.4L 80마력 엔진을 얹었다.
Sd. Kfz 2 케텐크라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반궤도차를 애용했다. 화기류나 장비를 견인하고 전투용으로도 썼다. 이 HK-101 반궤도 모터사이클은 NSU가 민간용으로 개발한 것을 독일군이 채택해 1941년부터 사용했다. 전지형차로서 성능이 뛰어나 연락·가설·병력 및 물자수송 등에 쓰였다. 1950년대 세계 최대 모터사이클 메이커로 이름을 떨쳤던 NSU는 1969년 폭스바겐에 매각돼 아우토유니온과 함께 아우디의 전신을 이뤘다.
독일군 전사박물관은 공항에서 엘베강 남쪽 드레스덴 중심가나 폭스바겐 공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중심가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다. 입장료는 5유로이고 수요일에 휴관한다.
주소
Militarhistorisches Museum der Bundeswehr
Olbrichtplatz 2 01099 Dresden
www.mhmbw.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