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미티드 에디션’ 즉 한정생산 자동차는 거리에 굴러다니는 수천대 중 하나 말고 자신만의 차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차다. 소수정예로 만들어진 자동차는 아무나 살 수 없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한정생산 자동차는 희귀할 뿐만 아니라 쉽게 억단위가 넘어간다.
자동차 수집가들에게는 취미 겸 재산증식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희귀모델은 소장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값이 올라가는 역주행을 펼친다. 10억원 주고 산 스포츠카를 몇십년 뒤에 100억원에 팔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정생산 자동차는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고, 2000년대 들어서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 우리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소수정예 모델들을 소개한다.
2014년 5대 한정생산
1999년 혜성같이 등장한 파가니 존다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모델로 2014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됐다. 데뷔 당시 15년이 다된 모델을 트랙 주행에 어울리도록 손봐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AMG제 V12 6.0L 엔진을 최고출력 800마력까지 높이고, 보쉬가 제공한 8단 조절 트랙션 컨트롤과 경주차에 쓰이는 DRS,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을 갖췄다. 외관은 경주차에 버금가는 커다란 리어윙과 디퓨저, 프론트 범퍼로 꾸몄다. 파가니는 존다 레볼루션을 공개하며 친절하게 220만유로(27억5,000만원)의 가격표를 붙여 거부들이 지갑을 열도록 유도했다.
2014년 7대 한정생산
2014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등장했다. 이름이 원:1(원투원)인 이유는 V8 5.0L 트윈터보 엔진으로 1,361마력의 최고출력(E85 에탄올을 사용했을 때)을 뽑아내면서 공차중량을 1,361kg으로 억제했기 때문. 무게당 출력이 1:1이어서 원:1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차는 0→100km/h 가속 2.8초, 0→300km/h 가속 11.9초에, 최고속도 440km/h에 이르는 엄청난 퍼포먼스를 자랑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산차로 기록되기도 했다. 이런 정보를 미리 입수한 코닉세그의 열혈 팬 6명은 차가 제네바에서 베일을 벗기도 전에 돈을 입금해버렸다. 나머지 1대는 코닉세그가 갖고 있다.
2013년쿠페 5대 한정생산, 2014년 로드스터 9대 한정생산
람보르기니가 아벤타도르를 기반으로 만든 창립 50주년 기념작이다. 데뷔 장소는 2013년 제네바 모터쇼였는데, 당시 312만유로(39억원)의 가격표가 붙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로 기록되기도 했다. 멋진 디자인 때문인지 베네노 쿠페 3대는 데뷔도 하기 전에 팔렸다(2대는 람보르기니 소유). 9대가 제작된 로드스터는 이듬해 데뷔해 역시 순식간에 매진됐다. 한편 베네노는 중고 가격도 엄청나게 높아진 상태인데, 주행거리 100km인 베네노 쿠페 한대가 미국에서 800만달러(93억6,000만원)에 나오기도 했다.
Mini Countryman JCW ALL4 Dakar 2013
2013년 11대 한정생산
2013년 다카르 랠리에서 스테판 페테랑셀이 운전한 미니 ALL4 경주차가 우승한 것을 기념해 11대만 제작한 컨트리맨이다. 프랑스 국적인 드라이버의 영향 때문인지 11대 모두 프랑스에서 판매됐다. 컨트리맨 다카르 버전은 JCW를 기초로 다카르 경주차와 같은 라임색 데칼이 곳곳에 붙었다. 앞에 달린 미니 엠블럼 양쪽에는 다카르 랠리 우승을 알리는 데칼과 페테랑셀의 사인도 새겨졌다.
Lamborghini Sesto Elemento
2011년 20대 한정생산
가야르도를 기반으로 람보르기니의 카본 경량화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제작한 차다. 차체 대부분을 카본파이버로 만들어 999kg의 공차중량을 달성했다. 원래는 콘셉트카로 제작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과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20대를 생산했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99만8,000유로(25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015년 여름 미국의 한 중고차 시장에 330만달러(38억6,000만원)의 가격표를 단 세스토 엘레멘토가 나오기도 했다.
2013년 20대 한정생산
존다 이후 등장한 와이라의 고성능 버전이다. 100대 생산된 와이라가 단종된 후 올해 제작에 들어갔다. 20대의 와이라 BC는 이미 판매가 종료됐다. 20대를 다 만들면 로드스터가 등장할 예정인데 벌써 구매자가 줄을 섰다고 한다.
2013년 24대 한정생산
애스턴마틴의 기술력이 총동원된 트랙 전용 수퍼카다. 벌컨을 구입한 고객은 애스턴마틴이 제공하는 트랙 주행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V12 7.0L 엔진을 사용해 800마력의 최고출력을 뽑아내며 경주차만큼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V12 밴티지 S와 원-77, 밴티지 GT4 경주차 등을 타고 트랙 주행기술을 익힌 다음에 벌컨을 몰 수 있다. 출시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340만달러(40억원)의 가격표를 붙이고 미국 중고차 시장에 나왔다.
2015년 25대 한정생산
아게라 시리즈의 마지막 버전이자 트랙 주행에 맞춰 개발된 모델. 7대 생산된 원:1의 섀시와 파워트레인을 손봐 최고출력을 1,160마력으로 낮추고, 다운포스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250km/h에서 485kg의 다운포스 발생). 무게는 원:1보다 30kg 더 나가는 1,395kg이다.
2014년 30대 한정생산
2014년을 끝으로 단종된 재규어의 스포츠 쿠페 XK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한 모델. XK 시리즈 중에서 가장 강력한 XKR-S의 공력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낸 뒤 GT라는 이름을 붙여 30대를 만들었다. 영국 스포츠카지만 특이하게도 이 모델은 북미 시장에서만 판매됐다. 재규어 역사에서 손꼽힐 정도로 적은 생산대수 때문에 재규어는 이 차를 역사상 가장 희소가치가 높은 모델이라고 자찬한 바 있지만 아직 그 가치가 증명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35대 한정생산
하이퍼카 P1의 트랙 전용 모델로 최고출력 1,000마력, 최고속도는 362km/h에 이른다. 190만파운드(27억3,600만원)를 내고 P1 GTR을 사면, 무료로 맥라렌이 운영하는 트랙 주행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전세계 유명 서킷을 돌며 P1 GTR을 마음껏 탈 수 있고 F1 드라이버 브루노 세나로부터 트랙 주행기술을 배울 수 있다. P1을 소유하고 있는 오너에게만 판매됐으며, 미국 중고차 시장에 나온 가격은 460만달러(53억8,000만원)다.
2005~07년 38대 한정생산
2002년 나온 엔초 페라리를 트랙 주행용 수퍼카로 손질한 모델. 회사측이 엄선한 페라리 오너 38명만 FXX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영광(?)을 누렸고, 이들은 트랙 주행 프로그램에 참가해 신차 개발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했다. 2009년 영국 수집가의 주문으로 출력을 강화한 FXX 에볼루치오네(Evoluzione) 1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2015년 40대 한정생산
FXX가 엔초 페라리를 기반으로 한 트랙용 모델이라면, FXX K는 라페라리를 기반으로 한다. FXX K의 성능은 라페라리의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개조해 1,050마력의 최고출력과 91.8kg?m의 막강한 토크를 자랑한다. 40대의 FXX K는 2015년 초 생산을 시작해 고객에게 인도됐다. 한편, 두바이의 한 소유주가 이 차를 360만유로(45억원)에 판다고 밝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6년 쿠페 20대 한정생산, 2016년 로드서터 20대 한정생산
람보르기니 창립자 페루치오 람보르기니의 100번째 생일을 맞아 공개됐다. 아벤타도르를 기반으로, 쿠페와 로드스터를 20대씩 만드는데, 모두 공개 전에 매진됐다. V12 6.5L 엔진을 사용해 람보르기니 역사상 가장 강력한 770마력을 발휘한다. 이 차의 핵심은 풀 카본파이버로 만들어진 모노코크 보디로, 보디 무게가 아벤타도르 대비 200kg 이상 가벼운 1,520kg에 불과하다.
1993~98년 106대 한정생산
자타가 인정하는 세기의 수퍼카 맥라렌 F1의 공식적인 생산대수는 106대. 그중 프로토타입과 경주차 등을 제외한 양산형은 64대다. 생산기간이 6년으로 비교적 길고, 연도마다 가격이 달라 초기의 판매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단종된 지 20년이 되어가는 F1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 예로 1998년형 F1 LM은 2015년 미국 페블비치 콩쿠르에서 1,375만달러(160억원)라는 어마어마한 가격표를 붙이고 경매장에 나오기도 했다.
Mercedes-Benz SLS AMG GT Final Edition
2014년 350대 한정생산
걸윙 도어로 자동차 마니아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SLS AMG가 단종되기 전 나온 모델이 GT 파이널 에디션이다. 350대 생산됐는데, 쿠페와 로드스터의 비율은 알려지지 않았다. 쿠페는 레드 색상, 로드스터는 화이트 색상이며 보닛과 리어윙 등을 카본으로 만들어 차별화했다.
1992년 271대 한정생산
XJ220은 1988년 콘셉트카로 공개되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엄청난 성능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에 힘입어 1992년 양산이 결정됐다. 예약대수는 1,500대 정도였으나 재규어는 희소성을 높이기 350대만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생산이 지연되어 예비고객들이 떨어져 나갔고, 결국 271대만 인도됐다. 이때의 실망감 때문인지 XJ220는 가격이 점차 올라가는 다른 수퍼카들과 달리 출고 가격보다 낮은 시세에 거래되고 있다.
2013~15년 381대 한정생산
라페라리와 함께 하이퍼카 시장의 불을 지핀 P1은 GTR의 도로용 버전인 LM을 포함해 모두 381대가 만들어졌다. 전량 매진됐고, 생산도 끝났다. P1이 너무 빨리 그리고 금방 팔린 탓인지 지금도 인기가 높다. 영국과 미국에서 2배가 넘는 200만파운드(28억9,000만원) 및 230만달러(26억9,00만원)의 가격에 매물이 나와 있다.
Bentley Continental GT3-R
2015년 300대 한정생산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하는 GT3의 도로용 버전이기도 한 GT3-R은 컨티넨탈 GT의 무게를 100kg 줄이고, 58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V8 4.0L 엔진을 얹었다. 모두 300대가 나왔고, 국내에서도 6대가 판매됐다.
2002~04년 400대 한정생산
페라리 창업자 엔초의 이름을 딴 엔초 페라리는 349대 만들 예정이었으나 엄청난 인기 때문에 50대를 더 만들어 399대가 굴러나왔다. 2004년 1대가 추가생산 되기도 했다. 400번째 엔초 페라리는 교황청에 기증됐다. 이 차는 2004년 남아시아 지진해일 피해자를 위한 자선 경매에 부쳐져 2배 가격인 110만달러(12억9,000만원)에 낙찰됐다. 약 10년이 지난 현재 엔초 페라리의 미국 시장 시세는 200만달러(23억4,000만원)~340만달러(39억8,000만원)다.
2016년 500대 한정생산
베이론의 후속으로 등장한 시롱은 500대 생산된다. 2016년 생산이 시작됐으며, 앞으로 로드스터 등 다양한 버전이 나올 예정이다. 이 차는 2016년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되기 전에 180대가 예약 판매되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지금쯤 500대 모두 팔렸는지도 모른다.
Renault Megane RS 265 Trophy
2012년 500대 한정생산
르노의 고성능 해치백 메간 르노스포츠는 유럽에서 인기기 상당하다. 덕분에 세대별로 한정생산 모델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12년 3세대 메간을 바탕으로 만든 265마력의 RS 265 트로피는 500대가 생산되어 유럽 시장에서 팔렸다.
2010년 쿠페 500대 한정생산, 2010년 뉘르부르크링 패키지 50대 한정생산
LFA는 재미없고 조용한 차라는 이미지를 쇄신을 위해 렉서스가 작심하고 만든 수퍼카다. 9,000rpm까지 회전하는 V10 4.8L 엔진과 F1 머신을 방불케 하는 배기 사운드가 가장 큰 매력이다. 550대 생산이 종료된 뒤에도 초고회전 자연흡기 엔진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트랙 주행에 초점을 맞춘 뉘르부르크링 패키지는 미국에서 20배가 넘는 가격표를 붙이고 중고차 시장에 나오기도 했다.
2015년 700대 한정생산
M3 탄생 30주년 기념으로 나온 M4 쿠페의 하드코어 버전. 각종 경량소재를 더하고 터보차저 및 엔진의 열을 획기적으로 식혀주는 워터 인젝션 시스템을 사용해 최고출력 500마력을 뽑아낸다. 700대가 진작에 매진됐다.
2013~15년 918대 한정생산
카레라 GT를 잇는 포르쉐의 수퍼카 918 스파이더는 이름에 맞추어 918대가 굴러나왔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V8 4.6L 트윈터보 엔진에 2개의 전기모터를 달아 시스템 총출력 887마력을 발휘하면서 33.3km/L의 연비까지 갖춘, 말도 안되는 성능을 갖고 있다. 918대는 순식간에 팔려나갔으며, 미국에서 199만달러(23억3,000만원) 이상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2016년 991대 한정생산
현재 가장 핫한 한정생산 자동차다. 지난해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뒤 코드네임 991에 맞춰 991대를 생산한다고 발표했는데, 모두 매진됐다. 놀라운 것은 나온 지 1년도 안되어 가격이 9배나 뛰었다는 사실. 미국 중고차 시장에 130만달러(15억2,100만원)짜리 차가 매물로 나와 있다.
1987~92년 1311대 한정생산
페라리 역사상 전설적인 모델 중 하나를 꼽으라면 F40를 들 수 있다. V8 2.9L 트윈터보 478마력의 무시무시한 엔진을 얹어 지금 기준으로 봐도 놀라운 0→100km/h 가속 4.1초, 최고속도 324km/h의 고성능을 뽑아냈다. 1987년 400대 만들어져 36만3,000유로(4억5,400만원)에 판매됐고, 2015년 소더비 경매에서 117만유로(14억7,000만원)에 낙찰됐다.
2013년 2000대 한정생산
2세대 미니 해치백의 고성능 버전 미니 JCW의 성능을 끌어올린 모델. 2012 파리 모터쇼에서 데뷔해 2,000대가 만들어졌다. 판매가격은 2만8,790파운드(4,100만원)로 비싼 편이었는데, 현재는 1만8,000파운드(2,600만원) 정도에 형성되고 있다.
2011년 2400대 한정생산
WRC에서 활약한 시트로엥의 랠리카 DS3 R3의 양산형으로 1.6L 터보 엔진에 6단 수동변속기를 조합해 뛰어난 운전재미를 제공했다. 랠리 머신을 기초로 한 만큼 핸들링도 뛰어났다. 높은 인기로 1,000대로 잡혀 있던 생산량이 2,400대로 늘어났고, 그중 5대가 우리나라에서 판매됐다.
2010~12년 6309대 한정생산
콤팩트한 차체에 340마력의 직렬 6기통 트윈터보 엔진, 뒷바퀴굴림, 수동변속기 그리고 M의 후광이 조합되어 기대 이상으로 높은 인기를 얻은 모델이다. 원래 2,700대만 만들 계획이었으나 인기가 너무 좋아 2012년 단종될 때까지 6,309대가 생산됐다. 1시리즈 M 쿠페는 국내에서도 가격방어가 잘되는 편이고, 미국에서는 최고 7만3,000달러(8,5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2005~06년 4038대 한정생산
1960년대 모터스포츠를 주름잡았던 포드 GT40를 21세기 스타일로 만든 차. 4,500대 생산할 예정이었지만 4,038대에서 생산을 멈췄다. 디자인과 성능은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시장에서의 인기로 이어지지 못했다. 현재 38만달러(4억4,500만원) 이상의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