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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겨울을 아쉬워하는 두 SUV, GLE 쿠페 vs F-페이스
2017-04-19 11:08:59
글
민병권 기자
새하얀 눈밭에서 만난 새까만 SUV 2대. 차체 색상과 배경색의 대비는 사진기자가 고개를 휘젓게 만들었지만 이 차들 사이에는 색상 말고도 공통점이 더 있다. 쿠페 조미료가 가미된 보디에 V6 3.0L 터보 디젤을 탑재한 SUV란 것과 1억원남짓 하는 몸값 등등.
F-페이스가 GLE보다 한 체급 낮은 차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재규어가 더 작은 차로 벤츠와 같은 값을 부른다고?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인지 이제 알아볼 참이다. 우선 크기부터.
F-페이스는 자타공인 동급 최대 사이즈를 자랑한다. 여기서 말하는 동급은 포르쉐 마칸, 아우디 Q5, BMW X3 등이고, 벤츠엔 GLC가 있다. GLE가 아니라. 차체 길이만 보면 F-페이스(4,731mm)는 GLC(4,660mm)와 GLE(4,830mm)의 중간 정도. 2,874mm의 휠베이스는 GLC와 같다. GLE가 아니라.
그런데 GLE 쿠페는 기존 GLE와 휠베이스(2,915mm)만 같을 뿐, 차체는 더 길고 넓다. 길이 4,880mm로 F-페이스보다 149mm 크고 너비는 2m가 넘는다. 이에 비해 제법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F-페이스의 차폭은 1,936mm에 그친다(GLC보단 46mm 넓다).
F-페이스가 GLE 쿠페에 주눅들지 않고 위풍당당함을 뽐낼 수 있는 것은 비례가 기막힌 디자인 덕분일 것이다.
GLE 쿠페의 지붕 높이(1,725mm)는 GLE보다 45mm 낮다. 쿠페를 만들 때 지붕을 낮추는 건 기본이지만 SUV를 기반으로 한 차여서 그 차이가 더 극적이다. 그래 봐야 F-페이스의 1,652mm에 대적할 수준은 아니지만.
그럼 실내공간은 어떨까? 크고 높은 몸체에서 쿠페 보디를 뽑아낸 차와 애초에 작은 차체로 멋을 부린 차 중 더 실속을 챙긴 쪽은?
막상막하다. GLE 쿠페는 키가 낮아도 절대적인 공간이 좁진 않다. 움직임을 둔하게 만드는 겨울옷을 껴입고도 아래쪽에 달린 발판을 딛고 수월하게 차에 오를 수 있다. 쿠페지만 SUV 감성도 제대로다. 뒷문 개구부가 좁지 않고 머리가 천장에 닿지도 않는다. 머리 바깥쪽 측면의 여유가 얼마 없을 뿐이다.
그런데 F-페이스의 뒷좌석으로 옮겨 앉으면 어느 차가 더 큰지 잠시 헷갈린다. 중앙 터널이 높긴 해도 F-페이스는 승용차에 가까운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고, 공간도 더 아늑하게 느껴진다. SUV에 가까운 GLE와 크로스오버 성격이 강한 F-페이스의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F-페이스가 제공하는 조절식 2열 시트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GLE 쿠페도 등받이 각도는 조절이 가능하나 짐공간을 넓히기 위해 바짝 세울 수만 있다. 뒤로 눕힌다고 해도 천장 턱에 머리부터 닿을 것이다. 레버를 당겨 조절해야 하는 GLE 쿠페와 달리 F-페이스는 전동식이라 폼도 난다(시트와 도어 틈 사이로 손을 구겨넣어야 버튼을 누를 수 있지만).
F-페이스는 동급에서 찾아보기 힘든 뒷좌석 전용 온도조절 공조장치까지 구비했지만 시승차엔 빠졌다. GLE 쿠페는 온도조절장치는 물론이고 송풍구도 센터콘솔뿐만 아니라 B필러에도 갖춰 높은 차급을 확인시켜준다. 모니터와 헤드폰, 리모컨 등으로 구성된 뒷좌석 전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쿠페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말하는 것 같다.
두 차는 트렁크 턱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GLE 쿠페가 훨씬 높다. 쿠페 차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인데, 짐 부리기엔 불편하다. 어쨌든 트렁크가 움푹 파여 있어 적재용량은 기본 650L, 확장하면 1,720L로 커진다.
F-페이스의 508~1,598L와 비교하면 꽤 큰 차이다.
크기보단 쓰임새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들은 F-페이스의 간결하고 쓰기 편한 트렁크를 더 마음에 들어 할 것이다.
GLE 쿠페의 트렁크 오픈 버튼은 범퍼의 번호판 위쪽에 숨겨져 있는데, F-페이스는 테일게이트가 그 높이까지 열린다. 트렁크 바닥도 그만큼 낮다.
또, GLE 쿠페의 등받이를 접으려면 먼저 방석부분을 앞으로 젖혀야 하지만 F-페이스는 등받이만 접으면 적재공간이 평편하게 확장된다.
참고로 F-페이스는 레저활동 때 시동키의 침수나 분실 염려 없이 손목에 차면 되는 방수 밴드 키도 제공한다. 밴드를 재규어의 J자 로고에 갖다대 테일게이트를 열 수도 있다. 트렁크 턱에 조명을 심은 것도 겉멋, 아니 신세대답다.
여기에 비하면 GLE 쿠페는 어쩔 수 없는 구세대다. 계기판만 봐도 그렇다. GLE 쿠페는 레이스풍 체크무늬로 멋을 냈지만 진짜 바늘과 눈금을 갖춘 재래식. F-페이스는 계기판 전체가 액정화면이다. 주행모드나 테마 선택에 따라 분위기와 구성요소가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내비게이션 화면을 계기판 가득 채울 수 있다.
또 GLE 쿠페에는 없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갖췄다. 대시보드의 10.2인치 화면은 손가락으로 스마트폰 다루듯이 쓸 수 있다. 처음 나왔을 땐 스마트패드를 세워놓은 것 같다는 감탄을 자아냈던 벤츠의 플로팅 스크린이 이젠 골동품처럼 느껴지려고 한다.
하지만 벤츠의 참패라고 속단하진 말자.
재규어는 애써 마련한 자원을 허투루 쓰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저것 갖춘 것은 많은데 막상 써보면 어설픈 구석이 적지 않은 것. 상대적으로 숙성이 덜됐다고 할 수 있다. 예비고객들은 벤츠의 숙련된 완성도에서 편안함과 고급스러움을 느낄 여지가 많다.
GLE 쿠페의 투박한 조작부는 터치패드를 남용한 E-클래스와 비교해도 원시적이지만 두꺼운 장갑을 끼고 만지기엔 편하다. 알루미늄과 나파가죽 등 소재도 고급스럽다.
반면 F-페이스는 값에 어울리는 고급스러움을 보여주지 못한다.
F-페이스는 장비 면에서도 허점을 보인다. 물론 프론트 그릴에 레이더 일체형일 것 같은 거대한 세꼭지별 배지를 달고도 재래식 크루즈 컨트롤만 제공하는 GLE 쿠페가 먼저 배신감을 안겨주긴 했다.
그런데 F-페이스도 마찬가지다. 30km/h 이하에서 험로를 마음 편히 주파할 수 있는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ASPC)을 제공하지만 일반도로에선 쓸모가 없다. 시승차엔 차로유지 보조기능은커녕 차로이탈 경고, 사각지대 감지 기능도 없다. 이 정도 차급에 1억원의 가격표를 달았으면 응당 기대할 만한 장비들이 빠진 것이다. 성능을 앞세우는 스포츠카도 아닌데.
이쯤에서 엔진 얘길 꺼내야겠다. 두 차에 탑재된 엔진은 배기량과 실린더 구성이 같지만 성능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GLE 쿠페는 기존 GLE 350 d와 다름없는 258마력인 반면 F-페이스는 300마력. 최대토크도 63.2kg·m와 71.4kg·m로 큰 차이를 보인다.
참고로 벤츠는 GLE 350 d 등에 탑재된 OM654의 후속으로 OM656 엔진을 도입할 예정이다. V6가 아닌 I6 3.0L 터보 디젤로, 313마력, 66.3kg·m의 성능 그리고 7% 개선된 연비를 제시한다. 아무튼 현시점에선 F-페이스에 붙은 30d 배지와 GLE 쿠페의 350 d 배지를 바꿔 붙여야 할 것 같다.
F-페이스는 더 강력한 엔진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더 가볍다. 동급차들과 비교하면 큰 만큼 무겁기도 해서 알루미늄 아키텍처 자랑질이 무색한 수준이지만, GLE 쿠페는 저만치 따돌려버린다. 당연히 GLE 쿠페보다 잘 달릴 수밖에 없다. 연비도 더 좋다.
사실 GLE 쿠페도 떼놓고 보면 별로 아쉬울 것이 없다. 9단 자동변속기와 짝을 이룬 V6 터보 디젤은 가뿐한 움직임을 선사하고 배기음도 좋다. 그런데 F-페이스를 경험하고 나면 ‘GLE가 느리긴 느리구나’ 싶다. 아니, F-페이스가 빠르다. 정말 쭉쭉 나간다. 순간순간 2.1톤에 가까운 공차중량을 잊게 된다.
다만 F-페이스가 제 힘을 내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시원스럽지 못하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궁합이 별로인 것 같고, 사운드도 그렇다. 잡소리가 여과 없이 전달되고, 실제보다 진동이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소음도 섞인다.
여기에 비하면 GLE 쿠페는 말 그대로 양반이다. 뒷좌석에선 진동이 느껴지지만 대체로 정숙하고 부드럽다. 낮게 깔리는 이차의 엔진음과 비교해 재규어의 그것은 가볍게 들뜬다. 좋게 말해 쾌활하다. 각 차의 이미지에는 어울린다고 할 수도 있다. 이 정도 차이면 벤츠 예비고객들은 40마력 부족한 출력 따위는 개의치 않을 것이다.
GLE 쿠페도 스포티한 차라는 느낌을 살리려고 나름 노력했다. AMG 디자인 요소들로 안팎을 치장하고 스포츠 다이렉트 스티어 시스템을 갖췄다. 21인치 AMG 휠은 뒷바퀴에 더 넓은 타이어를 끼웠다. 덕분에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코너도 넙죽넙죽 곧잘 돌아낸다. 하지만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빠르게 잘 달리는 것보단 무게로 인한 핸디캡을 억누르느라 바쁜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공차중량이 2.4톤이다.
그나마 GLE 쿠페가 선방한 비결은 에어매틱으로 불리는 에어스프링 기반 서스펜션이다. 민첩하진 않아도 안정감이 좋고, 느긋하게 달릴 땐 승차감이 좋다. 다양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F-페이스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GLE 쿠페는 어느새 차고를 높여 한참 위에서 F-페이스를 내려다본다. 진흙탕을 만나면 바지를 걷어올리고 겅중겅중 뛰어들 기세의 쿠페다.
포장도로만 잘 달릴 것같이 생긴 F-페이스는 휠하우스 안쪽이 휑해 서스펜션 구성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마치 조절장치로 차고를 높여놓은 것 같다. 하지만 스틸 스프링과 전자제어 댐퍼의 조합이다. 이걸로 충분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럴 것이다. ‘재규어 랜드로버’에서 만든 차인데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의 SUV 노하우가 어디로 가겠나. 그러면서도 재규어만의 특색을 잃지 않았다. F-페이스는 표준 주행 모드에서도 가벼운 몸놀림과 재빠른 조향감각으로 운전자를 미소짓게 만든다. 이 맛에 빠지면 GLE 쿠페는 고려 대상에서 멀어진다.
GLE 쿠페는 같은 엔진을 쓰는 GLE보다 1,010만원 비싼 가격표를 달고 있다. 원래 쿠페는 기본모델보다 비싸다. 문짝이 2개인 진짜 쿠페도 그런데, 문짝을 제대로 갖춘 쿠페라면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장비도 더 좋으니 비싸도 된다.
그러면 F-페이스 30d는 어떤가. 요모조모 뜯어봐도 GLE 쿠페랑 가격이 같단 점이 여전히 납득되지 않는다. F-페이스 20d(I4 2.0L 터보 디젤, 180마력)는 7,260~8,040만원에 살 수 있으니 그나마 설득력 있다. 참고로 258마력 V6 3.0L 터보 디젤을 탑재한 포르쉐 마칸 S 디젤은 8,240만원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앞의 3대의 차에 아우디 SQ5까지 묶어 시승했던 영국 <탑기어>는 F-페이스가 가장 낫다고 평가했다(본지 2016년 8월호 참조). 하지만 한국 시장은 다르다. 이번만큼은 GLE 쿠페의 손을 들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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