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없는 자동차 신기술
2017-03-13 12:17:10 글 김준혁 기자
자동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모터쇼에 예상치 못했던 신기술 콘셉트가 등장하는 것은 예전과 다르지 않지만 첨단기술이 양산차에 적용되는 기간이 눈에 띄게 짧아지고 있다. 예전엔 신기술이 발표된다고 하더라도 그 존재를 잊을 정도로 한참 지난 후에 선보였다. 그런데 요즘엔 1년도 안되어 양산되는 경우가 많다. 그 정도로 최첨단 기술은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2015년 i8 출시 당시 레이저 라이트에 대한 규정이 없어 기능이 빠진 채 출시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신기술을 곧바로 경험할 수 없다. 해외에선 아무렇지 않게 쓰이고 있는 기술이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들어온다고 해도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그 이유는 국내 전파법 또는 자동차법규에 저촉된다거나 지도정보 같은 보안문제와 연관되어 있어서다. 또한 수요가 없을 거라는 섣부른 판단으로 수입사에서 빼버리기도 하고, 해당 모델을 아예 들여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기술 하나가 빠진다고 자동차 전체의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운전이 불편해지는 건 아니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그렇지 않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똑같은 차를 모는데, 나만 새로운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면 그건 분명 억울한 일이다.
Mercedes-Benz Remote Parking Pilot
이름만 봐도 어떤 기능인지 알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2016년 1월 출시한 5세대 E-클래스(W213)에서 처음 선보인 원격주차 기능이다.
리모트 파킹 파일럿을 사용하려면 운전자는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메르세데스 미 커넥트’ 앱을 설치하고, 스마트폰과 자동차가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운전자는 3m 내에서 앱을 켜 차를 집어넣거나 뺄 수 있다(앞뒤 이동만 가능하다). 원하는 방향을 설정한 뒤 스마트폰에 표시된 원을 계속 터치해야 차가 움직인다. 터치를 멈추면 차도 정지한다.
이 기능은 전파인증법 때문에 국내에선 사용할 수 없다. BMW의 리모트 컨트롤 파킹이 인증을 통과했지만 벤츠의 것은 인증이 안될 수도 있다. 자동차 키가 아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아우디 커넥트는 무선통신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내비게이션 및 주행 관련정보가 대표적이다. 그중 내비게이션은 구글 지도에 기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이 금지되어 있어 이 내비게이션을 쓸 수 없다.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하면 구글 어스와 스트리트뷰로 경로를 안내받을 수 있는데, 국내에서 판매 중인 아우디의 순정 내비게이션이 형편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탐나는 기능이다.
아우디 커넥트는 실시간 유가 정보를 제공하고, 최근에는 교통신호 알림 정보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교통신호 알림이란 교차로 진입 전 신호등이 빨간불이 될지 파란불이 될지 미리 알려주는 기능으로, 꼬리물기나 교통사고 예방에 도움된다.
지금까지 설명한 기능은 나라별로 제공범위가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미국 기준으로 Q7, A4 등의 신차는 6개월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무선통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이다 보니 6개월 후부터는 요금을 내야 한다. ‘자동차를 타면서까지 통신료를 내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우디 커넥트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편리함을 한번 맛보고 나면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Jaguar Land Rover InControl Connectivity
재규어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인컨트롤 터치 프로라는 새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기능과 편의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 기술 중 일부는 국내에서 팔리는 재규어, 랜드로버에도 적용되고 있다. 그전까지 국내 판매 모델에서는 내비게이션과 일부 인컨트롤 앱, 직관적인 터치스크린 기능만 쓸 수 있었고, 일부 커넥티비티 기능이 빠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2017년형 레인지로버 시리즈에 기존에는 쓸 수 없었던 테레매틱스 기능이 추가됐다. 물론, 아직까지도 유럽에서 판매되는 재규어, 랜드로버에 탑재된 모든 기능을 쓸 순 없다.
그중 대표적인 기능인 커넥인컨트롤 커넥티비티는 스마트폰에 깔린 인컨트롤 앱과 자동차와의 블루투스 연결 그리고 무선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기능은 무척 다양하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도어 투 도어 투어링’ 서비스다.
운전자가 스마트폰의 인컨트롤 앱으로 목적지를 설정한 다음 차에 타면 클라우드 싱크로 스마트폰과 자동차가 곧바로 동기화되어 디스플레이에 자동으로 내비게이션 화면이 뜬다. 그리고 경로 안내를 시작한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의 동기화 외에 다른 사람과 경로 및 목적지 정보를 공유하거나 빈 주차공간 정보도 나눌 수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가 인컨트롤 터치 프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오너들에게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핵심인 커넥티비티 기능이 빠진 탓이다. 다행스럽게도 일부 기능의 국내 서비스가 시작되고 있다. 따라서 재규어 랜드로버와 스마트폰의 현란한 정보 공유를 구경할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Mercedes-Benz Car-to-X Communication
자동차끼리 대화를 하고 정보를 주고받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자동차의 대화란 이렇다. 어떤 차가 도로를 달리다가 결빙 구간을 만나면 뒤에 오는 차들에게 이를 알린다. 가까운 차만이 아니라 수십km 떨어진 자동차에도 이 정보가 전달된다. 그러면 사고 구간을 우회하거나 속도를 줄임으로써 교통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자동차 간의 대화는 SF영화 속의 얘기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5세대 E-클래스에 탑재된 카-투-카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해 최신 E-클래스끼리 도로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또한 차와 차를 넘어 차와 다양한 사물과의 네트워크인 카-투-X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유되는 정보가 쌓이고 쌓이면 양질의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벤츠는 앞으로 여러 차종에 카-투-X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넣을 계획이다. 따라서 멀지 않은 시기에 영화 속 장면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벤츠가 워낙 많이 팔리기 때문에 카-투-X 커뮤니케이션이 국내에 도입될 여건은 충분하다. 그러나 이 기술은 복잡한 무선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인증이 안될 게 뻔하고, 우리나라 오너들은 입맛만 다셔야 할 것이다.
Rolls-Royce Satellite Aided Transmission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롤스로이스에는 명성에 걸맞는 첨단기능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롤스로이스는 이 기능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눈에 띄는 스펙보다는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디자인이나 소재 등을 강조하는 게 롤스로이스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레이스에 들어간 인공위성 기반의 8단 자동변속기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변속기는 GPS 신호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바탕으로 교통상황을 예측해서 스스로 기어를 바꾼다. 운전자보다 먼저 도로상황을 파악해 변속하기 때문에 부드러우면서, 때로는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운전자는 일련의 과정을 알아채지 못한다. 롤스로이스는 기어 단수를 보여주지 않고, 수동 모드가 없는 탓이다. 무엇보다 움직임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롤스로이스에는 명성에 걸맞는 첨단기능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롤스로이스는 이 기능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눈에 띄는 스펙보다는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디자인이나 소재 등을 강조하는 게 롤스로이스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레이스에 들어간 인공위성 기반의 8단 자동변속기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변속기는 GPS 신호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바탕으로 교통상황을 예측해서 스스로 기어를 바꾼다. 운전자보다 먼저 도로상황을 파악해 변속하기 때문에 부드러우면서, 때로는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운전자는 일련의 과정을 알아채지 못한다. 롤스로이스는 기어 단수를 보여주지 않고, 수동 모드가 없는 탓이다. 무엇보다 움직임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이 기능 역시 국내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GPS와 지도 정보에 유독 깐깐한 법규 때문인 것 같다. 롤스로이스를 갖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뒷좌석에 앉아가기 때문에 변속이 어떻게 이뤄지든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고 운전할 수밖에 없는 레이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몇억원을 주고 산 레이스에 최첨단 기능이 빠졌다는 걸 알면 기분 좋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