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2015년 FCA코리아의 초청으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알파로메오 줄리아 글로벌 론칭 행사에 참석했었다. 창립 105주년에 맞춰 등장한 줄리아는 알파로메오가 2018년까지 차례로 선보이게 될 8종의 신차 중 첫번째 타자다.
새차의 베일을 벗기며 CEO 하랄드 베스터(Harald J. Wester)는 “넘볼 수 없는 알파로메오의 헤리티지를 계승해 독일 BMW와 맞먹는 글로벌 프리미엄 스포츠 브랜드로 도약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실 그동안 알파로메오는 감성적인 이탈리안 디자인을 제외하곤 별다른 장점이 없었다. 특히 고질적인 품질불량으로 많은 고객이 떨어져나갔다. 이런 알파로메오가 과거를 털어버리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을까? 뉴 알파로메오가 추구하는 아이덴티티가 그득 담긴 줄리아를 통해 그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탑기어> UK가 ‘2016년 최고의 차’로 선정한 줄리아 콰드리폴리오 베르데가 대적해야 하는 BMW M3, 메르세데스-AMG C 63 세단을 비교해보자. 알파로메오의 제원은 유럽 기준이고 M과 AMG도 국내에서 공개하지 않은 일부 수치는 유럽 제원을 참고했다.
행운의 네잎클로버(Quadrifoglio)로 상징되는 알파로메오의 고성능 버전이 바로 콰드리폴리오 베르데(Verde)다. 엔초 페라리와 함께 알파로메오팀 레이서로 활동하던 우고 시보치(Ugo Sivocci)가 1923년 타르가 플로리오에 출전하면서 자신의 경주차에 행운을 빌며 네잎클로버를 그려넣었는데, 그는 정말로 우승을 차지했다. 시보치는 몇달 후 몬자에서 신형 경주차를 테스트하다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런데 그때는 네잎클로버를 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알파로메오 레이서들은 시보치를 기리고 우승을 염원하는 의미로 경주차에 콰드리폴리오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 심벌이 들어간 최초의 양산차는 1963년에 나온 줄리아 TI 수퍼다(1962년 뒷바퀴굴림 스포츠세단으로 데뷔한 원조 줄리아는 고성능 모델은 물론 왜건, 쿠페, 카브리올레 등의 다양한 변형모델로 출시됐다). 1992년 75 단종 이후 뒷바퀴굴림 세단조차 보유하지 못했던 알파로메오가 새로운 스포츠 세단에 줄리아라는 이름과 콰드로폴리오를 되살린 배경이다.
AMG는 1967년 메르세데스-벤츠의 독일 엔지니어 출신인 H. 아우프렛(Hans-Werner Aufrecht)과 E. 멜커(Eberhard Melcher)가 독일 슈투트가르트 인근 그로사스파흐(Großaspach)에서 창업한 회사다. 메르세데스-벤츠 경주차 엔진을 주로 만들었지만, 회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독립 튜너였다.
초창기에 AMG는 1966년형 300SEL 6.3을 기반으로 경주차를 만들었다. ‘붉은 돼지’라는 별명을 지닌 이 차는 1971년 스파 24시간 레이스에서 2위를 하며 AMG의 실력을 널리 알렸다.
이후 메르세데스-벤츠는 고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AMG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2005년 다임러그룹 산하에 편입됐다. 메르세데스-벤츠 딜러를 통해 팔린 첫번째 AMG 모델은 1991년 출시된 190E 3.2 AMG로, 200대가 제작됐다.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을 추구하는 BMW가 모터스포츠에 열정을 쏟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1972년 BMW는 모터스포츠 부문을 전담하는 ‘BMW M’을 신설했다. M의 첫번째 프로젝트는 유러피언 투어링카에 참가할 3.0 CSL 경주차였다. 3.0 CSL은 출전과 동시에 24회나 우승컵을 차지했을 정도로 걸출한 성능을 뽐냈다.
1978년에는 미드십 구성의 경주차 M1을 개발해 FIA의 스포츠카 레이스에 출전한다. 도로용 M1은 456대가 만들어졌다. 이듬해 출시된 M535i는 1세대 5시리즈(E12)의 고성능 모델이다. 현행 M카와 같은 최초의 모델은 1984년 2세대 5시리즈(E28)를 바탕으로 한 M5로, 최고속도 245km/h를 달성해 ‘가장 빠른 세단’ 자리에 올랐다. 1986년에는 2세대 3시리즈(E30)로 만든 M3가 선보였다.
경주차 관련 용품 및 고성능차를 제작하던 BMW M은 1992년 고성능 M카와 인디비주얼 BMW 모델을 생산하는 BMW M 및 경주차를 전담하는 BMW 모터스포츠로 분리됐다.
3대의 차는 모두 D세그먼트에 속하는 콤팩트 세단을 베이스로 만들어졌다. 제원상 차체(길이Ⅹ너비Ⅹ높이)는 알파로메오 줄리아 콰드리폴리오가 4,643Ⅹ1,860Ⅹ1,426mm이고 BMW M3는 4,671Ⅹ1,877Ⅹ1,430mm, 메르세데스-AMG C 63 세단은 4,735Ⅹ1,840Ⅹ1,435mm다. C 63가 가장 길고 높으며 너비는 M3가 가장 크다.
휠베이스는 차체가 큰 C 63가 2,840mm로 가장 길다. 특이하게 중간급인 M3는 2,812mm로 가장 짧다. 앞뒤 트레드는 줄리아가 1,555/1,607mm, M3는 1,579/1,603mm다. C 63는 1,610/1,540mm로 두 차와 달리 앞이 넓고 뒤가 좁은 구성이다. 최소회전직경은 줄리아(10.8m)가 가장 작아 좁은 공간에서 유턴할 때 유리하다. M3는 12.2m, C 63는 11.29m다. 지상고는 알파로메오 100mm, AMG 112mm, M 120mm 순이다.
실내는 셋 중 가장 큰 C 63가 유리할 것 같지만 앞자리만이다. 앞쪽 헤드룸은 C 63(1,039mm)가 M3의 1,023mm, 줄리아의 955mm를 뛰어넘는다. 반면 뒷자리는 가장 좁다. 뒤쪽 헤드룸은 M3와 줄리아가 각각 957mm, 955mm로 비슷하고 C 63는 942mm이다. 트렁크 용량은 480L로 모두 동일하다. 자동변속기 모델 기준으로 차무게는 알파로메오 1,580kg, M3는 1,560kg이다. C 63는 1,815kg으로 가장 무겁다. 참고로 줄리아 콰드리폴리오는 4인승이고 M3와 C 63는 5인승이다.
줄리아 콰드리폴리오에는 페라리가 개발한 V6 2.9L 트윈터보 직분사 엔진이 달린다. 보어×스트로크 86.5×82mm의 숏 스트로크 타입으로, 캘리포니아 T의 V8 블록(F154)에서 2기통을 줄인 것이다. 직분사 시스템과 최대 2.4bar의 과급압을 내는 트윈터보를 달아 최고출력이 510마력에 달하고, 최대토크는 61.2kg·m다. 변속기는 6단 수동과 ZF제 8단 자동을 매치한다.
M3의 직렬 6기통 3.0L 엔진(S55)은 트윈터보 직분사 방식이다. 최고출력 431마력, 최대토크 56.1kg·m로 경쟁모델보다 낮지만 엔진 한계회전수가 7,500rpm에 달한다. 자연스러운 드라이빙 필링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흡기를 고집해왔기에 터보 래그를 최소화하고, 가장 넓은 회전대(1,850~5,5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도록 세팅했다. 6단 수동변속기와 듀얼클러치 방식 7단 자동변속기를 얹는다.
C 63는 유일하게 V8 엔진이다. V8 4.0L 트윈터보 직분사 엔진(M177)은 실린더 블록 뱅크 사이에 터보를 배치해 효율을 높였다. 롱 스트로크 방식으로, 회전한계는 라이벌보다 낮은 7,200rpm이다. 터보차저 과급압도 1.2bar로 가장 낮지만 여유 있는 배기량과 정밀한 제어 프로그램에 힘입어 압축비가 10.5에 이른다. 최고출력 476마력, 최대토크 66.3kg·m를 발휘한다. 최고출력이 510마력에 달하는 C 63 S도 있다.
변속기는 7단 자동 한가지. 메르세데스-벤츠가 제작한 MCT(Multi Clutch Technology) 방식으로 토크컨버터 대신 다판클러치를 넣어 회전효율을 높였다. MCT는 듀얼클러치보다는 반박자 느린 반응을 보이지만 안정감은 최고다.
줄리아는 FCA그룹 내에서 조르지오(Giorgio)라고 부르는 새로운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다. C에서 E세그먼트까지 다양한 크기의 세단, SUV에 대응할 수 있는 확장성을 지녔다. 참고로 얼마 전 공개된 알파로메오의 첫 SUV 스텔비오 역시 같은 플랫폼을 쓴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5링크 방식이다. 앞 80%, 뒤 45%를 알루미늄으로 짜넣어 앞뒤 무게비를 50:50으로 맞췄다. 프로펠러샤프트도 카본으로 만들었다. 앞 6피스톤, 뒤 4피스톤 브레이크는 카본세라믹 디스크를 선택할 수 있다. 타이어는 앞 245/ 35 ZR19, 뒤 285/ 30 ZR19 사이즈가 기본이다.
M3는 역시 앞 더블 위시본, 뒤 5링크 방식이다. 알루미늄으로 서스펜션과 서브프레임 만들어 무게를 줄이고, 앞 스트럿 마운트를 카본파이버로 만들었다. 루프도 카본파이버인데 4도어 세단으로는 최초다. 줄리아와 마찬가지로 카본파이버 프로펠러샤프트를 쓰고 보닛과 앞펜더를 알루미늄으로 꾸몄다. 그 결과 구형에 비해 80kg 정도 가벼워졌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앞 4피스톤, 뒤 2피스톤이며 타이어는 앞 255/40 ZR18, 뒤 275/40 ZR18 사이즈다(국내 판매 모델은 앞 255/35 ZR19, 뒤 275/35 R19가 기본).
경쟁모델보다 큰 V8 엔진을 얹은 C 63 역시 알루미늄 소재를 활용해 구형보다 무게를 70kg 줄였다. 서스펜션의 경우 앞쪽에 4링크를 써서 스트럿 방식의 구형보다 유연성과 횡강성을 높였다. 뒤쪽은 190부터 고수해온 멀티링크다. 참고로 노멀 C-클래스와 달리 C 63는 에어 서스펜션을 쓰지 않는다. 또 기계식 LSD를 갖춘 것도 전자식을 쓰는 라이벌이나 윗급 C 63 S와 다르다. 브레이크는 앞 6피스톤, 뒤 4피스톤이며, 카본세라믹 디스크는 S 모델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타이어는 앞 225/45 ZR18, 뒤 245/40 ZR18이 기본이다(국내 판매 모델은 앞 245/35 ZR19, 뒤 265/35 ZR19).
알파로메오 줄리아 콰드리폴리오는 강력한 엔진에 힘입어 라이벌을 압도한다. 0→100km/h 가속 3.9초, 최고속도 307km/h의 고성능을 자랑한다. 알파로메오가 밝힌 독일 뉘르부르크링 비공식 랩타임은 7분 39초다. 비공식으로 7분 50초대인 M3나 8분이 훌쩍 넘어가는 C 63와 견주기가 어려울 정도로 앞선 고성능을 자랑한다.
M3의 경우 0→100km/h 가속은 6단 수동보다 듀얼클러치 방식 7단 자동이 0.2초 빠른 4.1초다. 반박자 빠른 변속 덕분에 0→1000m 주파시간 역시 21.9초로 수동보다 0.3초 빠르다.
C 63의 0→100km/h 가속은 M3와 동일한 4.1초이고 최고출력이 34마력, 최대토크가 5.1kg·m 더 높은 C 63 S도 4.0초에 그쳐 육중한 덩치로 인한 핸디캡이 있다. M3와 C 63의 최고속도는 250km/h에서 제한된다. 국내에 들어오는 M3의 공인복합연비는 9.6km/L, C 63는 8.6km/L로 효율성도 BMW M이 앞선다. 한편 줄리아 콰드리폴리오의 유럽기준 복합연비는 11.8km/L다.
줄리아 콰드리폴리오는 고성능 스포츠카답게 다양한 장비를 기본으로 갖췄다. 앞범퍼에 액티브 에어로 스플리터, 액티브 헤드램프, 액티브 서스펜션, 카본 소재의 내외장재, 8.8인치 디스플레이와 연동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또 액티브 크루즈, 차로이탈, 전방추돌경고 등 다양한 주행보조장치와 스파르코제 카본파이버 버켓시트, 하만카돈 프리미엄 오디오 등이 옵션으로 마련된다. 이탈리아 기준 판매가는 7만9,000유로(9,796만원)다.
M3는 국내에 듀얼클러치 방식 7단 자동변속기 모델만 들어오며, 풀옵션 수준의 편의장비를 갖췄다. 스포츠 배기 시스템이 달린 M 퍼포먼스 에디션 1억1,500만원, 화려한 색상으로 치장한 스페셜 에디션이 1억1,950만원이다.
파노라마 루프에 익스테리어 및 인테리어 패키지를 빠짐없이 갖춘 메르세데스-AMG C 63의 국내 판매가격은 1억1천600만원이다. 최고출력 510마력에 달하는 윗급 C 63 S는 1억2,690만원에 팔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