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 스타벅스 1호점 있잖아. 꼭 가서 인증샷 남겨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근처로 출장을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가 커피에 빠진 대한민국 사람들 아니랄까봐 시애틀 얘기가 나오자 스타벅스 얘기부터 꺼내고 있다. 이번 출장지는 시애틀이 아닌 타코마와 포트앤젤레스라고 줄기차게 얘기했지만 대부분은 들은 체 만 체했다.
“이 사람들아 미국엔 할리데이비슨의 역사적인 변화를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가는 거라고!”
이렇게 말하면 다들 부러워할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나 보다.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주말마다 함께 모터사이클 투어를 다니는 극소수 동료들뿐이었다. 어쨌든 기회는 왔다. 그것도 좀처럼 엔진을 바꾸지 않는 할리데이비슨의 빅트윈 엔진이 무려 18년만에 바뀐 것을 온몸으로 체험할 기회가. 그런데 잠깐만, 18년이라니…. 할리데이비슨의 엔진이 자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변화주기가 이렇게 길 줄이야. 빅트윈 엔진의 8세대이자 현재 사용 중인 트윈캠 엔진이 등장한 것이 1998년이니 20세기 제품인 셈이다. 무척 오래된 엔진이지만 불평을 들어보질 못했다. 심지어 스포츠스터 라인업은 1984년 나온 에볼루션 빅트윈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타사의 대형 빅트윈이나 공랭 엔진과 비교하면 할리데이비슨의 그것은 배기량 대비 힘이 넘친다는 느낌이 좀 약하다. 토크는 강력하나 고속으로 꾸준히 끌고나가는 힘이 부족하다. 그래도 괜찮다. 할리는 고속질주를 위해 타는 모터사이클이 아니기 때문이다. 투어링 모델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탠덤을 한 채 짐을 싣고 장거리를 빠르게 달릴 필요가 있는 투어링 모델에서는 힘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신형 빅트윈 엔진 밀워키에이트가 등장한 배경이다.
프레젠테이션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타코마에 도착하고 이튿날, 밀워키에이트 엔진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신형 빅트윈 엔진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할리의 수석 파워트레인 엔지니어 알렉스 보즈모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전세계 할리데이비슨 고객을 모니터한 결과, 좀더 강력한 투어링 모델용 엔진을 원했다. 그러면서도 할리 고유의 특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정말 어려운 과제였지만 우리는 해냈다. 밀워키에이트 엔진이 그 결과물이다.”
밀워키에이트. 100년이 훌쩍 넘는 할리의 빅트윈 엔진 역사에 9번째로 이름을 올린 새 엔진의 이름이다. 이 엔진은 오로지 투어링 모델에만 적용된다. 로드 킹, 스트리트 글라이드, 로드 글라이드, 울트라 시리즈, CVO(Custom Vehicle Operation) 같은 장거리 투어링 모델 말이다. 국내엔 없지만 바퀴 3개가 달린 프리휠러나 트라이 글라이드에도 이 엔진이 올라간다.
평소에 보기 힘든 할리의 다양한 색깔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빅트윈 엔진은 구조에서 이름을 갖고 온 경우가 많았다. 신형도 마찬가지다. 밀워키는 113년 전 할리데이비슨이 탄생한 위스콘신주의 도시 이름이다(그곳에 본사가 있다). 숫자 8은 무슨 의미일까? 여기에 밀워키에이트 엔진의 핵심이 있다. 바로 8밸브다. 이전까지 2실린더에 각각 밸브가 2개씩 달려 4밸브였지만, 새 엔진은 4개로 늘어나 2실린더 8밸브 구성이다.
밸브가 2개씩 늘어난 만큼 흡배기의 흐름이 빨라져 스로틀 반응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토크도 이전의 트윈캠 대비 10% 증가했다. 신형 밀워키에이트의 변화는 밸브 추가에 그치지 않는다. 트윈캠이 사라지고 싱글캠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캠샤프트가 하나여서 그만큼 엔진 무게가 줄고, 스로틀 반응이 빨라졌다. 또 다른 변화는 냉각방식이다. 지금까지 빅트윈 엔진은 공랭과 일부 모델의 경우 공랭과 유랭 방식을 함께 사용해왔다. 하지만 밀워키에이트부터는 공랭을 기본으로 유랭과 유·수랭 방식을 사용한다.
냉각방식의 변화는 8밸브나 싱글캠의 효과와 궤를 같이 한다. 스로틀 반응이 빨라지고, 힘이 강해졌다. 동시에 대형 투어링 모델의 단점인 정차나 저속주행에서 다리가 익을 것 같은 열을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게 됐다. 어쩌면 이게 가장 큰 장점일 수도 있겠다.
꽤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할리 라이더들이 원하는 고유성을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45도 각도의 V형 실린더, 실린더 주변을 감싸고 있는 냉각핀 같은 외형적 특징은 그대로다. 할리 엔진의 상징과 같은 OHV 방식도 바뀌지 않았다. 실린더 옆에 달린 긴 푸시로드가 그 증거물이다.
할리데이비슨 관계자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이전보다 강해졌고, 반응이 빨라졌으며, 열과 불필요한 진동, 소음을 줄였다. 고로 투어링 모델에 최적화된 엔진이 완성됐다. 투어링 모델은 엔진 변화에 맞춰 서스펜션도 새롭게 바꿨다. 앞쪽은 쇼와의 도립식을 사용하고, 뒤쪽은 다이얼을 돌려 프리로드를 조절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이쪽도 투어를 다니기 편하게 개선됐다는 게 핵심이다.
올림픽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길. 이후부터 긴 와인딩 로드가 이어졌다
밀워키에이트 엔진과 신형 할리데이비슨에 대한 ‘환상적인’ 소개말을 듣고 났더니 실체가 더욱 궁금해졌다. 시승은 타코마를 출발해 미국 북서부 끝에 자리한 포트앤젤레스를 1박 2일 동안 왕복하는 코스에서 이뤄졌다. 갈 때는 올림픽 국립공원을 경유해 282km를, 돌아올 때는 해안도로가 포함된 354km를 달린다. 왕복 636km 코스다. 보통의 모터사이클이라면 출발하기 전부터 한숨이 나올 만큼 긴 코스지만 투어링 모터사이클이라면 문제없다. 길만 막히지 않으면 자동차보다 편하게 달릴 수 있는 게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모델 아닌가.
처음 탈 모델은 푸른색 스트리트 글라이드 스페셜이다. 밀워키에이트 107 엔진이 적용된 기본적인 투어링 모델이다. 잠깐, 107이라고? 깜박하고 빼먹은 내용이 있다. 밀워키에이트 엔진이 배기량과 냉각방식에 따라 3가지로 나뉜다는 사실이다. 1,745cc의 공·유랭식 밀워키에이트 107 엔진은 스트리트 글라이드 스페셜, 로드 글라이드 스페셜, 로드 킹, 프리휠러(3바퀴 버전)에 적용된다. 107에 수랭방식이 추가된 트윈쿨 밀워키에이트 107은 울트라 리미티드, 로드 글라이드 울트라, 트라이 글라이드 울트라(3바퀴 버전)에 쓰인다. 커스텀 버전인 CVO시리즈는 1,870cc에 유·수랭방식의 트윈쿨 밀워키에이트 114 엔진을 사용한다.
포트앤젤레스까지 280km 이상을 함께한 스트리트 글라이드 스페셜은 편안함을 기본으로 깔고 적당히 스포티한 특성을 보였다. 클래식한 원형 헤드램프를 품은 커다란 페어링은 완벽에 가까운 방풍성능을 보여줬다. 워싱턴주의 쌀쌀한 날씨를 예측하지 못하고 여름용 라이딩 기어를 갖고 간 기자에게 이는 무척 반가운 기능이었다.
라이딩 포지션은 편안함 그 자체다. 출발하기 전이나 저속주행 때는 370kg이 넘는 무게가 부담스럽지만 가속이 붙으면 무게를 잊을 정도로 자세가 편하다. 여기까지는 스트리트 글라이드의 변하지 않은 특성이다. 하지만 새로운 엔진 사용으로 주행감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일단 엔진이 엄청나게 부드럽고 조용하다. 그 느낌이 수랭식 V트윈 엔진 같다. 예전 트윈캠 엔진보다 공회전에서의 불안감을 많이 지웠다고 하는데, 그 말이 사실이다. 특히 불필요한 진동이 깔끔하게 사라져 무척 반가웠다.
차체가 떨릴 정도의 진동이 할리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장시간 달려야 하는 투어링 모델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밀워키에이트 엔진은 진동을 말끔히 잡았다. 공회전에서의 부드러운 느낌은 빠른 스로틀 반응으로 이어진다. 회전수 상승이 정말 매끄럽다. 동시에 트윈캠 엔진의 거칠고 기계적인 느낌이 많이 줄었다.
스트리트 글라이드는 생각보다 빠르다. 저단에서 강력한 토크는 예상했던 터라 빠르게 적응했다. 기어를 올릴 때 함께 따라붙는 가속감은 이전 할리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시승 코스의 법적 허용속도인 시속 55마일(88km/h)을 순식간에 오르내린다. 스로틀을 계속 감고 있으면 시속 100마일(160km/h)은 어렵지 않게 돌파해버린다.
시속 100마일이 넘는 속도로 빠르게 달리는 상황인데, 속도를 체감하기가 어렵다. 완벽에 가까운 방풍성능과 안락한 운전자세 때문이다. ‘아, 이 맛에 할리 투어링 모델을 타는구나!’ 빅트윈 엔진의 박력 넘치는 토크, 이런 특성과 모순되는 편안함. 타사 투어링 모터사이클과 차별화되는 할리만의 맛이다.
(왼쪽) 이보다 더 좋은 바람막이는 없다
밀워키에이트 엔진의 한계치가 높아졌지만, 개인적으로 2,000~3,000rpm이 투어링의 적정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할리 빅트윈의 매력을 즐기며 달리기에는 이 회전대가 딱이다. 회전수를 이쯤에 맞춰놓으면 끝을 알 수 없는 와인딩로드도 할리의 놀이터가 된다.
자연스럽게 차체를 옆으로 눕히고 스로틀을 감을 때, 예상보다 가뿐한 몸놀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스포츠 모터사이클처럼 일부러 뱅킹각을 깊게 가져가려는 오버액션 따위는 어울리지 않는다. 여유롭게 코너를 돌면서 주변경관을 한번씩 훑어보는 게 낫다. 그래도 재미는 충분하니까.
끝 없는 직선도로의 연속… 그래서 할리를 타나보다
또 다른 재미는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높이를 알 수 없는 거목들 사이를 달리며 박력 넘치는 할리의 음색을 즐기는 일이다. 너무 크지 않으면서 운전자와 동승자, 그리고 길가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드는 소리다. 확실히 이전보다 좀더 깊이 있게 튜닝된 음색이다. 2017년형 투어링 모델을 개발하면서 할리는 엔진의 흡배기 흐름을 개선해 고급스러운 소리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이 소리 하나만으로도 하루종일 할리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중독성이 크다.
이런 느낌은 스트리트 글라이드뿐만 아니라 로드 킹, 로드 글라이드, 그외 다른 투어링 모델을 탈 때도 마찬가지다. 전부 밀워키에이트 엔진을 쓰기 때문이다. 다만 라이딩 포지션이나 주행풍으로 인해 몸으로 느껴지는 감각은 조금씩 다르다.
그 차이가 두드러지는 모델이 로드 글라이드다. 모든 투어링 할리 중에서 투어링이라는 이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편안하다. 따라서 밀워키에이트 107 엔진의 부드러움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로드 글라이드가 최고의 선택일 것 같다. 로드 글라이드가 편한 이유는 디자인에서 찾을 수 있다. 샤크 노이즈라고 불리는 커다란 페어링 덕분에 상체가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핸들바가 시트쪽으로 더 당겨지고, A자 형태로 꺾여 있는 것도 편안함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 때문에 로드 글라이드에 탈 때는 긴 직선로만 바라게 된다. 운 좋게도 타코마로 돌아오는 도중 직선구간에서 로드 글라이드를 타게 되었다. 행운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기어를 순식간에 6단까지 올리고 스로틀을 와락 감았다. 그 다음부터는 딱히 할 일이 없다. 왼손과 양다리는 그저 거들 뿐, 오른쪽 손목만 움직이면 된다.
할리를 타고 코너를 돌 때는 오버하면 안된다
2017년형 투어링 모델에 추가된 새로운 붐박스(BOOM!™ Box) 오디오에 아이폰을 연결해 노래를 들으며 신나게 달리기만 하면 된다. 앞쪽 스피커에선 한국에서 저장해온 노래가, 뒤에서는 할리 배기음이 들리며 절묘한 하모니를 이룬다. 나중엔 스로틀 감는 것조차 귀찮아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켰다. 달리는 소파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나도 모르게 또 한번 감탄사가 나왔다.
“아, 이 맛에 할리 투어링 모델을 타는구나!”
스트리트 글라이드와는 다르지만, 이 역시 할리 투어링 모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다. 직선도로가 몇십km씩 쭉쭉 뻗어 있는 미국의 도로는 할리를 타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귀한 시간을 오래도록 즐기고 싶었다.
이번에는 로드 킹으로 바꿔탔다. 스트리트 글라이드나 로드 글라이드에 비해 스포티하다. 하지만 디자인은 클래식 할리데이비슨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커다란 페어링 대신 동그란 헤드램프와 긴 윈드스크린만으로 전면부을 꾸몄다. 따라서 방풍 성능은 다른 투어링 모델보다 약하다. 대신 달리고 있다는 느낌이 선명하다. 핸들바가 넓게 펴져 있어 자세도 좀더 공격적이다. 그 때문인지 로드 킹을 탈 때 가장 자신감이 솟는다. 속도를 올릴수록 어깨와 하체로 바람이 들이닥쳐 부담이 커지지만 그럴수록 엔진을 더 쥐어짜며 달리고 싶어진다. 그때만큼은 오버리터급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을 타는 느낌이다.
공차중량은 다른 투어링과 큰 차이가 없지만 달릴 때는 훨씬 가벼운 느낌이다. 따라서 코너를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실제로 몸놀림이 날쌔지 않지만, 그런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움직여준다.
(우측 위) 빵빵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붐박스 오디오
와인딩 코스는 끝났고, 긴 직선도로가 펼쳐졌다. 앞서 로드 글라이드에서 배운 방법을 써먹기로 했다. 붐박스 오디오의 볼륨을 최대로 올린 다음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켰다. 그렇게 90km의 직선도로를 로드 킹의 스포티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달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밀워키에이트 엔진의 부드러움과 로드 킹이 주는 편안함에 긴장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주의력이 흐려지면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나른함을 쫓아야 했다. 그래서 동원한 방법은 밀워키에이트 엔진을 한번씩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이다. 기어를 6단에서 4단까지 확 내리자 엔진이 힘차게 요동치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인생샷을 찍기 위해 대기 중이다
지루함을 쫓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하면서 얻은 성과도 있었다. 어시스트&슬리퍼 클러치가 새롭게 추가됐다는 사실이다. 전날 있었던 기술 프레젠테이션에서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에 뒤늦게 알아챘다. 이것 또한 편안한 투어를 위한 장비로, 킥다운 때의 백 토크가 적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확실했다.
드디어 시승 막바지. 타코마 시내로 들어섰다. 때마침 퇴근시간과 겹쳐 20대 이상의 할리가 교통체증에 갇히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커다란 모터사이클로 천천히 달리기란 쉽지 않다. 여기서 든 생각, 이렇게 큰 할리를 타는 우리나라 라이더들은 주말에 복잡한 길을 어떻게 빠져나가는 것일까?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모터사이클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휘발유 값이 싸서 그랬는지 생각보다 주유를 자주 했다
미국은 상황이 다르다. 도로 사정부터 좋다. 그리고 어딜 가나 라이더들을 반겨준다. 모터사이클을 자동차와 똑같이 대하고 존중한다. 특히 자국 브랜드인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있으면 ‘엄지척’을 할 정도로 호감을 표시한다. 미국에서 이틀 동안 할리데이비슨을 타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아무도 없는 도로를 달릴 때보다 도로 위의 자동차와 사람들이 시승팀을 반겨줬을 때였던 것 같다.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밀워키에이트 엔진이 적용된 2017년형 할리데이비슨 투어링 모델들을 만날 수 있다. 더 강력하고 부드러워졌으며 할리만의 아이덴티티가 강화된 엔진을 친숙한 도로에서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미국에서처럼 행복하게 탈 수 있을까? 선뜻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할리의 본고장에서, 새로 나온 투어링 모델을 타고 600km를 넘게 달린 일은 무척 새롭고 보람된 경험이었다. 할리가 100년 이상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모터사이클을 존중하고 좋아하는 문화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따뜻한 분위기를 우리나라에서도 느껴보고 싶다.
* <탑기어> 2016년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